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레드카펫, 화려한 의상의 세계적인 배우, 그리고 각 국의 관심 받는 영화들...무엇이 떠오르나? 바로 ‘국제 영화제’ 하면 떠오르는 것들이다. 이렇듯 각국에서 개최되는 ‘국제 영화제’는 전 세계의 영화가 어우러지는 그야말로 개방적인 축제로 국제적인 관심을 받는다. 그런데 대표적인 폐쇄적 국가 북한에서도 오는 16일 국제 영화제가 치러지는데, 내용이나 취지에서 일반 국제영화제와는 상이해 화제가 되고 있다.

평양 국제영화제는 북한에서 개최하는 유일한 국제영화제로 ‘영화광’으로 알려진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의해 1987년에 만들어져, 그 후 1990년부터 2년마다 한 번씩 9월에 열리고 있다. 올해는 오는 16일부터 23일까지 평양국제영화제가 치러진다.

▲ 출처 - YTN

북한의 국제영화제는 '국제'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다른 나라에서 열리는 국제 영화제와는 다른 형태와 내용으로 치러진다. 대표적으로 영화제의 꽃이라 불리는 '레드카펫' 행사가 진행되지 않고 외국인 관광객의 관람 기회도 제한하고 있는 등 많은 점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 이를 두고 국제영화제마저도 북한 사회의 ‘은둔적인 모습’이 묻어난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이렇듯 북한의 국제 영화제가 은둔적인 모습이 있기는 하지만 나름의 ‘국제’라는 수식어가 붙은 이유는 있다.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1987년 개최할 때의 취지가 <주요 강대국에 공식적으로 속하지 않거나 이에 대항하려는 국가들로 이뤄진 국제조직>, 이른바 ‘비동맹운동’ 국가 간의 문화 교류를 위해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를 나타내듯 평양 국제영화제의 정식 명칭은 '쁠럭불(비동맹) 가담 및 발전도상나라들의 평양영화축전'이다.

평양 국제 영화제는 최초 1983년 10월 평양에서 열린 제1차 비동맹 교육/문화장관 회의에서 비동맹국들이 개최를 합의했다. 그리고 그 뒤 1986년 9월 제8차 비동맹정상회의에서 최종적으로 평양 개최를 결정하였다. 참고로 대표적인 비동맹운동 국가로는 유고슬라비아, 인도, 가나, 파키스탄, 알제리, 리비아, 스리랑카, 이집트, 인도네시아, 쿠바,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북한 등이 있다.

평양 국제영화제의 몇 가지 특징을 살펴보면, 먼저 영화 선정 과정이 베일에 가려 있으며 정치적인 내용이나 갈등을 닮은 영화는 엄격히 제한된다. 그리고 ‘국제영화제’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인도나 베트남, 태국 등에서 만든 영화들이 제한적으로 상영될 뿐이고 특히 미국이나 한국 영화는 전혀 없다. 또한 외국인 관람객의 참가 역시 제한되는데, 1500파운드(약 220만원)를 내고 5일 일정의 평양 관광을 해야 영화제를 관람할 자격이 주어지며 그마저도 외국인 10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2008년부터 한 차례도 거르지 않고 평양영화제를 찾은 ‘비키 모히딘’은 북한은 영화를 관람하는 태도도 다른 나라들과는 사뭇 다르다고 전한다. 특히 그의 증언에 따르면 평양 주민들은 길거리 음식을 가지고 영화관에 들어와 음식을 먹으면서 영화를 본다. 그리고 아직 개방이 덜 된 문화 탓인지 영화 상영 도중 베드신이나 키스신이 나오면 ‘아 아’ 하는 감탄사를 뱉는 경우가 많은 등 다소 소란스러운 편이다.

이렇듯 북한의 폐쇄적인 정치의식이 반영된 평양 국제 영화제. 북한이 국제사회와 협력에서 뒷걸음질 치는 모습을 보이듯, 국제 영화제 역시 그들만의 잔치처럼 치르는 것이 ‘국제’라는 수식과는 다소 거리가 멀어 보인다. 또한 일각에서는 심각한 식량난을 겪고 있음에도 평양국제 영화제의 참가자와 배우들을 위한 음식이 호화롭게 준비되는 모습을 보며 비난하기도 한다. 부디 북한이 국제사회에 협력을 통해 진정한 의미의 국제 행사를 치르고, 더 나아가 세계 평화에 위반되는 행위를 멈추고 공존의 길로 나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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