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기자] 대리운전 기사가 대리운전을 하던 중 고가도로 내리막에 차를 세우고 사라진 바람에 술에 취해 약 300m를 운전한 것은 음주운전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지난 3월 23일 임모(58)씨는 서울 구로구의 자신의 집으로 귀가하기 위해 대리기사를 불렀다.
한참 잠을 자던 임씨는 곧 눈을 떴는데 대리기사는 운전석에 없었고 차는 고가도로의 내리막길에 위태롭게 정차되어 있었다.

임씨는 300m를 운전하여 고가도로를 내려왔지만 결국 제대로 주차하지 못하고 2차로에 차를 세워둔 채 2km 가량의 거리를 걸어 집으로 돌아왔다. 이후 차로에 방치된 차량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임씨가 300m의 거리를 운전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 출처/픽사베이

이에 검찰은 임씨를 음주운전 혐의로 벌금 300만원의 약식기소에 처했다. 하지만 음주 운전하지 않기 위해 대리기사까지 불러서 실제로 타고 갔던 임씨는 억울함을 느끼고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이에 5일 서울남부지법 형사10단독 정욱도 판사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약식기소된 임모씨(58)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정 판사는 “차량이 내리막길 한가운데 있어 상당한 차량 정체가 발생하고 사고위험이 있었다”며 “임씨가 직접 운전하지 않고서는 단시간 내에 사고위험을 없애기 어려웠다”며 판결 이유를 밝혔다.

또한 임씨가 방향전환 없이 고가도로를 내려오기만 하고 차를 세운 후 집으로 걸어간 점 등을 미루어 임씨가 임의로 운전을 한 것이 아닌 현재의 위난을 피하기 위해 한 형법상 ‘긴급피난(자기나 타인의 생명, 신체, 자유, 재산에 대한 긴급한 위험을 피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행한 가해 행위)’으로 봤다.

이에 검찰은 법원의 판결에 불복, 항소했다.

그렇다면 도대체 대리기사는 왜 임씨를 도로 한 복판에 두고 간 것일까? 그 이유는 바로 임씨가 술김에 대리기사에게 ‘험한 말’을 했기 때문이다. 이에 불만을 품은 대리기사는 임씨가 잠들자 왕복 4차로인 개봉 고가도로 내리막에 차를 세우고 떠나버렸다.

대리기사는 음주 등의 이유로 운전을 할 수 없는 사람을 대신하여 운전을 해 주는 사람이다. 술 취한 사람의 주정이나 욕, 인격 모독을 들어주는 사람이 아니다. 주로 운전을 대신해 주는 대상이 술에 취한 사람이다 보니 이런 경우를 자주 겪기는 하지만 욕을 먹어야 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결국 원인제공은 임씨가 한 셈인데, 그렇다고 대리기사의 행위를 정당화 시킬 수는 없다.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던 매우 위험한 행위였기 때문이다. 만약 임씨가 사고라도 나서 다치거나 사망하기라도 했다면 그에 따른 미필적 고의(사고가 날 가능성에 대해 예견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의 발생을 인용한 심리상태)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결국 이번 사건은 임씨와 대리기사 모두 어느 정도의 잘못이 있다고 봐야 할 것으로 사고가 안 난 것을 천만 다행으로 여겨야 한다.

지나치게 과음을 하여 사리분별을 하지 못하는 경우엔 대리기사를 불러 혼자 보내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 이는 대리기사에게도, 차주에게도 위험일 수 있고 스트레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연말연시가 다가오고 있다. 술자리가 많아지는 요즘, 서로 존중할 수 있는 상태에서 서로에게 고마운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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