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기자] 본 기사는 'UFC Fight Night 서울' 대회를 프레스 미디어의 자격으로 참여하여 관전객으로서의 입장에서 보고, 듣고, 느껴 독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기획된 콘텐츠 입니다. 따라서 기자의 주관적인 내용이 다소 포함될 수 있습니다.

지난 시간에 이어 UFC Fight Night 서울 참관기를 계속 하겠다.

본 기자가 생각하는 국내 선수 중 가장 천재형 파이터가 누구냐고 꼽으라면 주저 없이 얘기 할 수 있는 선수 중 한명이 바로 최두호다. 최두호는 이번 대회 전까지 10연승을 달리고 있었으며 직전 대회의 경기 (vs 후안 푸이그)에서는 불과 18초 만에 승리를 따 낼 정도로 엄청난 기량을 뽐내고 있었다.

▲ 여유로운 모습의 최두호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최두호는 8경기에서 샘 시실리아와 페더급 매치를 치렀는데 샘 시실리아 역시 타격에 정평이 나 있는 선수로 두 타격가가 어떤 경기를 펼칠지 큰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경기가 시작되자 최두호는 강력한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고 샘 시실리아는 여러 차례 정타를 맞고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급기야 왼손 펀치를 맞고 쓰러졌고 최두호는 이를 놓치지 않고 정확한 파운딩을 날려 1라운드 1분30초 만에 TKO승을 거뒀다.

▲ 정확한 타격을 날리는 최두호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최두호는 승리를 거두고도 승리의 세리모니를 잠시 보이지 않고 양 허리에 손을 짚고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인터뷰에서 최두호는 그 때 당시 ‘아 이렇게 또 지나가는 구나’, ‘다행이다’ 이런 마음에 가만히 있었다가 ‘좀 더 이러고 있으면 멋있어 보이겠는걸’이라고 생각했다고 그 당시를 회상하는 엉뚱한 매력도 보였다. 최두호는 이날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준 선수에게 수여하는 '퍼포먼스 오브 더 나이트'(Performance of the Night)에 선정돼 함서희와 함께 보너스 5만 달러(약 5780만원)도 받았다.

▲ 승리를 거둔 최두호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최두호의 화끈한 경기력으로 난리가 난 장내는 그야말로 흥분의 도가니였다. 최두호가 퇴장할 때 까지 연신 최두호의 이름을 불렀고 그 소리는 쿵쾅쿵쾅 사람의 마음을 뜨겁게 만들고 있었다.

이렇게 분위기가 고조되어 있을 때 쯤 귀에 익숙한 등장 음악이 들려왔다. 사라 브라이트마의 ‘Time To Say Goodbye’. 바로 섹시야마 추성훈이었다. 추성훈은 최근 육아 예능에서도 맹활약 하는 등 국내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선수다. 이번 대회에서 추성훈의 출전은 가장 큰 이슈 중 하나였는데 지난 대회에서 승리를 거둔 만큼 추성훈에 대한 팬들의 기대는 하늘을 찔렀다.

▲ 맹타를 퍼붓는 추성훈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추성훈은 엄청난 근육질의 몸매를 뽐내며 9번째 경기에 올랐다. 상대는 추성훈과 같이 유도와 주짓수를 주 기술로 갖고 있는 알베르토 미나. 추성훈은 1라운드에 탐색을 하며 레그킥으로 미나의 다리를 공략했다. 2라운드에서 미나는 추성훈의 레그킥에 충격을 얻어 휘청거리기 시작하여 추성훈이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하지만 2라운드 후반 추성훈은 다급해진 미나의 펀치에 정타를 맞게 되었고 거의 경기를 포기해야 할 정도의 그로기 상태까지 데미지를 입게 된다.

▲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추성훈 (사진/사진공동취재단)

하지만 2라운드 종료 벨이 추성훈을 겨우 살려냈고 경기는 3라운드까지 가게 됐다. 가까스로 약간의 회복을 한 추성훈은 침착하게 공격을 하기 시작했고 3라운드 중반부터는 다리에 데미지를 입어 불편한 미나를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경기는 다시 추성훈에게로 돌아왔으나 시간은 부족했고 2라운드의 실점 때문에 추성훈은 아쉬운 패배를 기록하게 됐다.

▲ 아쉬운 패배를 기록한 추성훈(사진/사진공동취재단)

모처럼 한국에서 아키야마 요시히로라는 일본 이름 대신 한국이름인 추성훈으로 경기에 출전해 승리에 대한 갈망이 컸지만 결과는 매우 아쉬움을 남겼다.

추성훈의 아쉬운 패배를 뒤로 하고 현재 한국인 파이터 중 가장 잘 나가는 김동현이 코메인 이벤터로 출전했다. 원래 이 대회의 메인 이벤터인 마스비달과 경기를 치르려고 했지만 대전상대가 바뀌는 바람에 도미닉 워터스와 상대하게 되었다.

