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정혜인 기자ㅣ국회는 일을 해야 마땅하다! 국민이 국회나 국가기관에 대해 자신의 의견이나 희망을 진술하는 국회의 ‘국민동의청원’. 그 중에 이슈가 되는 사안, 또는 이슈가 되어야 할 사안을 언박싱 해본다.

국민동의청원 (동의기간 2024-03-25 ~ 2024-04-24)
- 산후조리원 안전지침 의무화 요청
- 청원인 : 신**
- 청원분야 : 보건의료

청원내용 전문
안녕하세요. 저는 평택 조리원 낙상사고 피해자 아기 엄마입니다.

이 글을 쓰기까지 엄청난 고민과 기나긴 기다림에 몸도 마음도 지쳤습니다. 긴 글이 될 테지만 제발 이 글을 읽어주시고, 도와주세요. 두 번 다시는 저희 아이와 같은 신생아 낙상사고가 일어나지 않게 해주세요. 산후조리원에서 적절한 처분이 이루어지고, 기저귀를 교환할 때 반드시 한번에 한 명의 신생아만 교환하도록 지침을 만들고, 조리원 신생아실에 기저귀 교환대 가드설치, 바닥에 매트 설치 의무화가 실현되어, 앞으로 태어날 아이들이 잠깐이지만 안전하게 맡겨질 수 있도록, 또 출산한 산모가 마음 놓고 몸조리를 할 수 있도록.. 그래서 반복되는 사고가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부탁 드립니다!

둘째 아이를 출산한지 8일째 되던 날 낮 13시쯤 산부인과 담당의사와 조리원장이 저희 아이를 안고 조리원방으로 찾아왔습니다. 조리원장이 “아기가 혼자 꿈틀거리다 80cm 정도 되는 기저귀 교환대에서 떨어지는 걸 잡긴 잡았는데 바닥에 살짝 쿵 했다며 혹시 모르니 근처 종합병원에 가서 X-ray를 찍어봐야 할 것 같다” 라고 했습니다. 그 말을 믿은 제가 바보였어요. 조리원에서 제대로 상황을 설명해줬다면 바로 대학병원을 갈 수 있었을텐데...

그 말만 믿고, 조리복만 갈아입은 뒤 조리원장과 애기물품만 간단히 챙겨 종합병원으로 가려 하니 택시를 불러 가자는 거에요. 그래서 제가 친정 아버지께 전화 해 와줄 수 있냐고 통화하니 그제서야 그 조리원 관리팀장 차를 불러서 근처 종합병원으로 갔습니다. 그러나 종합병원 응급실에선 생후 8일 밖에 안된 신생아라 대학병원으로 가야 한다며 받아주지 않아 119를 타고 대학병원 소아 응급실로 이동했습니다. 차 안에서도 조리원장은 살짝 쿵 한거라 괜찮을 거라며 저를 안심시켰으나 이동 중에 아기 왼쪽 머리가 살짝 부어 있어 너무 불안했습니다.

대학병원 응급실에 도착한 건 14시 30분이 좀 안된 시간이 이였지만 대기하는 시간과 머리CT를 찍어야 해서 아기를 금식시키고 검사 하고 결과 나온 게 오후 5시가 다 되었습니다. 신경외과 의사가 보호자인 저를 불러 CT를 보여주며, 좌우 양쪽 두개골 골절에 뇌출혈이 3군데나 있으며, 지금 바로 신경외과 중환자실로 입원 수속을 밟으라는 거에요. 그래서 제가 살짝 쿵 했다는데 결과가 이렇게 나올 수 있냐니까 높은 곳에서 떨어진 게 아니면 이렇게 나오기는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그 소릴 듣자마자 간신히 정신줄 부여잡고 있었는데 그제서야 눈물이 줄줄 흘러 내렸습니다.

