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문선아] 신라 유적지 보고(寶庫) 경주에 9월 12일과 19일 이틀에 걸쳐 각각 규모 5.8과 규모 4.5의 가장 강력한 지진이 일어났다. 지붕과 담장 파손, 건물 균열 등 재산 피해는 물론 부상자까지 발생하는 등 1978년 기상청이 계기지진 관측을 시작한 이후 한반도에서 발생한 역대 최대 규모의 지진이었다.

이 지진으로 문화재 또한 비상이 걸렸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9월 22일 기준 문화재 피해규모는 100건 정도로 잠정 집계됐다. 그 중 ‘동양 최고의 천문대’라 불리는 첨성대의 중심축이 기울어졌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민들의 우려를 샀다.

 

경주에 있는 첨성대는 신라 선덕여왕 때 건립된 것으로 삼국유사에 따르면 선덕여왕 16년 백제인 아비지가 만든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첨성대(瞻星臺)는 한자 그대로 별을 바라보는 시설로 신라시대의 천문학과 기상학의 수준을 알 수 있다.

첨성대는 지어질 당시 천문학을 지배하던 기본 사상인 천원지방(天圓地方)설에 따라 땅을 뜻하는 네모난 기단석 위에 둥근 하늘을 뜻하는 둥근 몸체를 올려 만들었다. 네모난 기단석 위로 돌을 한 단, 한 단씩 올려 모두 28개단을 쌓았다. 둥근 몸통 부분인 원주부는 27단이나 맨 위의 정자석을 합치면 28단이 되고 맨 아래 기단석까지 합치면 29단이 된다. 또한 기단석과 정자석을 제외한 원주부에 사용된 석재 수는 3백62매이다.

이 숫자들은 모두 의미가 있는데 27단은 선덕 여왕의 27대, 28단은 기본 천체 별자리 28수, 29단은 한 달인 29일을 의미하고, 3백62개는 1년의 일수를 상징한다. 그리고 중간에 있는 네모난 출입구를 중심으로 창문 아래와 창문 위로 각기 12개의 단으로 쌓았다. 이것은 1년 12개월과 24절기를 상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첨성대에 숨겨진 과학적 비밀이 또 있다. 첨성대 중간에 있는 네모난 출입구는 기단석으로부터 높이 약 4.16m 되는 곳에 정남쪽을 향하여 배치하고 이를 통하여 햇빛이 그 안벽에 비추는 그림자의 위치와 길이에 따라 시간과 절기를 대략적으로 알 수 있게 했다.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춘분과 추분에는 태양 광선이 첨성대 밑바닥까지 비추게 돼 있고 낮이 길어지는 하지와 밤이 길어지는 동지에는 아랫부분에서 광선이 완전히 사라져 춘하추동의 나눠지는 점과 도달하는 점을 측정하는 역할을 했다.

기록에 따르면 신라에서는 첨성대를 통해 혜성 관측 기록이 32회, 일식은 29회나 관찰됐다고 전해진다. 신라인들은 과학적으로 만들어진 첨성대에서 주기적이고 체계적인 관측을 통해 혜성과 일식 등 하늘의 변화를 예측하고 활용하며 그것을 기록으로 남겨 후세에 전하였다.

별을 관측하는 곳이라 하기엔 넓은 평지에 덩그러니 서 있는 ‘첨성대’. 현대의 첨성대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지만 이전에 별을 관찰하던 첨성대 중 가장 큰 크기를 자랑하고 과학적으로 설계돼 있다. 이런 가치가 인정되어 첨성대는 국보 제31호로 보호되고 있다.

이번 지진으로 원래 중심축에서 북쪽으로 20.4㎝가 기울어졌던 데서 2.1㎝가 더 기울고 정자석의 남동쪽 모서리가 벌어지는 등 피해를 본 만큼 문화재가 더 이상 손상되지 않도록 당국의 주의와 관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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