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 지난해 10월 16일 오후 7시쯤 대전의 한 아파트 단지 내에서 횡단보도에서 엄마와 함께 걷던 A(5) 양이 차에 치였다. 이 사고로 인해 당시 A 양의 어머니는 꼬리뼈가 골절되는 중상을 입었고 A 양은 그 자리에서 숨졌다. 

당시 이 사고는 일반 도로가 아닌 아파트의 사유지라는 이유로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중 횡단보도에서 사고를 일으킨 것에 대한 중과실 혐의가 인정되지 않았다. 때문에 A 양의 아빠는 2018년 초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도로교통법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의 맹점에 대한 청원을 올렸고 이 글에 22만 명이 동의하면서 큰 관심을 받은 바 있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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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14일 대전지법 형사4단독 이병삼 부장판사는 사고를 내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B(45) 씨에 금고 1년 4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을 했다. 

이 판사는 "안전보행이 담보되어야 할 아파트 단지 내에서 교통사고를 내 5세 아이가 숨지는 등 피고인의 과실이 중하다. 유족에게 회복이 불가능한 피해를 주고, 범행 후 한 사려 깊지 못한 행동 등을 참작할 때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아파트 내의 횡단보도에서도 보행자에 대한 안전보호의무를 다하지 않았따고 판단한 것이다.

일반 도로의 횡단보도 등에서 인명사고를 내면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12대 중과실’에 해당하여 엄한 처벌을 받게 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교통법상 아파트 단지 내 도로가 도로교통법상 도로에 포함되지 않아 사고가 나더라도 경찰이 개입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어느 곳보다 안전함을 느껴야 하는 장소가 오히려 법의 사각지대였던 것이다. 이로 인해 아파트 단지 내에서 발생하는 사고는 형사처분 없이 끝나는 경우가 많아 운전자들에게는 경각심이 부족하게 되고 피해자들은 큰 상처와 함께 억울함도 느껴야 했다. 따라서 이번 판결은 어느 정도는 이례적인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판결이 이례적이어서는 안 된다. 한 해 평균 아파트 단지 내에서 발생하는 교통사고 건수는 약 40만 건 이상으로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상황이고 우리나라가 주거 밀집 지역 특성이 강해 보행자들도 많기 때문에 아파트 내 도로의 보행자 안전 조치는 필수라 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아파트 등 주거시설 내 도로 역시 도로교통법을 동일하게 적용하여 관리를 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도 이에 대한 법적 보완이 시급한 상황이다. 

따라서 정부 역시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하여 연내 제정을 목표로 아파트 내 횡단보도처럼 도로가 아닌 구역에서도 보행자를 보호해야 할 의무를 모든 운전자에게 부과하고, 이를 어기면 처벌하는 내용의 관련 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당연히 안전할 것이라 믿었던 곳에서의 사고로 인해 가족을 잃는 억울함은 그 어떤 것과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신속한 법 개정으로 아파트 내 도로가 안전사각지대가 아닌 안전지대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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