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우리는 무엇을 소유하던 일정기간이 지나면 그 대상에 처음과 같은 끌림을 느끼지 못한다.

가장 가까운 예로 ‘스마트폰’을 생각해보자. 처음 구매를 하면 보호 비닐조차 쉽게 때지 못하고 하루 종일 손에서 놓지를 않으며 혹여나 떨어질까 또 흠집이 생길까 애지중지 하게 된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나고 일 년이 지나면 신제품 광고에 눈을 떼지 못한 채 어디든 툭툭 던져놓는다. 그렇게 또 새 스마트 폰으로 바꾸게 되지만 결국 같은 수순을 밟게 된다.

 

더 고가의 자동차는 어떤가? 혹여나 새로 산 차에 누군가를 태우기라도 하면 문을 세게 닫을까 신발에 흙이 묻진 않았을까 걱정은 물론 주차된 새 차를 누가 긁진 안을까 잠이 드는 순간까지도 눈앞에 아른거린다. 허나 이 또한 시간이 흘러가며 주변에 더 최신의 신차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고 언제부턴가는 광고 속 차를 보다 내차를 보면 오징어처럼 느끼게 마련이다.

더 나아가 남녀관계도 그러하다. 연애 초기에는 서로 손만 잡아도 찌릿찌릿 전기가 통하다가도 장기간 연애를 하다보면 언제 그랬냐는 듯 서로의 스킨십이 오히려 귀찮은 권태기가 찾아 온다.

하지만 누군가 우리에게 질릴 때 쯤 새로운 스마트 폰으로 교체를 해주고 신형 자동차를 몰게 해준다면 과연 어떨까.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날 만큼 신나는 일일 것이다. 조금 위험한 얘기지만 가끔은 남녀관계에서도 권태해질 때 쯤 상대를 바꿔 만난다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이런 인간의 본능적 욕구를 일컬어 일명 ‘쿨리지 효과’라 하는데 쿨리지 효과란 ‘고정된 대상에게는 성적 욕구가 얼마 지나지 않아 식어버리지만 대상이 바뀌면 새로운 성욕이 돋는 현상’을 일컫는 용어이다.

이 용어의 탄생은 1923년 미국의 30대 대통령이었던 캘빈 쿨리지 부부의 재미있는 일화에서 유래했다.

어느 날 쿨리지 대통령 부부는 어느 주지사의 농장을 방문했다. 영부인은 거기서 기르고 있는 수탉 한 마리가 여러 마리의 암컷을 거느리며 왕성한 성욕을 과시하는 것을 본 후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저 수탉은 참 정력이 대단하군요. 저렇게 많은 암컷들과 매일 관계를 가지면서도 전혀 지친 기색이 보이질 않는군요. 대통령 각하에게도 이 이야기를 좀 해주시겠어요?"라고 농장 주인에게 말했다.

여성편력이 심한 남편을 상대로 한 비아냥에 쿨리지 대통령은 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그럼 수탉들은 항상 같은 암탉과 관계를 하는가?" 라고 농부에게 물었다. 그러자 농부는 "아닙니다. 항상 다른 암탉하고 합니다"하고 대답했고 미소를 띤 쿨리지 대통령은 "그럼 그 얘기를 내 아내에게 전해주시오"라고 아내에게 응수했다고 한다.

이 같은 조금은 은밀한 쿨리지 대통령 부부의 신경전이 후에 인간에게 나타나는 하나의 욕구를 설명하는 심리 효과가 되었다.

쿨리지 현상은 재미로 볼 수도 있는 심리 현상이지만 인간의 혹은 모든 동물의 본능적인 심리이다. 이 심리현상은 앞서 설명한 스마트 폰이나 자동차 등 자신의 능력에 맞게 새로움을 찾아 자주 구매할 수 있는 소모품에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부부 관계나 연인관계 등 인간관계에서 쿨리지 효과는 사회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즉 보편적인 사회에서는 인간관계에서의 쿨리지 현상을 수용하지 않는다. 쿨리지 현상을 억누르는 인간의 또 다른 본능으로 남녀가 고차원의 사랑을 하고 자녀를 갖고 가정을 꾸리는 등 교미가 아닌 교감을 해나가기 때문이다.

익숙해진 대상에 소원해지고 새로운 대상을 보면 욕구가 샘솟는 동물적 본능 ‘쿨리지 현상’. 간혹 ‘일부다처제’ 혹은 ‘일처다부제’의 원시적 사회에서는 수용될지 모르지만 만약 보편적인 사회에서 누군가 쿨리지 현상을 본능이라며 그것에 따른다면 곧 인간 이하의 범죄자로 처벌을 받게 되고 거센 비난을 받을 수 있다.

우리는 번식과 쾌락의 본능만으로 교미를 하는 동물이 아닌 그 보다 고차원의 인간이기 때문이다. 쾌락과 본능 보다는 이성과 존중, 책임감으로 인간관계의 쿨리지 현상을 이겨내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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