이어 의사가 뇌출혈 양이 증가하면 긴급 뇌 수술에 들어가야 하니 긴급 동의서를 작성하고, 혹여 수술 중 아기가 사망할 수도 있다고 말하는데 지금 내가 뭘 듣고 있는 건가 싶었습니다. 병원에서 최악의 경우까지 말해주는 거겠지만, 당시에 저는 미쳐버리는 줄 알았습니다. 그 결과와 동시에 아기에게 이것저것 머리에 붙이고, 간호사 분들이 분주해 졌습니다.

그 작디 작은 아기의 손등에 혈관을 잡는데 너무 가늘어 못 잡고 터지고, 반대 손등에 잡아도 터지고, 결국 나중에 중환자실 올라가서 발에 정맥을 통해 잡았더라고요. 그러는 동안 대학병원에서 사고라 의무 신고가 들어갔고, 경찰이 찾아왔습니다. 조리원장을 응급실 밖으로 분리시키고 저에게 이것저것 물었습니다. 이 정신 없는 상황에다가 아이가 저대로 아파만 하다 하늘나라로 가버릴까 봐 제발 우리 아이 좀 살려달라고 빌고 또 빌었습니다.

남편이 도착해 저랑 마주치자마자 저를 꼭 안아주더라고요. 얼마나 목놓아 울었는지 모르겠어요. 슬퍼할 시간도 없이 아기가 너무 어려 신경외과 중환자실보단 신생아 중환자실로 입원 시키고, 신경외과와 협업하는 걸로 입원수속을 밟았습니다. 한참 코로나 시국이라 면회도 일절 안 되서, 아기 얼굴도 볼 수도 없고,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모유를 유축해서 갖다 주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아기가 태어나고 8일째부터 한 달 가까이 생이별을 해야만 했습니다.

또 언제 긴급수술이 들어갈지도 몰라 병원에 있고 싶어도 있을 수 있는 곳도 없고, 집에 가 계시라고 하더군요. 애기를 입원시키고 병원을 나오는 시간은 저녁 7시. 그제서야 제 몸을 보니 말이 아니더군요. 7시간을 유축하지 못한 모유는 줄줄 흘러내리고 있고, 가슴은 땡땡하게 굳어 있었으며, 여태 몸이 아픈 줄 모르다가 남편 차에 타니 다시 한 번 이 상황을 실감했습니다.

무거운 마음으로 집으로 가는 길에 제가 경산모이기도 하고, 아무리 생각해도 돌쟁이 아기도 아니고 이제 태어난 지 8일 된 아기가 얼마나 움직이면 움직인다고 꼬물대다 혼자 떨어질까. 과연 살짝 쿵 했는데 두개골이 골절되고, 뇌출혈이 날까 의구심이 들었고, 이에 전국 조리원 낙상사고를 다 찾아보았습니다. 분당, 천안 등 조리원에서 낙상 사례들이 있더군요. 모두 증상은 골절에 뇌출혈. 모두 산모들에게 숨기다 외관상 이상이 있거나, 아기 머리에 부종이 나타나면 부모에게 알린 사례들이 였어요.

우리 아기도 같은 병명..왠지 살짝 쿵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집으로 가는 길 애 낳느냐 친정에 맡겨져 있는 첫째가 너무 보고 싶어 친정으로 갔습니다. 사고 소식에 너무 울어 퉁퉁 부어있는 우리 엄마, 날 보자마자 또 우는 엄마..그리고 분위기가 이상한지 눈치만 보는 우리 4살배기 첫째.. 첫째를 재우며 꼭 끌어안고 정말 계속 울기만 한 것 같습니다.

다음날, 신경외과 담당 교수님을 뵙기 위해 아침 일찍 대학병원 교수님께 갔습니다. 다시 한 번 아이의 CT를 보며, 설명을 해주시는데 심각한 2가지 문제가 있답니다. 한가지는 뇌출혈 양이 늘어나면 바로 뇌수술을 들어가야 된다는 것과, 좌.우 두개골 골절 중에 한 곳이 엇갈려 부러져서 계속 관찰해야겠지만 그 상태로 뼈가 붙어 자란다면 그 사이로 뇌가 튀어 나올 수 있어 커가면서 3차까지 계속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2~3년의 추적관리도 필요하다고..

