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기자] 손으로 쓴 음란편지를 이웃 여성의 출입문에 6차례 끼워 둔 40대 남성이 파기 환송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지난 2013년 11월~12월 A(48)씨는 성행위를 연상케 하는 문장의 글과 그림으로 된 편지를 여성이 살고 있는 자신의 원룸 옆방 문에 6차례 끼워 넣은 혐의[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통신매체 이용 음란)]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과 2심은 A씨의 이 행위를 유죄로 판단하여 징역 1년을 선고하였고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의 실형을 명령했다.

하지만 이에 불복한 A씨는 상고하였고 대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법의 구체적 해석과 적용 등을 담당하는 대법원은 A씨가 통신 매체를 이용하지 않은 점에 대한 법리적 해석을 하였다.

A씨에게 적용된 성폭력처벌법 제13조는 전화, 우편, 컴퓨터, 그 밖의 통신매체를 이용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 음향, 글, 그림, 영상 또는 물건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사람에 대해 2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 출처/픽사베이

그런데 A씨는 우편이나 컴퓨터 등의 ‘통신매체’를 이용하지 않고 자신의 손으로 옆집의 문에 음란편지를 끼웠다. 음란편지는 피해자에게 갔지만 ‘통신매체’를 이용하지 않았다는 부분이 해당 법의 범위에서 벗어난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대한민국은 죄형법정주의(죄와 형벌을 미리 법률로써 규정하여야 한다)를 따르기 때문에 법률에 포함되지 않은 행위에 대해서는 처벌을 하지 못 하게 되어 있다. 이를 법률의 사각지대라 할 수 있는데 대법원의 판단으로는 A씨의 행위가 그 사각지대에 포함되어 있다고 본 것이다.

이에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하여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고(파기환송) 11일 대구지법 제4형사부(이상균 부장판사)는 A씨의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1년 실형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사회 통념상 A씨의 행위는 통신매체를 사용한 음란행위와 다를 바 없어 보인다. 하지만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통신매체를 이용하지 않고 직접 상대방에게 글 등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까지 포함해 처벌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범위를 벗어난 해석으로 실정법 이상으로 처벌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다"다며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법의 범위는 엄격하게 지켜져야 한다. 하지만 A씨의 행위의 골자는 통신매체를 이용하고 안 하고가 아닌 해당 행위를 함으로써 피해자가 느낀 수치심이다. 따라서 이를 처벌하기 위해서는 해당 법률의 개정이 필요하다 할 수 있다.

뭔가 A씨에게는 매우 행운이고 이득인 상황이지만 이를 무시하고 죄를 적용해서 처벌한다면 헌법이 금지하는 법률의 유추해석에 속할 수 있다. 때문에 현 상황에서는 어쩔 수가 없다. 조속히 해당 행위처럼 유사한 행위도 처벌할 수 있다는 내용을 포함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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