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기자] 지난 17일 새벽 1시. 서울 서초구 서초동 한 상가의 남녀공용 화장실에서 A(23, 여)씨가 흉기에 찔린 채 발견됐다. A씨는 즉시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결국 숨을 거뒀다.

사건이 발생하고 9시간 후 경찰은 현장 인근을 배회하던 용의자 B씨(34)를 검거했다. 그런데 그의 살인 동기가 이상했다. B씨는 A씨와 전혀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으며 살해당하는 순간까지도 A씨는 전혀 살해당해야 할 이유가 없었다.

B씨는 경찰조사에서 "교회에 다닐 때, 여성들이 나를 자주 무시했다"며 "사회생활에서도 (여성들의) 무시를 당했다"며 충동적으로 살인을 했다고 진술했다.

B씨가 A씨를 살해한 이유에 대해 ‘여성들이 자신을 무시했기 때문’이라는 일종의 여성 혐오 적인 발언을 한 것이다.

B씨의 범행 동기가 알려지자 온라인에서는 남성 혐오 글이 쏟아지기 시작했고 이에 반박하는 남성들의 여성혐오 댓글들이 범람하기 시작했다. 게시물과 댓글 내용은 주로 이번 사건을 일반화 하여 한국 남성들을 모두 잠재적인 범죄자로 몰고 가는 내용이었고 남성들 역시 여성이 저질렀던 강력범죄들을 일반화 하며 서로를 혐오하고 있었다.

이성간 혐오 여론 형성은 피해자에 대한 모독이다. 

그러나 서로 오가는 댓글들은 이성에 대한 감정적인 소모성 글일 뿐 사건 해결이나 사회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것들이다. 이들은 왜 자신들도 이해할 수 없는 댓글들을 달면서 감정을 드러내는 것일까?

이들의 주장은 천편일률적이다. 서로 하나의 큰 사건을 예로 들어 일반화를 시킨다. 여성들은 이번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을 예로 들어 남성들을 매도하고 있고 남성들은 2014년 발생했던 ‘파주 전기톱 사건’을 예로 들어 여성을 매도하고 있다. 둘 다 가해자들의 특수한 정신 상태는 배제하고 일반인들에게도 이를 투영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현대사회에 오면서 남에 대한 ‘이해’를 할 여유가 사라지고 있다는 데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스트레스가 많은 사회에서 분노가 점점 쌓이고 있고 그 분노를 표출 할 수 있는 곳 중 가장 편하고 만만한 곳이 바로 온라인이다. 때문에 이런 공간에서라도 분노를 마음껏 표출하고 있는 동시에 이번 사건같이 이성간의 혐오를 나타낼 때에는 각각의 성이 소속감마저 제공하여 격한 댓글을 올릴수록 호응을 해주고 반응을 해준다. 상대에 대한 배려와 이해보다는 자신의 의견에 동조하는 것에 고취된다는 뜻이다.

때문에 이런 감정적이기만 한 소모성 이성 혐오 글들이 대량으로 쏟아지게 되었고, 평소 이런 글들에 동조하지 않았던 일반인들도 B씨의 ‘특수한’ 범행 동기와 더불어 이성들이 내지르는 감정적인 댓글에 감정이 격해져 참여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이성간의 혐오 분위기는 일파만파 퍼져나가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깊게 생각해야 할 것이 있다. 이런 끔찍한 사건에 피해자에게 애도를 표하는 것은 같은 ‘사람’으로서 당연히 가져야 하는 마음이다. 하지만 여기에 남혐, 여혐의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피해자에 대한 모독이며 오만이다. 왜 한 명의 정신이상자에게 살해를 당한 피해자가 모든 여성을 대표해야 하는 것인가? 그리고 왜 가해자 B씨는 모든 남성들의 대표적인 인물이 되어야 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여자친구가 끔찍하게 살해 당한 사실에 오열하는 남자친구는 남성이라는 이름으로 B씨와 같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인가?

A씨는 ‘여자라서’살해 당한 것이 아니다. B씨라는 무차별 살인의 의도를 가지고 있는 지극히 특수한 정신이상자에게 ‘너무나도 안타깝게 지독히 운이 없어’ 살해 당한 것이다. 그런 정신이상자의 비정상적인 살해 동기를 통해 이성간의 혐오 여론을 형성하는 것은 애도를 빙자한 자신들의 스트레스 해소 플랫폼을 찾은 것뿐이다.

따라서 이 시기에 남성에 대한 혐오를 나타내는 것도, 그리고 억울하단 식으로 여성에 대한 혐오를 나타내는 행위도 더 이상 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관심을 끌기 위해 일부러 심기를 건드리는 행위 역시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 이는 미리 경고하는 바이지만 어떻게든 그런 행위를 한 것에 대한 후회를 절대로 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명심해야 할 것이 현재 그렇게 댓글로 혐오하고 있는 이성에는 자신의 부모님도 해당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꽃다운 나이에 너무나도 어이없게 사망한 A양. 그녀의 죽음에 다른 의도는 갖지 말고 순수하게 애도를 표하기를 바란다. 그녀의 죽음이 불필요한 감정소모의 소재가 된다는 것은 너무나도 안타깝고 불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저 다시는 이런 사건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사회적으로, 제도적으로 예방법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하고 건설적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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