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정혜인 기자ㅣ메신저 앱부터 각종 OTT 앱까지. 일상에서 스마트폰을 자주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보통 여러 가지 앱을 깔아두고 이용한다. 다양한 연락망이 필요한 사람들은 각종 메신저 앱을, 영상 시청을 즐겨하는 사람들은 몇 가지 OTT 플랫폼을 동시에 이용한다. 이러한 현상을 ‘멀티 호밍’(multi-homing)이라고 부른다.

‘멀티 호밍’은 사용자들이 여러 플랫폼을 이용 목적에 따라 동시에 사용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한 플랫폼에서 다른 플랫폼으로 이동할 때도 멀티 호밍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서버 한 대로 두 개 이상 도메인 호스트를 지원하는 멀티 호스팅·노딩에서 유래한 IT 용어이기도 하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멀티 호밍이 이루어지는 대표적인 분야는 바로 OTT이다. 넷플릭스, 웨이브, 디즈니플러스 등 플랫폼마다 제공하는 콘텐츠가 상이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원하는 콘텐츠가 있는 플랫폼만 이용하다가, 다른 플랫폼의 신규 콘텐츠가 궁금해 새롭게 구독을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건국대 천종성 교수는 지난달 29일 한국방송연구학회가 발간하는 ‘방송통신연구’에 게재한 논문 ‘OTT 플랫폼의 수용과 전환: 20대 사용자의 사용 기간에 따른 만족과 습관이 지속 사용에 미치는 영향’에서 20대 OTT 이용자 251명에 대해 구조 모델 분석한 결과를 살펴보았다. 이 연구에서 2개 이상의 OTT를 이용한다고 응답한 참여자는 55.4%에 달했다.

메신저 앱에서는 멀티 호밍 이용자가 많지 않았으나, 지난해 카카오톡 서비스가 중단되며 라인·텔레그램 등 다른 메신저 앱 이용자가 늘었다. 당시 카카오 데이터센터에 화재가 발생해 모든 서비스가 다운되는 일이 있었는데, 카카오톡뿐만 아니라 다음을 비롯해 거의 모든 카카오계열 서비스들에 접속 장애가 발생했다.

카카오는 카카오T, 선물하기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했기에 피해 규모도 컸다. 카카오 서비스를 활용해 결제를 진행해 온 매장은 기본적인 영업이 불가능해졌고, 카카오바이크와 전동킥보드를 사용하던 시민들도 카카오T 오류로 반납할 수가 없었다. 마찬가지로 카카오T 택시 기사 역시 수입 창출이 불가능했고, 페이스톡을 사용하는 아이돌 팬 사인회도 연기하거나 다른 플랫폼을 이용해야 했다.

이를 계기로 카카오톡 이용자들은 멀티 호밍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었다. 개인뿐 아니라 공공기관·기업들도 카카오 ID와 연동된 각종 서비스 장애를 경험했으니, 위험을 분산시키기 위해서라도 다른 앱을 함께 사용하게 된 것이다.

한때 온라인 플랫폼 앱들은 멀티 호밍을 제한하는 행위를 하기도 했다. 자사 검색 결과 상단에 자사 상품 우대 배치, 입점 업체의 경쟁사 플랫폼 이용 방해, 입점 업체에 경쟁사 대비 최저가 보장 강압적 요구 등으로 자사 플랫폼만 이용하도록 유도했다. 지금은 공정위가 이를 법 위반으로 제재하고 있어 플랫폼이 멀티 호밍을 제한할 수 없다.

앞서 말한 OTT 플랫폼 멀티 호밍 이용자는 연령대가 다양했다면, 검색 플랫폼에서 멀티 호밍하는 이용자들은 10대였다. 2023년 오픈 서베이에 따르면 20~30대가 가장 많이 이용한 검색 플랫폼은 네이버였지만, 10대들은 유튜브, 구글, 트위터 순으로 사용했다. 즉, 이들은 다양한 검색엔진을 한 번에 다룰 수 있는 플랫폼을 선호하는 것이다. 온라인 플랫폼을 많이 이용하는 연령층이 MZ세대인 만큼, 앞으로는 멀티 호밍 현상이 더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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