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문선아 인턴] 네이버의 나눔고딕, HY울릉도, 윤명조, 산돌광수 등 웹 유저라면 한 번쯤 들어보고 써봤을 대표적인 폰트들이다. 이러한 폰트들은 과거엔 인쇄 분야에서 활약했지만 디지털 시대를 맞아 이제는 웹상에서 개인이나 기업의 특성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변화했다.

단순한 글씨체가 아닌 개인의 표현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폰트와 폰트 디자인. 우리에게 친숙한 HY로 시작하는 폰트를 만드는 한양정보통신을 만나보았다. 

Part1. 울릉도에 떠오르는 ‘해’와 닮은 HY울릉도체

- 먼저 자기소개와 함께 한양정보통신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한양정보통신은 1990년 3월에 설립된 한글을 포함한 전 세계 문자를 폰트로 개발하고 있는 폰트 전문 기업입니다. 대표적으로 한컴오피스에 들어가 있는 HY견고딕, HY헤드라인과 같은 HY로 시작하는 한양 서체를 개발하고 있으며, 그곳에서 저는 솔루션사업부 이사로 재직 중인 김 준입니다. 시선뉴스 구독자 여러분 반갑습니다.

▲ 한양정보통신은 1990년 3월 설립하였으며, 대표적으로 한컴오피스에 폰트를 제공 중에 있다(출처/한양정보통신)

- 네. 반갑습니다. 올해로 25년이 넘었는데요. 지향하고 있는 한양 서체들의 특징은 무엇일까요?

한양 서체의 특징은 가장 많은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진 기본적인 디자인이 강점입니다. 한컴오피스에 번들된 서체 외에도 MS Windows에 기본 서체로 공급될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아마 그래서 꾸준히 사랑받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웃음)

▲ 한양 서체의 특징은 많은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게끔 만들어진 기본적인 디자인이다. (출처/한양정보통신)

- 대표적인 폰트 중 ‘HY울릉도’ 탄생이 특이하다고요?

네. 울릉도체 같은 경우는 그 특징이 중성에 올 수 있는 ㅡ 혹은 ㅜ , ㅠ 같이 중성의 가로 획으로 그어지는 부분과 초성의 ㅇ(이응) 부분이 같이 만나면서 마치 동해에 해가 수평선에 딱 걸려있는 듯 한 디자인을 하고 있습니다. 동해의 울릉도 부근에서 떠오르는 해처럼 생각해 이를 한글 디자인과 연관 시켜 탄생한 것이 HY울릉도 서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정말 동해에 뜨고 있는 해 같네요. (웃음)

Part2. 11,172자의 비밀

- HY울릉도와 같은 폰트들이 어떻게 탄생되는지 궁금합니다. 제작 과정이 어떻게 되나요?

일단 기본적으로 폰트 시장에 나와 있는 서체들의 디자인 형태,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서체에 대한 시장조사를 합니다. 그다음에 폰트 디자이너들의 아이디어 스케치가 있고요, 내부 회의를 통해서 어느 정도 아이디어 스케치가 확정이 되면 결정된 안을 갖고 기본 자소를 만듭니다.

- 한글은 자음과 모음이 있어서 더 어려울 것 같아요.

그렇죠. 아무래도 한글 같은 경우는 자·모음뿐 아니라 초성 중성 종성으로 이루어진 조합형 한글이다 보니까, 기본적으로 그 디자인의 특징을 담아낼 수 있는 ㅁ(미음), ㅅ(시옷), ㅇ(이응) 혹은 ㅎ(히읗) 같은 특정 자소 디자인을 먼저 하고 여기서 파생되는 글자들을 또다시 디자인합니다.

예를 들어 ㅁ(미음)에서 파생되는 ㅂ(비읍), ㅅ(시옷)에서 파생되는 ㅈ(지읒)이나 ㅊ(치읓) 등 파생되는 글자들을 디자인을 해서 최소 초기에는 10자에서 20자 정도 스케치를 한 후 내부에서 다시 협의를 합니다. 그러면서 어느 정도 안정화된 스케치가 나오면 순차적으로 파생되는 글자들을 늘림으로써 최대 11,172자까지 만들어냅니다.

