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한지윤 에디터] 문장을 짧게 축약하고 기호 몇 개로 감정을 표현하는 ‘통신어’. 통신어는 시간을 크게 단축해 인터넷 생활에 윤택함을 가져온다는 이유로 온라인에서 널리 쓰여 왔다.

통신어의 특징은 온라인을 접하기 시작한 시기가 다른 ‘세대별’로 다른 양상을 띤다는 것인데 요즘, 10대들의 통신어인 ‘휴먼급식체’와 중년층의 통신어 ‘휴먼아재체’가 화제가 되고 있다.

 

첫 번째 ‘휴먼급식체’는 ‘휴먼○○체’로 불리는 폰트(font: 컴퓨터에서 사용하는 서체)의 이름과 ‘급식’을 먹는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들이 주로 사용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휴먼급식체의 특징은 ‘축약’되어있고 대부분이 ‘초성’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10대가 공유하고 있는 감성과 인터넷 문화, 혹은 대화를 하고 있는 인물들의 특정 상황에 대해 이해하고 있지 않으면 해석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휴먼급식체는 원래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쓰이던 은어였다. 그런데 이것이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로 확산되고, 인터넷 방송진행자들이 쓰던 유행어가 10대 시청자들한테 퍼져 자리 잡게 되었다. 즉, 휴먼급식체에서 쓰이는 표현은 서체와는 관계가 없는 ‘은어’라고 볼 수 있다.

휴먼급식체 표현의 예를 보면, ‘~ 하는 부분’, ‘~ 각’, ‘ㅇㅈ?’, ‘ㅇㄱㄹㅇ’, ‘ㅂㅂㅂㄱ’, ‘앙 기모띠’ 등이 있다. ‘~ 하는 부분’은 어떤 행위에 대한 당위성을 나타내거나 어떤 일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쓰인다. 그리고 ‘~각’은 어떤 상황에 대한 미래를 예측할 때 쓰인다. 또한 ‘ㅇㅈ?’은 인정?, ‘ㅇㄱㄹㅇ’은 ‘이거레알’, ‘ㅂㅂㅂㄱ’는 반박불가, ‘앙 기모띠’는 일본어에서 온 표현으로 기분이 좋다는 뜻을 의미한다.

휴먼급식체는 10대를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지만 보다시피 언어파괴 수준이라 소통에 문제를 줄 수 있다. 또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사용된 비속어나 패륜성 발언, 고인모독, 희화화를 그대로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기도 한다.

두 번째는 ‘휴먼아재체’로 중년 이상의 남성들이 온라인에서 자주 사용하는 말투를 말한다. ‘아재’는 아저씨의 낮춤말로 유행에 뒤처지거나 상황과 장소를 구분 못하고 썰렁한 농담이나 행동을 하는 사람을 놀리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본래 ‘아재개그’, ‘부장님개그’ 등 웃기지 않은 낡은 농담을 하는 아저씨 세대들을 비하하는 표현으로 쓰였지만, 최근에는 변화하는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는 중년 세대들에 대한 애처로움을 표현하는 데 쓰기도 한다.

휴먼아재체는 이모티콘(특히 ^^), 말줄임표, 물결표시 등을 과도하게 사용하고 ‘~ 덩’, ~ 소‘ 같이 10년 전 인터넷 세대들이 즐겨 사용하던 어미를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 ’좋다‘를 ’조오타‘처럼 늘린 발음을 표기하거나, 출신 지역과는 상관없이 사투리를 사용하기도 한다.

휴먼아재체의 특징은 휴먼급식체에 비해 쓰인 문장 자체는 이해하기 수월하다. 휴먼급식체는 축약된 표현이나 초성체와 같이 문장의 의미를 해칠만한 표현이 적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역시 변형된 한글 표현에 다가 특히 10대나 20대 초반 연령층에서 더 이상 이용하지 않는 표현으로 소통에 문제가 될 수 있다.

온라인 매체의 발달로 일상이 되다시피 한 ‘통신어’의 사용을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휴먼급식체와 휴먼아재체는 형태적으로 국어의 파괴일 뿐 아니라 특정 연령층에 대한 비하의 표현이 들어있고, 경우에 따라 말의 의미를 심하게 파괴해 오해를 불러오기도 한다. 때문에 각 세대의 문화가 담긴 통신어라고 해도 어느 정도는 정화가 필요해 보인다.

세대 간 서로 오해를 만드는 표현을 쓰기보다 누구나 사용하는 바른 언어를 사용함으로 오해의 소지를 줄여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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