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조재휘 기자ㅣ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 인쇄본인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이 프랑스에서 공개된다. 프랑스 국립도서관 누리집에 따르면 도서관은 현지시간으로 올해 4월 12일부터 7월 16일까지 ‘인쇄하다! 구텐베르크의 유럽’을 주제로 한 전시에서 ‘직지심체요절’을 공개할 예정이다. 1973년 공개 전시회를 제외하고는 비공개로 보관되어오다 무려 50년 만이다.

‘직지심체요절’은 고려시대 청주목에 있었던 사찰 흥덕사에서 만들어진 인쇄물이자 현존하는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이다. 원명은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이며, 약칭으로 ’직지심경‘이라고도 한다. 상·하권으로 간행된 직지의 원본은 국내에서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고, 하권 1권만이 유일하게 프랑스국립도서관에 보관되어 있다. 지난 200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면서 그 가치를 공인받았다.

[사진/국립중앙도서관 제공]

직지는 1377년 고려의 고승 백운화상 ‘경한’이 저술한 책을 금속활자로 뜬 것이다. 이후 행방을 알 수 없다가 구한말 당시 주한프랑스공사이자 고서적 수집광이기도 했던 ‘빅토르 콜랭 드 플랑시’가 수집한 고물품들 중에 직지심체요절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 후 1911년 골동품 수집가였던 앙리 베베르라는 사람이 재구입하여 소장하고 있다가 그가 사망하자 유언에 따라 1950년 프랑스 국립도서관으로 보내져 오늘날까지 이르고 있다. 

직지가 프랑스에 있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1967년부터 13년간 프랑스 국립도서관에서 일하던 박병선 박사가 외규장각 문서와 함께 찾아내고서부터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 인쇄물이라는 사실도 1972년 박병선 박사에 의해 밝혀졌다. 

발견 당시 학계에서는 직지가 요하네스 구텐베르크의 ‘성서’보다 더 오래된 금속활자본이라는 말을 믿지 않고 무시했기 때문에, 결국 박병선 박사는 혼자서 연구를 시작했다. 한국 학자들의 도움을 받으며 직지가 1455년에 나온 구텐베르크 ‘성서’보다 78년이나 앞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이라는 것을 증명해 전 세계에 알렸다. 그러나 1973년 프랑스 국립도서관에서 열린 ‘동양의 보물’ 전시 이후 최근까지 직지 실물이 일반에 공개된 바는 없다.

프랑스 국립도서관은 올해 4월부터 직지를 공개할 예정이며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있는 직지가 일반에 공개되는 건 약 50년 만이다. 그동안 여러 박물관이 직지를 임대해 전시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도 했지만 매번 불발됐다. 수장고에 오랜 기간 있었던 만큼 직지의 현 상태가 어떤지, 어떻게 전시될지도 관심사다.

반세기 만에 유물을 공개하는 만큼 직지는 전시에서 비중 있게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전시에서 문화재청 산하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프랑스 국립도서관 측과 직지 전시를 위해 협력할 예정이다. 재단은 최근 프랑스 국립도서관과 파트너십 관련 면담을 마쳤으며 구체적인 내용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인쇄술의 우수성을 보여주는 문화유산으로, 200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직지심체요절’. 우리의 소중한 문화재이지만 약탈 또는 도난당한 문화재가 아니기 때문에 한국이 환수에 나설 명분은 없다고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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