시선뉴스=조재휘 기자ㅣ우리나라에서 보물은 유형 문화재 중에서 역사적·학술적·예술적·기술적 가치가 큰 것을 문화재 심의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정부가 지정한 문화재이다.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는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 

그런데 약 530년 전에 남편이 부인에게 보낸 애틋한 마음이자 현재까지 발견된 한글 편지 가운데 가장 오래된 편지가 보물이 됐다. 문화재청은 지난 9일 조선시대 군관으로 활동한 나신걸이 아내에게 한글로 써서 보낸 편지인 ‘나신걸 한글편지’ 등 3건을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사진/문화재청 제공]
편지 부분 [사진/문화재청 제공]

‘나신걸 한글편지’는 한글로 작성된 가장 오래된 편지로, 조선 초기 군관 나신걸(1461~1524)이 아내 신창 맹 씨(이름 미상)에게 한글로 써서 보낸 2장의 편지다. 2011년 대전시 유성구 금고동에 있던 조선 시대 신창 맹 씨 무덤에서 나왔다.

당시 무덤에서는 저고리, 바지 등 유물 약 40점이 나왔는데, 편지는 피장자(무덤에 묻혀 있는 사람)의 머리맡에서 여러 번 접힌 상태로 발견되었다. 편지에는 농사일을 잘 챙기고 소소한 가정사를 살펴봐 달라는 당부, 조선 시대 무관이 입던 공식 의복인 ‘철릭’ 등 필요한 물품을 보내달라는 부탁 등이 빼곡히 적혀 있다.

내용은 주로 군관으로 부임해갈 때 미리 집에 가서 당신과 가족들을 봐야 하는데 못보고 가니 이런 민망하고 서러운 일이 어디에 있는가 하며 애통해하거나, 군 복무 도중 부인에게 분(화장품)과 바늘 여섯을 사서 보내며 울었다는 등 아내에게 보낸 사랑편지이다.

한글편지 두 점은 모두 조선 전기인 1490년에 지어진 것으로 필사본이 아닌 친필 원본 한글편지 중에서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편지로 여겨지고 있다. 이전까지 가장 오래된 친필 한글편지로 여겨지던 청주 출토 순천김씨 의복 및 간찰의 편지 192장보다 약 65년 이전에 만들어진 것이다.

이 편지가 1490년대에 쓰였음을 감안하면 1446년 훈민정음이 반포된 지 불과 45년이 지난 시점에서 한양에서 멀리 떨어진 변방지역과 하급관리에게까지 한글이 널리 보급되었음을 말해 준다. 특히 조선 시대 한글이 여성 중심의 글이었다고 인식된 것과 달리, 하급 무관 나신걸이 유려하고 막힘없이 쓴 것을 통해 남성들 역시 한글을 익숙하게 사용했음을 보여 주기에 연구 가치가 높다고 여겨지고 있다. 

기존에는 관청에서 간행된 문헌으로는 한글이 대중에 어느 정도까지 보급되었는지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었다면, 이 편지가 발견됨으로써 한글이 조선 백성들에게 깊숙이 알려져 실생활에 널리 쓰인 사실을 확인한 계기가 되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 문화재청은 특히 조선 초기 백성들의 삶과 가정 경영의 실태, 농경문화, 여성들의 생활, 문관 복식, 국어사 연구를 하는 데 있어 활발하게 활용될 가치가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현재까지 발견된 한글편지 가운데 가장 오래된 자료인 ‘나신걸 한글편지’. 상대방에 대한 호칭, 높임말 사용 등 15세기 언어생활을 알려주는 귀중한 자료이다. 무엇보다도 훈민정음 반포의 실상을 알려주는 언어학적 사료로서 학술적·역사적 의의가 매우 크다고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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