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박진아] 박찬욱 감독이 무려 7년 만에 관객들을 만났습니다. 그것도 파격적인 노출신으로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된 <아가씨>라는 작품으로 말입니다.

영화는 어릴 적 부모를 잃고 후견인 이모부(조진웅)의 엄격한 보호 아래 살아가는 귀족 아가씨(김민희)를 중심으로 시작됩니다. 한 백작이 추천한 새로운 하녀가 그녀를 찾아오고, 매일 이모부의 서재에서 책을 읽는 것이 일상의 전부인 외로운 아가씨는 순박해 보이는 하녀에게 조금씩 의지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하녀의 정체는 유명한 여도둑의 딸로, 장물아비 손에서 자란 소매치기 고아 소녀 숙희(김태리)였고, 그녀는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게 될 아가씨를 유혹하여 돈을 가로채겠다는 사기꾼 백작(하정우)의 제안을 받고 아가씨가 백작을 사랑하게 만들기 위해 하녀가 된 것입니다. 그렇게 백작과 이모부 아가씨와 하녀 사이에서 돈과 마음을 뺏기 위해 서로 속고 속이는 모습을 3부로 담은 영화입니다.

파격적인 노출신 뿐 아니라 여러 가지로 이슈가 되고 있는 영화 아가씨는 청소년관람불가라는 등급에도 불구하고 관객수 약 250만 돌파(6월 9일 기준)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원작이라고 알려진 책 <핑거 스미스>에도 관심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원작 <핑거 스미스>는 2002년 영국 추리작가 협회 역사소설 부문상 등 각종 상을 휩쓴 세라 워터스의 대표 장편소설입니다. 소매치기들의 품에서 자라난 아이와 뒤바뀐 출생 그리고 유산 상속을 노리는 사기꾼들의 모습을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흥미진진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아가씨와 핑거스미스. 우선 제목에서 가장 큰 차이점을 알 수 있습니다. 핑거스미스는 은어로 ‘소매치기’라는 뜻인데요. 즉 책에서는 두 여자의 동성애를 다루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하녀가 주인공인 것이죠. 하지만 영화는 제목만큼이나 모든 스토리가 아가씨를 중심으로 이어집니다.

다음 등장인물입니다. 원작에서는 아가씨와 하녀, 백작과 삼촌이 등장합니다. 이모부가 아닌 삼촌이었다는 점 역시 차이점인데요. 영화에서는 아가씨가 이모로부터 영향을 받고, 이모부가 이모와 주인공에게 행하는 행위 등을 표현하기 위해 등장인물을 바꾼 것으로 보입니다.

세 번째. 원작에는 있지만 영화에는 표현되지 않은 가장 큰 부분이 있다면 바로 출생의 비밀이라는 부분입니다. 원작 핑거스미스는 두 주인공의 출생이 뒤바뀐 반전이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이런 부분을 생략한 점이 둘의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네 번째는 시대 상황입니다. 원작에서는 빅토리아 시대. 아가씨에서는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영화가 만들어 졌죠. 물론 이는 한국영화로서 배경과 시대를 비슷하게 표현하기 위해 설정한 것이지만, 19세기 영국의 사회 불평등한 계층화와 산업화의 폐해 등이 있었던 빅토리아 시대에 대해 정확히 안다면 원작을 이해하는데 더 큰 도움이 됩니다.

영화와 책은 기본적으로 관객과 독자를 만나는데 시간과 공간적인 제약 혹은 한계성이 다르기 때문에 표현되는 부분들이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영화 아가씨도, 원작소설 핑거스미스 모두 당시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고 단순 동성애가 아닌 그 이상의 의미들을 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영화 아가씨와 10여 년이 지나도 사랑을 받고 있는 핑거스미스. 단순한 비교 보다는 작품종류의 특징에 맞는 받아들임의 자세도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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