▲ 광고판 대신 태극기를 들고 나온 애국자 김동현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이날 김동현은 자신의 진가를 톡톡히 보여주는 경기를 하게 된다. 김동현은 워터스를 허리 후리기로 쓰러뜨린 후 후방에서 한 팔은 다리로 고정하고 다른 한 팔은 또 다른 손으로 꼼짝 못하게 한 후 무한 파운딩을 날려 결국 TKO승을 이뤄냈다. 이는 이전 대회에서 버크만을 상대 했을 때 유용했던 기술인데 이번에는 곧바로 승리까지 연결이 되었다.

▲ 특유의 매미권으로 승리를 거두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재밌는 장면이었지만 그만큼 엄청난 승리였기에 장내는 함성으로 가득했다. 거기에 장난끼 가득한 김동현의 세리모니와 표정은 한층 여유 있는 실력자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 팬서비스도 확실한 김동현 (사진/사진공동취재단)

김동현의 신승에 무르익을 만큼 무르익은 분위기에서 대망의 메인이벤트가 시작됐다. ‘Smooth’ 벤슨 헨더슨과 조지 마스비달의 경기. 웰터급 챔피언을 3차례나 방어한 세계 최고의 테크니션 벤슨 헨더슨과 엄청난 타격을 자랑하는 조지마스비달의 경기는 일순 관객들을 긴장시켰다.

▲ 강력한 타격을 주고 받는 벤슨 헨더슨과 조지 마스비달 (사진/사진공동취재단)

마스비달은 강력한 펀치와 하이킥으로 헨더슨을 압박했고 헨더슨은 위기의 순간마다 빠른 더킹으로 모면하며 차분하게 경기를 이끌었다. 포인트를 얻는 것을 위주로 전략을 짜 온 헨더슨은 후반부로 갈수록 마스비달을 강하게 밀어붙이며 공격을 했고 이 전략이 주효해 판정으로 승리를 가져왔다.

▲ 승리를 거둔 벤슨 헨더슨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이날 한국인인 어머니와 아내, 그리고 아들까지 모두 한국에 방문하여 경기를 지켜 본 벤슨 헨더슨의 가족들은 그야말로 축제의 분위기가 됐다.

▲ 가족들이 모두 한국을 방문한 벤슨 헨더슨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이렇게 벤슨 헨더슨의 승리를 마지막으로 모든 UFC Fight Night 서울의 경기가 끝이 났다. 경기는 성황이었으며 경기 내용 역시 다른 대회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화끈하고 이색적인 장면이 연출되었다. 특히 한국 파이터들이 이번 대회로 인해 세계무대에서 얼마나 통할 수 있을지를 어필하는 좋은 기회였다.

▲ 진행이 매끄러웠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경기 진행도 매우 매끄러웠고 생각보다 각 경기들의 간격이 짧아 빠른 진행이 가능했던 것 역시 인상적이었다.

다만 격투기라는 종목의 특성상 남성들의 점유율이 여성의 비율보다 훨씬 높다는 것을 감안하여 경기장의 화장실 등은 성비를 배분하는 섬세함이 있었어야 했다. 남자 화장실은 매 쉬는 시간마다 줄을 엄청나게 서 있어야 했고 그로 인해 냄새와 불쾌함이 가득했다. 이와 반대로 여자 화장실은 사용하는 사람이 없어 텅텅 비었는데 한 외국인이 소변을 참지 못해 비어있는 여자 화장실로 돌진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 안전요원의 말을 안 듣는 것은 물론 뒷사람의 시야도 가리는 행동을 했다 (출처/호랑호야)

또한 관람객들의 안전의식 부족이 아쉬웠다. 안전요원들이 선수들이 퇴장하는 출구에 설치한 펜스에 기대지 말라고 주의를 줘도 전혀 듣는 사람이 없었고 적극적으로 제지하려고 하면 “다른 사람들 다 하는데 왜 나한테만 제제를 가하냐”며 오히려 역정을 내 주위 사람들의 눈살을 찌부리게 했다.

이날 결국 벤슨 헨더슨이 퇴장할 때 한 관객이 펜스에서 떨어져 실신하는 사고가 발생해 벤슨 헨더슨이 깜짝 놀라며 그를 부축하려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보는 국제적 이벤트에서 이런 추태는 그 나라의 위상마저 떨어뜨리는 행위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 모든 경기가 끝나고 진행된 기자회견

기자회견까지 끝나고 나니 시간은 새벽 한시를 훌쩍 넘겨 버렸다. 사람들이 모두 빠져나간 공간은 공허한 느낌까지 났지만 격투기 팬들은 이 대회를 큰 선물로 생각하며 돌아가지 않았을가 싶다.

▲ 적막한 체조경기장

많은 볼거리와 이슈, 그리고 감동을 선사한 UFC Fight Night 서울. 성공적인 이번 대회로 인해 이 국제적인 격투기 이벤트는 다시 우리를 찾아 올 확률이 높아졌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다시 이 대회나 기타 국제적인 이벤트가 열리게 될 때에는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수준 높은 시민의식으로 진심으로 즐길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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