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문선아] 10월 9일 오늘은 세종대왕이 창제한 훈민정음을 세상에 공포한 것을 기념하고 한글의 우수성을 기리기 위한 국경일이다. 광복 후 양력 10월 9일로 확정됐으며 2006년부터는 국경일로 지정되어 기념하고 있다.

 

훈민정음의 가장 큰 업적 중 하나는 권력층에 집중되어 권력의 일부였던 ‘글’을 일반 백성들도 자유롭게 읽고 쓰게 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훈민정음 창제 후 백성들을 위한 문학들도 우후죽순 생겨났는데,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 소설로 기록에 남아 있는 것은 ‘홍길동전’이다.

고전 소설 ‘홍길동전’은 조선 중기 광해군 때 정치가이자 학자였던 허균에 의해 쓰여졌다. 부패한 사회를 개혁해 새로운 세상을 이루고자 했던 허균의 혁명적인 사상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는 이 소설은 당시 조선 사회의 모순을 비판한 최초의 사회 소설이기도 하다.

홍길동전의 간단한 줄거리는 이러하다. 양반 아버지와 첩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홍길동은 서자 출신으로 차별 받는다. 자신의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고, 비범함과 능력이 남달랐지만 벼슬에도 오르지 못한다. 이에 원통한 홍길동은 산으로 들어가게 되고 그곳에서 도적 떼의 소굴을 발견한다. 이미 지혜와 술법, 무술을 익혔던 길동은 도적 떼의 대장이 되고 조선 팔도를 다니며 못된 벼슬아치의 재물을 빼앗아 굶주리는 백성들에게 돌려줬다. 이 무리를 사람들은 의적으로 칭하며 활빈당으로 불렀고 홍길동은 계속해서 탐관오리의 재물을 빼앗아 백성들에게 나눠줬다.

이에 양반들의 원성이 높아지자 임금은 홍길동을 잡아드리려 하지만 실패하고 홍길동은 조선을 떠나 부하들과 함께 이름 모를 섬에 정착하여 살게 된다. 홍길동이 지내는 섬 옆에 율도국이라는 나라가 있었는데, 새 왕이 사치와 향락에 빠져 백성을 돌보지 않는다는 소문이 들려와 율도국을 정벌하고 율도국의 왕이 되어 나라를 다스렸다는 이야기다.

홍길동전에는 당시 조선시대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조선시대의 엄격했던 신분 제도와 사회에서 통용되던 적서차별, 양반이 원래의 부인 이외에 다른 여성을 배우자로 받아들이는 취첩 등을 알 수 있다. 또한 당시에도 관리들의 부정부패로 백성들이 피폐한 삶을 살았다는 것등을 짐작할 수 있다.

홍길동전의 주인공인 홍길동은 연산군 때 활약한 실존 도둑이다. 실존 도둑을 모티브로 따와 시대의 영웅으로 만든 허균은 많은 백성들이 홍길동의 활약을 통해 ‘사이다’ 같은 대리 만족을 느끼길 원했다.

작품을 쓴 허균은 양반 출신이지만 그는 가난한 백성들에게 관심을 보였다. 양반들이 쓰는 한문으로 되어 있는 소설을 일종의 차별이라고 느꼈던 허균은 ‘훈민정음’을 통해 한글 소설을 써 백성들도 문학을 즐기고 누릴 수 있게 했다.

허균의 바람처럼 홍길동전은 백성들에게 널리 읽혀졌으며 후에 김만중이 지은 ‘구운몽’ ‘사씨남정기’ 그리고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전우치전’ 등 후대 소설 창작의 큰 영향을 미쳤다. 훈민정음 창제 당시에도 양반들은 ‘언문’이라 천하게 여기며 한자를 고집했었다. 요즘 우리 현실도 다르지 않아 보인다. ‘한글’이라는 고유의 언어가 있음에도 각종 외래어, 외국어들이 한글보다 더 자연스럽게 쓰이고 있다. 한글날을 맞아 우리의 한글을 대하는 자세를 되돌아봐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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