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기자] 범죄자들간에 의리가 진짜로 존재할까? 특히 공범 중 한 사람은 감옥에 갇혀있고 한 사람은 밖에서 자유를 누리고 있다면 말이다.

지난 7일 오후 인천지법 형사14부(신상렬 부장판사)는 선고공판에서 강도살인 혐의로 기소된 A(45)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007년 5월 21일 오전 1시 30분께 친구의 소개로 알게 된 B(45)씨와 함께 경기도 시흥의 한 공터에서 호프집 여사장 C(당시 42세)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금품을 빼앗은 혐의로 기소됐다.

하지만 A씨는 "사건 당일 새벽 B씨가 집으로 찾아와 현금 150만원을 줘서 받았을 뿐 강도살인 범행에 가담한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B씨가 전체적인 범행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고 매우 상세하게 진술하고 있다"며 "다른 객관적인 증거와 부합하고 B씨가 피고인을 무고할 특별한 이유도 없다"며 혐의를 인정했다.

A씨는 B씨가 검찰에 A씨가 자신이 저지른 살인행위의 공범이라는 편지를 보내면서 범죄 사실이 드러났다.

▲ 출처/픽사베이

범행 당시 특별한 소득이 없던 A씨는 이사를 가야 할 상황이 되자 B씨에게 강도짓을 할 것을 제안했다. 당시 B씨 역시 의류사업을 하다 1천500만원의 빚이 있어 궁한 상황이었다.

작당을 한 이들은 평소 친분이 있던 호프집 여사장 C씨에게 영업이 끝나면 술이나 한잔 하자고 유인했고 차량을 몰고 인적이 드문 공터에서 범행을 저질렀다.

이들은 갈취한 여주인의 신용카드로 현금 560만원을 인출했고 차 안에서 자신들의 지문이나 증거들이 발견될 것을 우려하여 시신과 함께 차량을 불태웠다.

하지만 곧 수사 중 B씨가 유력한 용의자로 수사 선상에 올랐고 이에 A씨는 B씨에게 옥바라지를 해 주겠다고 약속을 하여 B씨는 자신이 혼자 한 범행이라고 자백했다.

B씨는 자신의 혐의가 명백해진 이상 형량이 낮아질 것을 기대하지 못했고 따라서 누군가 밖에서 옥바라지를 해 주는 것이 그나마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A씨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그들의 ‘의리’는 2년을 넘지 못했다. 수감된 지 2년 만인 2009년 이후 A씨는 접견은 물론 영치금도 보내지 않으며 연락을 끊어버렸다. B씨는 이에 심한 배신감을 느끼고 밖에서 자유롭게 생활하는 A씨를 용서할 수 없어 A씨가 공범이라는 내용의 편지를 작성해 검찰에 보냈다.

검찰은 편지 내용을 검토한 결과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하여 재수사를 착수하였고 범행 현장에서 A씨의 지시로 B씨가 흉기를 사용해 C씨를 살해한 사실을 밝혀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 수법은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배려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냉혹했다"며 "사형을 구형한 검사의 의견에도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되지만 생명 자체를 박탈하기보다는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해 재범을 막고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게 하는 게 타당하다"며 A씨에게 무기징역을 양형 이유를 밝혔다.

무릇 사람은 자기 일이 아니면 무감각해지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자신을 대신해 감옥에서 생활하는 사람이 있더라도 자신이 아닌 이상 죄책감이나 책임감이 무뎌지기 십상인데, 살인을 저지를 정도의 윤리적 결여를 가진 사람에게 의리를 기대하는 것은 너무 순진한 발상이 아니었을까? B씨가 감옥에서 죗값을 치르는 동안 A씨는 B씨를 비웃으며 자유로운 생활을 만끽했을 것이다.

이른바 범죄자들 간에 의리는 없다. 철저하게 자신들의 이익에 따라서 행동할 뿐이다. 범죄를 저지르고 ‘의리’라는 아름다운 단어를 찾기 전에 눈앞의 이익을 위해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것이 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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