진짜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마음이 너무나 저리고 아팠습니다. 그냥 다 필요 없고 우리 아이만 이대로 버텨서 아무 일 없길 바랬습니다. 사고 난 지 3일째, 경찰서에서 연락이 와 참고인 조사받으러 갔다가 CCTV영상을 보았는데… 이게 웬걸… CCTV영상 속에는 다른 아기가 기저귀 교환대에 혼자 울고 있자, 우리 아기를 그 옆에 눕히고, 우는 그 다른 아기를 안고 간호사 몸을 휙 돌렸는데 저희 아기 속싸개가 빨려 들어가 그대로 바닥으로 추락한 것 이였습니다..

하염없이 눈물만 났습니다. CCTV 영상을 보면서 산후조리원 측에서 사고가 난 지 30분이 지난 후에야 저에게 사고를 축소해서 알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바보같이 살짝 쿵 했다는 말만 믿고 우리 아기가 입원을 하기까지 이동하면서 말도 못하고 얼마나 아팠을까.. 조금 더 빨리 제대로 알았다면 다른 병원 들리지 않고 바로 대학병원으로 갈 수 있지 않았을까.. 조금 더 빨리 제대로 치료를 받을 수 있지 않았을까.. 사고 당일 조리원에 과학 수사대, 보건소, 경찰 등 와서 시뮬레이션을 했다는데 처음 설명과 달리 무려 96cm에서 낙상한 거래요.. 진짜 CCTV를 보고 온 날 잠도 못 자고 계속 생각나고 울다 지쳐 겨우 잠들면 진짜 가서 불지르는 꿈, 아기가 계속 떨어지는 장면 등 악몽에 시달렸습니다. 근데 아무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조금이라도 못된 짓을 하면 우리 아기 하늘 나라로 데려갈까 봐 잘못될까 봐 그저 아기가 잘 버텨주길 바라는 것 밖에요.. 입원해있는 동안 우리 아기는 CT를 몇 번을 찍었는지 몰라요.. 방사선이 신생아한테 너무 안 좋은건데…정말 다행히 한 달 조금 안되게 입원한 우리 아기는 무사히 퇴원 할 수 있었지만 머리뼈가 붙은 시간이 3개월나 걸릴 예정이라 머리가 움직이지 않게 집중관리가 필요했습니다.

덜 붙은 뼈가 어그러 질까 봐 카시트, 유모차 등 아무것도 태우지 못했고, 덕분에 당시 가정보육 중인 첫째를 친정에 한달 넘게 맡겼습니다. 둘째가 점점 머리뼈가 붙을 때 쯤 첫째가 둘째의 사고 전 후로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자다 일어나 뭐에 씌인 것처럼 울고, 달래도 진정이 안되고 점점 상태가 심해져 심리센터에 가서 검사하니 소아 야경증 이라네요.. 아이들만 괜찮다면 상관 없다 생각했지만, 저도 사람인지라 간사했나 봅니다. 몸조리도 되지 않은 상황에 몸도 마음도 너무 지쳐있었고, 우리 첫째까지 이런 고통들을 고스란히 받는 거 같아 엄마로써 너무 죄책감이 들었습니다. 정말 사건 이후 사는 게 사는 게 아니 였던 거 같아요. 근데 더 화가 나는 건 조리원 측의 대처였습니다.