▲ 폰트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짧게는 6달에서 길게는 4~5년 정도의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출처/한양정보통신)

- 오 그렇군요. 폰트 디자이너들이 고생이 많겠네요. 아이디어가 좋아야 할 것 같아요.

실제로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보다, 끈기와 인내가 필요합니다. 폰트 11,172자를 만들기 위해서는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거든요.

- 아 그렇군요.

네. 폰트 디자이너가 폰트 회사에 입사를 했다고 해서 바로 폰트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닙니다. 비트맵 폰트에서부터 한 단계, 한 단계 올라가야 합니다. 그러면서 여러 가지 폰트들을 만드는 연습을 통해 한 4~5년 정도 지나야 독립적으로 폰트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 정말 오랜 시간이 걸리네요. 한글 폰트가 좀 어렵기는 해도 매력이 있을 것 같아요.

한글 자체가 갖고 있는 조형성과 과학성이 매력인 것 같습니다. 저희가 전 세계 언어를 다 만들고 있는데 어떤 문자를 보더라도 한글처럼 조형적인 아름다움과 과학적인 조합의 맞는 요런 글자는 없는 것 같아요.

Part3. 완성됨이 끝이 아니다, 계속적으로 업데이트 되는 폰트들

- 한양 서체의 경우 문자표를 사용할 때에도 그 폰트의 모양이 깨지지 않는데 그 이유가 있을까요?

그 이유는 저희가 폰트를 제작할 때 유니코드를 함께 제작하기 때문인데요. 컴퓨터나 통신에서 활용이 가능한 국제표준 코드인 유니코드라는 것이 있습니다. 한양의 경우 설립 이후부터 유니코드를 포함하여 폰트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 폰트는 한번 만들어지면 끝이 아니라 지속적인 관리 및 업데이트를 한다. (출처/한양정보통신)

- 유니코드까지 제작하려면, 기간도 만만치 않을 것 같습니다. 특히 지난해에 발표하신 HY고딕A1은 제작기간이 5년이었다고요?

네, 그렇습니다. HY고딕A1의 경우 본문과 제목을 같이 쓸 수 있도록 99가지의 굵기별로 폰트를 제작했기 때문에 아이디어 스케치부터 제품 출시까지 오랜 기간이 걸렸습니다. 기본적으로 한글 폰트는 만들어야 하는 자수가 많기 때문에 평균적인 제작기간은 6개월에서 1년 정도로 보시면 적당합니다.

- 디자이너에게 인내가 필요하다는 말이 실감이 나네요.

(웃음) 아무래도 그렇죠.

- 보통 폰트는 한 번 만들어지면 끝이라고 생각하는데,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를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80~90년대 같은 경우 주로 폰트가 쓰이던 분야는 출판·인쇄 분야입니다. 기존의 아날로그 폰트는 종이에 잉크가 묻혀서 책자로 나오는 과정이기 때문에 아주 세밀한 디테일이 살짝 떨어진다 하더라도 인쇄용 폰트로서 충분히 우수한 성능을 낼 수 있었어요. 그런데 요즘은 다양한 규격에 모니터와 LCD에 따라 폰트의 선명도 등이 달라지거든요. 그래서 디지털 폰트는 어떤 사이즈의 모니터에서 보더라도 그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여러 가지 업그레이드를 하게 됩니다.

- 그렇다면 많이 팔리는 서체가 좋은 서체인가요? 아니면 오랫동안 널리 사랑받는 서체가 좋은 서체인가요? (웃음)

둘 다 좋은 서체죠! 하하(웃음) 오랫동안 널리 사랑받는 것도 중요하고요, 많이 팔리는 것도 필요합니다. 그래서 가장 좋은 서체는 말 그대로 사용자들이 많이 사용하고 많이 사는 제품입니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폰트. 최소 6개월이라는 산고의 과정을 거쳐 탄생된다는 사실은 놀랍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문서작성이나 디자인으로만 활용했던 폰트가 더욱 다양한 산업에서 이용되고 있다고 한다. 아이디언 다음 편에서는 폰트 활용 분야와 폰트 산업에 미래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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