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영화 곡성이 인기리에 상영되며 어느새 500만 관객을 훌쩍 넘어섰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곡성을 본 관객 대부분은 나홍진 감독이 영화 안에 숨겨놓은 영화적 장치들을 조합해보며 극의 퍼즐을 맞추느라 한참을 돌이켜보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한 장치 중 화제가 되는 것이 있으니, 바로 사건 현장마다 걸려있는 왠지 꺼림칙한 ‘건초 무더기’다.

이 건초 무더기는 자세히 들여다보면 꽃망울이 해골모양을 하고 있어, 영화의 서늘한 분위기를 배가 시킨다. 때문에 많은 이들은 영화의 재미를 위해 만들어진 소품 혹은 그래픽으로 오해하기도 하지만, 놀랍게도 이 흉측해 보일 수도 있는 건초는 실제로 존재하는 ‘아름다운 꽃’이다. 심지어 꽃말은 ‘고백’을 뜻한다.

▲ 말린 금어초는 자세히 보면 '해골'을 연상시킨다. [사진/영화 '곡성' 스틸컷]

이 반전을 가진 꽃의 이름은 바로 ‘금어초’로 꽃모양이 헤엄치는 금붕어를 닮은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또한 용의 머리와도 닮았다고 해서 영어로 스냅드래곤(Snapdragon)이라 불린다. 금어초는 로마 시대부터 재배되어온 초화로 높이 0.2~1m 정도 자라며 꽃 길이는 4~6㎝이고 화관은 크다. 또한 금어초는 여러해살이꽃으로 가을에 파종한 것은 4∼5월에, 봄에 파종한 것은 5∼7월에 꽃이 핀다. 품종에 따라서 적색 ·백색 · 황색 ·주황색 화사한 빛깔을 띠며, 온대 지역에 약 40종이 분포한다.

활짝 핀 금어초는 꽃이 아름다운 이유로 화환이나 부케, 꽃꽂이 용도로 자주 애용되는데, 이러한 금어초가 ‘곡성’이라는 영화 속에서 고통과 비극의 상징으로 사용된 반전에는 이유가 있다. 이유는 바로 ‘금어초는 시들면 해골모양을 띄는 데’에서 착안한 것이다. 이에 나홍진 감독은 "한 줄기에 시든 봉우리 여러 개가 있는 모습들이 수많은 해골들이 뭉쳐져 있는 모습 같았다. 그 이미지를 접하고 이 영화에 등장하는 불행을 겪은 사람들에 대한 표현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금어초를 사용한 이유와 의미를 설명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금어초가 시든다고 해서 열이면 열 전부 해골 모양이 되는 것은 아니다. 100 송이를 키워서 말려봐야 그 중 몇 개만 해골 모양이 될 정도로 확률이 굉장히 적다. 때문에 곡성 제작팀은 농장 50평 정도를 빌려서 직접 금어초를 재배했고, 그걸 모두 거둬 말리고 선별하는 작업을 거쳐 한 상자 정도의 해골 모양 금어초를 얻었다고 한다.

아름다웠던 꽃이 시들면 해골로 변하는 반전의 꽃 ‘금어초’. 아름다운 꽃의 모양과 색 그리고 ‘고백’이라는 꽃말로 부케와 꽃꽂이로 애용되던 금어초가 영화적 발상으로 인해 불길한 요소로 사용 되었다니 참 놀랍다. 이러한 제작진의 상상력과 열정이 담긴 영화 ‘곡성’의 인기와 함께 ‘금붕어’, ‘용의머리’ 그리고 ‘해골’까지 참 다양한 모습을 가진 금어초에 대한 관심은 당분간 지속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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