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경고그림 무산, 국민건강 없는 담뱃값 인상 [이호의 지금]
흡연경고그림 무산, 국민건강 없는 담뱃값 인상 [이호의 지금]
  • 보도본부 | 이호 기자
  • 승인 2015.03.04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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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뉴스 이호기자] 지난 3일 힘들게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담뱃갑 흡연 경고 그림 의무화 법안이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서 다시 제동이 걸렸다. 국회 법사위는 어제 열린 전체회의에서 '국민건강증진법 일부개정안'을 법안심사소위에서 재심의하기로 하여 담뱃값 흡연 경고 그림 의무화 법안이 제331회 임시회 제8차 본회의에서 다뤄지지 못해 2월 임시국회 통과는 어렵게 됐다.

담뱃갑 흡연 경고 그림 의무화 법안은 담뱃갑 앞·뒷면 포장지에 경고 그림을 전체 면적의 30% 이상을 의무적으로 삽입하고 경고 문구까지 포함해 50% 이상으로 표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며 담배사업법에 따라 제조사의 제조 허가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다.

담뱃갑에 삽입되는 경고 그림은 대부분 매우 자극적이며 혐오스러운 이미지이다. 시각적으로 담배로 인해 야기되는 질병의 폐해를 보여줌으로써 흡연자들의 흡연 욕구를 떨어뜨리는 효과를 위해서 적용된다. 현재 세계 60개국 이상 이 법안을 따르고 있으며 WHO(국제보건기구)는 담뱃갑의 50% 이상에 이 그림을 삽입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경고 문구 대신 그림을 삽입하는 것을 권하고 있다.

 보건복지위원회가 제공한 한국형 경고그림과 해외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는 경고그림

실제로 이를 실천하고 있는 국가는 꾸준하게 흡연자의 비율이 줄어들고 있는 추세이며 서울대에서도 본 법안을 적용 할 경우 금연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내 놓은 바 있다.

하지만 법사위 소속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경고 그림의 효과가 입증되지도 않았는데 그렇게까지 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이며, 흡연권을 침해하는 과잉입법이기 때문에 더 논의가 필요하다는 논지로 추가논의를 신청했다. 그리고 법사위는 이를 받아들여 재심의를 결정했다.

 담뱃갑 경고그림 표기를 계류시킨 김진태 의원 (출처/김진태의원 페이스북)

이 법안이 여야 합의를 통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까지 통과했음에도 불구하고 법사위가 법안의 처리를 무산시킨 것에 대해 복지위 위원들은 '법사위의 월권행위가 도를 넘었다'며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그렇다면 김진태 의원은 왜 복지위에서 통과시키기 까지 한 법안을 반대하고 나선 것일까? 김진태 의원은 자신의 SNS에 “담배를 피울 때 마다 흉측한 그림을 봐야 하는 것은 흡연권, 행복추구권 침해”라고 언급했다. 또한 이 그림이 담뱃갑의 50%이상 차지하는 것 역시 과도한 규제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진태 의원의 이런 언급과 더불어 그 이유를 토대로 법안 통과를 무산시킨 법사위는 아무래도 담뱃세를 올렸던 취지에 대해서는 전혀 인지를 못하고 있는 듯하다. 올해 초 담뱃세를 인상시킬 때 정부가 내세웠던 가장 큰 명분은 ‘국민의 건강’이었다. 아무리 형식적이었다고 하더라도 정부는 국민의 건강에 대해서 김진태 의원이 언급한 흡연권이나 행복추구권 보다 훨씬 큰 가치라고 명분을 세웠기 때문에 담뱃값을 거의 2배가량 올리는 것이 가능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국민 건강을 위해서는 금연을 하는 것이 무조건 좋다. 흡연권, 행복추구권이 건강을 좋게 해 줄 리가 만무하다. 그리고 이렇게 김진태 의원이 반대를 하는 것을 보니 담뱃갑에 흡연 경고 그림은 반드시 시행되어야 할 법안인 것 같다. 그의 발언은 다르게 말하면 경고 그림이 삽입되면 흡연자들에게 흡연의 자유와 흡연으로 인한 행복이 사라질 것이라 말했기 때문이다. 이는 흡연을 못하게 된다는 뜻이고 금연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말과 다를 바 없다. 반대를 했던 사람이 오히려 반드시 해야 하는 이유를 역설적으로 설명해 주고 있는 꼴이 됐다.

담뱃갑에 경고 그림을 적용 시키는 법안은 이미 2002년 이후부터 무려 9차례에 걸쳐 발의되었으나 담배제조회사의 집요한 로비와 담배소매상 등의 반발로 무산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정부로서는 기획재정부의 세수 감소 우려도 한몫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건강을 위해 담뱃값을 배로 올려놓은 현재는 이런 제도적인 장치로 금연을 강제하지 않으면 그저 정부는 국민건강을 명분으로 삼아 증세만 한 꼴이 된다. 그리고 이번 무산처리는 그것을 몸소 보여준 것과 다를 바 없다.

현재 우리나라는 WHO의 FCTC(담배규제기본협약)비준 국가다. 때문에 담뱃갑 경고 그림의무화를 제도화해야 할 의무마저 있다. 이런 의무를 저버리면서까지 경고그림을 넣는 등의 금연 유도 법안을 반대한다면, 차라리 국민들에게 건강을 위해 세금을 올렸다는 말은 입에 올리지 않는 것이 오히려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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