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기자]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죽음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하지만 어떻게 죽는 지에 대해서는 자유를 어디까지 허용해야 할까?

사람이 자연적으로 사망하는 것 외에 우리나라에서는 직접, 간접적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는 행위를 금지해 왔다.

하지만 1997년 보라매 병원 사건이 발생한 이후 ‘안락사’에 대한 논의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보라매 병원 사건이란, 1997년 12월 4일 오후 술에 취해 머리를 다친 김모씨가 보라매 병원에서 응급 수술을 받고 인공호흡기에 의존하고 있었는데, 부인 이모씨가 병원비를 감당하기 어렵고 회생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에서 퇴원을 결심한 사건이다. 이 퇴원이라는 것이 결론적으로는 김씨의 사망을 뜻하기 때문에 병원에서는 극구 만류했고 이씨는 사망해도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제출하고서 김씨를 퇴원시켰다.

▲ 출처/픽사베이

검찰은 중환자를 끝까지 치료하지 않고 퇴원 요구만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 의사에게 살인죄를 적용했다. 결국 이 의사는 1심에서 살인죄, 2심에서는 살인 방조죄, 대법원에서는 이를 확정지어 살인방조죄의 처벌을 받게 되었다.

이 사건 이후 전국의 병원은 관행적으로 회생불가능의 환자를 퇴원시키던 것을 중지하게 된다.

그러다 2008년 2월 15일에는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한 김모 할머니가 폐암 조직검사 도중 과다출혈에 의해 코마(의식불명)상태가 되었다.

식물인간 상태가 된 김 할머니의 가족들은 더 이상 연명치료가 무의미하다며 인공호흡기 사용을 중단할 것을 요청했으나 병원 측은 살인방조의 기소의 위험이 있었기 때문에 이를 거부했다.

이에 대법원까지 가는 소송이 벌어졌고 대법원은 "인공호흡기에 의존한 연명은 인격적 가치를 제한하기 때문에 병원은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직접적인 ‘존엄사’에 대한 용어를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환자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을 기초로 연명치료 중단을 허용하였기에 이 판결을 두고 ‘존엄사판결’이라 칭하였다.

이 사안은 결국 국회로 넘어가게 되고 2016년 1월 8일 대한민국 국회에서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안(웰다잉법)’이 통과하게 된다.

이 법률이 통과하자 그간 회복불가능인 상태에서 오랜 시간 연명치료를 해야 했던 가족들은 무의미한 상황에서의 비용 부담을 덜 수 있다며 환영하고, 종교단체 등 자연사 외의 사망을 인정하지 않는 곳에서는 환자 본인이 선택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환자의 생명권과 자기 선택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이 팽팽하다.

다만 안락사에는 두 가지가 있어 구분이 되는데 존엄사의 경우 소생이 불가능한 환자에게 의학적으로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소극적 안락사’를 의미하고 소생 가능성과는 무관하게 환자나 가족의 요청에 따라 치료를 중단하여 사망을 앞당기는 행위를 ‘적극적 안락사’라 한다.

여기서 존엄사법은 인위적인 것이 없이 자연사로 볼 수 있는 ‘소극적 안락사’만을 의미하고 적극적 안락사를 했을 경우에는 살인죄의 성립 여부가 문제가 될 수 있다.

2018년부터 시행될 예정인 존엄사법. 환자의 존엄성과 가족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이 법이 앞으로 사회에 죽음에 대한 인식을 어떻게 바꾸게 될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