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판단’이 아닌 ‘이해’하기 위해 <오펜하이머>를 만든 크리스토퍼 놀란

국가나 지역을 넘어 전 세계 각계각층에서 존경받는 사람들. 그런 역량을 갖춘 인재이자 국가나 기업을 ‘글로벌 리더’라고 부른다. 역사 속 그리고 현재의 시대를 이끌고 존경받는 사람들은 누가 있을까. 그들의 삶의 기록과 가치관 등을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시선뉴스=양원민 수습기자ㅣ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영화<오펜하이머>로 돌아왔다. 영화<다크 나이트>부터 <인터스텔라>까지 수많은 명작을 만든 그는 이미 국내에도 두터운 팬 층이 있다. 국내 개봉 첫날에만 55만 명의 관객이 관람한 <오펜하이머>를 만들기까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어떤 필모그래피를 쌓아왔을까.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계 입문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사진/wikimedia]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사진/wikimedia]

영국의 광고 기획자였던 브렌던 놀란과 미국인 항공 승무원이었던 크리스티나 사이에서 삼 형제 중 차남으로 태어난 크리스토퍼 놀란. 어렸을 때부터 미국과 영국을 오가며 성장했다. 어린 시절부터 영화 제작에 관심이 있었고, 아버지가 주신 카메라로 친구들과 영화를 만들고 놀기 시작했다. 런던에서 영문학 전공으로 진학했지만, 졸업 후 카메라 기사로 일하며 주말마다 촬영한 <미행>(Following 1998)으로 첫발을 딛는다.

영화계에 이름을 알리다
그는 <메멘토>(Memento 2001)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10분만 기억할 수 있는 단기 기억상실증에 걸린 남자가 사진, 메모, 문신으로 남긴 기록을 따라 범인을 찾는 추적 스릴러다. 이후로 <배트맨 비긴즈>(Batman Begins 2005)로 자리를 확고히 했으며 2008년 <다크 나이트>(Dark Knight 2008)로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영화 <다크 나이트>(Dark Knight 2008)

영화 '다크나이트[사진/네이버 스틸컷]
영화 <다크나이트>[사진/네이버 스틸컷]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다크 나이트>는 슈퍼히어로 영화 최초로 전 세계 박스오피스 10억 달러 돌파 영화가 되었다. 또 역대 배트맨 실사영화 시리즈는 물론, 역대 만화 원작 영화로서도 최고 수익을 거뒀다. 영화 자체의 완성도가 높았을 뿐만 아니라 극 중 ‘조커’를 연기했던 배우 ‘히스 레저’의 연기는 아직도 역대 최고의 ‘조커’로 회자된다. 또한 <다크 나이트> 이후로는 국내 팬층이 두텁게 생겼다.

각본가로서의 그의 자질

영화 인셉션[사진/네이버 스틸컷]
영화 <인셉션>[사진/네이버 스틸컷]

그가 직접 쓴 각본은 한 번만 보고는 이해가 안 되는 경향이 있다. 그가 각본을 쓴 영화로는 <인셉션>, <인터스텔라>, <테넷>이 있다.

영화<인셉션>은 ‘꿈’과 ‘무의식’에 대한 독창적인 설정과 해석, 치밀한 플롯과 적절하게 어우러진 이야기에 높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결말 부분에서 팽이가 돌아가는 장면은 다양한 해석을 낳기도 했다. 

<테넷>은 ‘시간을 되감기 하는 장치’를 이용해 진행되는 스토리로 어렵다는 평을 받았다.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면 큰 무리가 없지만, 시간순으로 배열해서 생각하는 순간 극히 어려운 영화로 돌변하기 때문이다. 앞선 <인셉션>보다 어렵다는 평이 많지만, 물체나 사람이 역재생하듯 시간대를 거스른다는 개념 자체가 매력적으로 다가온 작품이다.

끝으로 <인터스텔라>는 ‘사건의 지평선’, ‘블랙홀’ 등 천체물리학적 내용이 가미되어 있고 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냈다. 하지만 이런 용어들을 시각적으로 표현해낸 것에 높은 평가가 이어졌다. 

아날로그 애호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사진/wikimedia]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사진/wikimedia]

놀란 감독은 지독한 아날로그 애호가다. 심지어 스마트폰도 사용하지 않는다. 그는 아날로그 고집에 대해 “필름의 화질과 질감이 눈이 보이는 것과 비슷하게 세상을 포착하기 때문이다. 관객이 영화를 통해 현실의 감각을 느끼길 바란다.”라며 “그래픽보다 더 공감되고, 실제적이고 위협적이고 무게감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또 그는 극장 상영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OTT와 스마트폰으로 쉽게 접할 수 있는 시대인데도 말이다. 놀란 감독은 “극장 관람은 소설이 주는 주관적 경험을 관객들과 공감으로 연결시킨다. 영화관 관람의 고유하고 소중한 요소다.”라며 강조하면서도 “관객이 중요하다. 스크린 사이즈만 중요한 건 아니다”라며 관객들의 선택도 존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각종 순위

영화 인터스텔라[사진/네이버 스틸컷]
영화 <인터스텔라>[사진/네이버 스틸컷]

미국에 ‘IMDb’라는 영화 정보 모음 사이트가 있다. 450만 명의 X(구 트위터) 팔로워가 있을 정도로 인지도 있는 사이트인데, 사용자들이 매긴 별점을 기준으로 최소 25,000표 이상의 좋은 평가를 받은 영화 ‘IMDb Top 250’을 갖고 있다. 이 중 놀란 감독의 <다크 나이트>가 <쇼생크 탈출>, <대부>에 이어 역대 3위를 기록했다. 외에도 <인셉션>, <인터스텔라>, <메멘토> 등이 250위 안에 자리하고 있다.

‘The Numbers’라는 사이트는 박스오피스 수익을 추적해 데이터로 유지하는 사이트다. 2022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총 흥행 수익 감독’ 8위를 기록했다.

영화 <오펜하이머>

영화 오펜하이머[사진/네이버 포스터]
영화 <오펜하이머>[사진/네이버 포스터]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테넷> 이후로 3년 만에 <오펜하이머>에서 메가폰을 잡았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전쟁을 끝내기 위해 핵 개발 프로젝트인 ‘맨해튼 계획’에서 원자폭탄을 개발했던 물리학자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아날로그 마니아인 놀란 감독이 ‘핵폭발’을 컴퓨터 그래픽 없이 구현해낸다는 기대감에 관객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광복절날 개봉해 하루 만에 55만 명이 관람했고, 인기 상영관은 조조영화 시간대까지 다 매진이었다. 

<오펜하이머>의 한국 개봉과 더불어 한국을 방문한 놀란 감독은 tvN 예능 ‘알아두면 쓸데없는 지구별 잡학사전’(이하 ‘알쓸별잡’)에 출연했다. ‘알쓸별잡’ 패널인 이동진 영화평론가, 장항준 감독 등 업계 사람들의 다양한 질문에 솔직하게 답해주며 영화와 감독에 대해 시청자들이 궁금했던 부분들을 시원하게 긁어주기도 했다. 핵 개발을 선택해야 했던 ‘오펜하이머’의 서사와 심리, CG 없이 그려낸 핵폭발 장면 등은 영화<오펜하이머>를 통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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