사고 낸 당사자는 간호사였고, 사고 후 얼굴 한 번 본 적이 없습니다. 조리원의 대표원장이란 사람도 사과 한번 한적 없었습니다. 그러다 사건 5개월이 흐르는 쯔음 부산에서 비슷한 사고가 발생한 걸 뉴스로 접하게 되고, 또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사실에 이건 안되겠다 싶어 언론에 사고를 제보하여 기사나 났으나, 당시 다른 의료 관련 뉴스가 이슈화 되어 자연스레 기사는 묻혀졌고, 흐지부지 지나갔습니다. 또 한번 상처받는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냥 그 당시 때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비록 주기적으로 대학병원에 다니며 추적관리를 하고 있지만) 우리 아기가 잘 크고 있다고 생각이 들기도 해서 법의 심판만을 2년 가까이 기다렸습니다. 그러던 중 우여곡절 끝에 1년 6개월만에 드디어 CCTV 영상을 받을 수 있었고, 1년 7개월만에 수사결과 통지서가 우편으로 날아왔는데 조리원장과, 대표원장이 불송치(혐의 없음)이랍니다.. 분명 작년 까지만 해도 3명다 불구속 송치였는데.. 마지막 결정에서 혐의 없음으로 정정되었대요..사고가 일어난 날 저에게 거짓말한 조리원장이 혐의가 없다네요…거짓말 하지 않았다면 바로 대학병원으로 와서 시간을 지체하진 않았을텐데… 진짜 손이 온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또 다시 한 번 엉엉 울었습니다.

이렇게 긴 시간을 끌고 끌어서 나온 결론이 이거래요.. 진짜 우리나라에서 살기 싫었습니다. 세상에 이런 법이 어디 있는지… 피해자가 또다시 고통 받는 세상이였습니다. 더 화가 나는 건 조리원 측도 변호사를 선임했는지 피고 쪽 준비서면이란 서류가 저희한테 왔는데 버젓히 CCTV영상만으로도 사고가 어떻게 난 건지 알 수 있는데 간호사에 대해선 어떠한 경위에 의해 우리 아기가 바닥으로 떨어졌는지 여부를 정확히 알 수가 없다고 하고, 조리원장은 행정원장이라 신생아 관리까진 관리감독 할 수 없어서 책임이 없고, 대표원장은 간호사들의 구체적인 신생아 관리까진 관리감독 할 수 없어서 책임이 없고, 3명다 책임이 없다고 하네요.

그럼 우리아기의 낙상사고는 누구의 책임인 건가요?.. 또한 베테랑 경력의 간호사라 낙상예방교육을 할 필요가 없어서 저희 원고의 주장은 이유가 없다네요. 조리원측은 인력과 시설을 갖추고 있고 행정청에서 시정명령을 받은 적도 없으니 자기들은 잘못한 게 없다고 합니다...

오래된 경력이 있으면 교육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인건가요? 몇 년 차든 몇 개월 차든 교육은 주기적으로 해야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거 아닌가요? 이 서류 보면서 전 조리원 측의 책임 회피로 밖에 안보였어요… 여전히 저희는 주기적으로 대학병원에 다니며, 발달검사 및 추적관리를 하고 있으며, 진행중인 사건 관련 내용이 한번씩 올 때면 그 때의 기억이 떠올라 너무 힘들고 고통 받고 있습니다.

부디 저희 아기 사고 사례를 공론화 하여 두 번 다시는 이런 낙상사고가 일어나질 않길 바랍니다.. 산후조리원에서 책임을 회피하면서 이렇게 명확한 사고의 처리가 길어지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 너무 고통스럽습니다.. 누구도 저희 아이와 저희 부모와 같은 고통을 겪지 않기를 바랍니다. 산후조리원에서 적절한 처분이 이루어지고, 낙상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한 번에 한 명의 아이만 기저귀를 교환하도록 세부적인 지침을 만들고, 조리원 신생아실 처치대에 가드설치, 바닥에 매트 설치가 의무화 될 수 있는 법이 생겼으면 하는 마음에 이렇게 청원까지 올리게 되었습니다.

이 긴 글을 끝까지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드리며, 이 글에 귀 기울여 주세요. 다시 한 번 부탁 드립니다. 제발 도와주세요.

청원 UNBOXING
>> 신생아 낙상사고 사례

간호조무사의 신생아 학대 사실을 집단적으로 은폐한 병원 관계자들이 최근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해당 병원은 2022년 신생아 낙상 사고를 은폐했다 발각돼 병원 관계자들이 처벌된 바 있다.

검찰은 애초 경찰이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송치한 사건을 1년 동안 추가 수사해 해당 간호조무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했고, 재판 과정에서 다시 조직적인 증거인멸 등 사건 은폐를 시도한 정황을 발견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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