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 디자인 김동운] 2020년 4월 건설노동자 38명이 사망한 이천 물류창고 화재 사고가 일어나면서 ‘위험의 외주화’라는 사회 문제가 여전히 만연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실제 2019년 산업재해 상위 13개 기업에서 숨진 노동자 51명 중 78%가 일용직을 포함한 하청업체 소속이었기 때문에 구조개선 필요성에 공감대가 모이고 있다.  

위험의 외주화란, 기업들이 유해하고 위험한 업무를 법과 제도의 도움으로부터 사각지대에 있는 하청업자 노동자 등 외부에 떠넘기는 현상을 말한다. 만약의 사고 발생 시 정규직 원청 노동자의 경우 각종 제도가 보호하고 있기 때문에 보상 등 책임을 져야 하지만, 하청업자 노동자의 경우는 이를 외면해도 큰 제재가 없기 때문에 원청 기업을 중심으로 위험의 외주화 현상이 비일비재하다.

원청 기업에게 있어 위험의 외주화는 시쳇말로 ‘꿀’ 같은 개념이다. 상시로 필요하지만 유해하고 위험한 작업을 분리해 하도급 형태로 하청업체들에게 외주를 주기 때문에 재해 발생 정도를 줄여 산재보험료를 감면 받을 수 있다. 또한 산재로 인한 책임 회피도 쉬워 원청 기업에게 여러 이득을 준다.

하지만 이러한 위험의 외주화는 이를 고스란히 수행해야 하는 하청 근로자에게는 목숨을 위협하는 덫일 수밖에 없다. 원청이 위험한 업무를 외주화 할 때 비용을 깎고 책임까지 하청에 떠넘기면서 안전관리가 자체가 소홀 하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불의의 사고 발생 시 법과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하청 노동자를 두 번 세 번 울리는 현상이 바로 위험의 외주화다. 이러한 점에서 원청의 위험의 외주화 현상은 꾸준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위험의 외주화가 세간에 알려지며 크게 공론화 된 것은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 협력업체 소속이었던 20대 노동자 김용균 씨가 기계에 끼어 숨진 이후다. 이 사고가 계기가 되어 위험의 외주화를 근절하자는 여론이 크게 일었고 '위험의 외주화 방지법' 또는 '김용균법'으로도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개정안이 2018년 12월 27일 국회를 통과하기도 했다. 참고로 김용균법은 취약계층의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해 유해·위험 작업의 도급을 제한하고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위험의 외주화는 여전히 만연해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등 끔찍한 비극을 반복하고 있다. 물론 여러 사건 이후 일부 근로자가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등 개선의 미동은 있었지만 여전히 수많은 하청 및 비정규직 노동자는 원청으로부터 헐값에, 또 안정망 없이 위험한 일을  떠안고 있다.

산재사망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1위 대한민국. 1994년부터 2016년까지 23년 동안 두 차례를 제외하고 21년간 OECD 1위를 놓치지 않은(?) 우리나라는 여기에 더해 위험의 외주화라는 문제까지 안고 있어 비정규직, 하청 근로자를 총과 방탄복 없이 전쟁터로 내몰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정치권을 중심으로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여러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지만, 기업의 뼈저린 자정의 노력 없이는 아직 갈 길은 멀어 보이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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