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민갑룡 경찰청장은 이날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청사에서 열린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 보고회'에서 고(故) 백남기 농민 사망, 평택 쌍용자동차 파업, 용산 화재 참사 등 경찰에 의한 과거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경찰력은 어떤 경우에도 남용돼서는 안 되며 절제된 가운데 행사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부분이 확인됐다"며 "원칙과 기준이 흔들리기도 했고 인권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부족했다"고 과오를 인정했다.

이어 "그로 인해 국민이 생명을 잃거나 다치는 등 고통을 겪었고, 그 과정에서 경찰관도 희생되는 등 아픔도 있었다"며 피해자 가족에게 사과하고 순직한 경찰관 가족에게도 위로의 뜻을 전했다.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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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낭독하던 민 청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2∼3초간 고개를 숙여 사과의 뜻을 밝혔다.

민 청장은 "어제(25일) 피해자와 유가족들을 만나 진심 어린 사과와 인권 경찰로 거듭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말씀드렸다"며 "경찰은 시민을 위해 존재한다는 근본을 가슴 깊이 새기며 피해자 상처를 치유하고 피해 회복과 화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또 "진상조사위 활동은 과거 잘못을 밝히는 데 그치는 게 아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미래로 나아가자 하는 각오이기도 하다"며 "위원회 권고를 존중해 경찰 운영의 제도와 시스템을 인권 친화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백남기 농민 사망을 계기로 집회·시위 현장에 대화 경찰관을 운영하고 있으며 살수차 사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경찰특공대 투입과 테이저건·다목적발사기 사용도 금지하는 등 개선책을 마련했다.

불법 사찰 논란을 빚은 정보 경찰에 대한 통제도 강화됐다. 경찰은 정보 활동의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고, 준법지원팀을 신설하는 등 통제시스템을 마련했다. 또 경찰의 법 집행으로 심각한 인권침해 행위가 발생하면 진상조사단을 운영하기로 했다.

민 청장은 "불법과 폭력에 대해 대응하는 것은 법의 명령이기도 하고 경찰의 기본 책무이기도 하다"면서도 "법 집행에 있어서 경찰력 행사를 적정하게 해야 한다는 것도 법의 명령이고 경찰의 책무"라고 말했다.

또한 "대법원 계류 중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는 점을 이해해줬으면 한다. 대법원 판단 취지에 따라 경찰에서 필요한 조치를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2015년 민중총궐기 집회와 관련해 주최 측에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경우 최근 법원의 화해 권고 결정이 내려졌다. 법원은 당초 경찰이 청구한 손해배상 금액의 약 절반가량인 1억9천여만원을 배상하라는 취지의 화해 권고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강정마을해군기지반대주민회, 금속노조삼성전자서비스지회 등으로 구성된 경찰 인권침해 사건 피해자 단체는 이날 성명을 내고 경찰청장의 사과를 환영했다.

피해자단체는 "어제 30여명의 피해 당사자들을 직접 만나 사과하고 피해자들에게 권고 이행 계획을 설명하고 의견을 청취한 데 이어 이뤄진 대국민 공식 사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취하하지 않은 데 대해서는 유감을 표했다.

한편 이들 단체는 "쌍용차 노동자들에 대한 가압류는 권고대로 해제를 완료했고 전향적인 검토를 언급한 것은 그나마 진전된 입장"이라면서도 "그러나 24억원에 이르는 손배소 철회에 대해서는 대법원 계류 중이라는 이유로 권고 이행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는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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