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심재민 기자ㅣ꼭 알아야 하는 이슈, 알아두면 좋은 이슈, 2023년 7월 20일 가장 뜨거운 이슈를 ‘팩트’와 함께 전달합니다.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구명조끼도 지급받지 못한 채 집중호우 실종자 수색에 투입됐다가 순직한 고(故) 채수근 해병대 일병(상병으로 상급) 사건. 제대로 된 기본 메뉴얼이 지켜지지 않은 채 수색이 진행된 것이 알려지며 재난구조마저 인재가 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습니다. 이슈체크에서 <순직 ‘해병대원’ 안타까운 비극...‘구명조끼’ 매뉴얼 없었나?>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심 팀장) : 집중호우로 인한 안타까운 피해 소식이 이어지는 가운데, 수색 작업을 하던 군 장병의 사고까지 발생해 비통하게 하고 있습니다. 어떤 사고였습니까?

(정 기자) : 지난 18일부터 예천 지역 수해 현장에 투입된 해병대 1사단 포병대대 소속 채 일병은 19일 오전 9시 10분께 실종자 수색 도중 내성천 급류에 휩쓸리며 실종됐습니다. 채 일병은 실종 14시간 만인 19일 오후 11시 8분께 경북 예천군 내성천 고평대교 하류 400m 우측 지점에서 발견돼 해군포항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의료진에 의해 최종 사망 판정을 받았는데요. 해병대 측은 당시 수색에 나선 대원들에게 구명조끼를 입히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심 팀장) : 현재는 포항으로 이송된 상태죠?

(정 기자) : 네. 채 일병은 예천스타디움으로 옮겨진 뒤 20일 오전 0시 45분께 태극기에 덮여 해병대 헬기에 실려 해군포항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전우들은 하늘로 오르는 해병대 헬기를 향해 경례하며 굳은 표정으로 지켜봤는데요. 수색 현장 인근 숙소에 있던 채 일병 가족들도 소식을 접하고 119구급차와 승용차에 나눠 타고 해군포항병원으로 떠났습니다. 이 과정에서 가족들은 "중대장님 구명조끼만 입혔어도 살았을 텐데", "아이고, 아이고"라며 통곡해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습니다.

(심 팀장) : 재난구조마저 또 다시 희생을 만든, 정말 비통한 사건입니다. 채 일병의 신원이 알려지며 더 안타까움을 사고 있죠?

(정 기자) : 네. 20일 유가족과 소방 당국 등에 따르면 예천 수해 실종자 수색에 투입됐다가 내성천 급류에 휩쓸려 숨진 해병대 채수근(20) 일병은 전북도 소방본부에서 27년을 몸담은 소방대원의 외아들이었습니다. 1990년대 중반에 임용된 A 일병의 부친(57)은 아내와의 결혼 생활 10년 차에 어렵게 외아들을 품에 안았는데요. 고향이 전북 남원인 채 일병은 전주에서 대학에 다녔고, 대학 1학년을 마치고 해병대에 입대해 지난 5월 수료식을 치렀습니다. 그리고 해병대 1사단 포병대대 소속이 된 채 일병은 19일 오전 9시 3분께 예천 내성천 보문교 일대에서 전우들과 수해 실종자 수색 도중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고 끝내 주검으로 발견됐습니다.

(심 팀장) : 정말 안타까운 사고.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런데, 유가족분들의 말씀처럼 ‘구명조끼’만 입혔어도 이런 결과까지는 없었을 것 같기 때문에 더욱 화가납니다. 해병대 입장은 어떻습니까?

(정 기자) : 해병대사령부는 우선 유족에게 사과했습니다. 해병대는 20일 국방부 출입기자단에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호우피해 복구작전에서 임무를 수행하다 순직한 해병대원의 명복을 빈다"고 밝혔는데요. 그러면서 "유족 여러분께도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아울러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현재 해병대 수사단은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헌신하다 순직한 해병에 대해 최고의 예우를 갖춰 후속 조치를 진행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또 "해병대 안전단은 호우피해 복구작전에 투입된 부대의 안전 분야에 대해 전반적으로 점검하고 보완 중에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경북 예천 실종자 수색에 투입됐다가 숨진 고 채수근 상병 분향소가 마련된 포항 해병대 1사단 내 김대식관에서 채 상병의 어머니가 아들의 사진을 어루만지며 울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심 팀장) : 도대체 왜 ‘구명조끼’ 지급이 안 된 겁니까? 매뉴얼 상으로도 착용을 안하도록 되어 있나요?

(정 기자) : 우선 해병대는 "당시 상황을 고려하면 구명조끼를 착용하는 것이 맞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최용선 해병대 공보과장은 20일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당시 구명조끼는 하천변 수색 참가자들에게 지급이 안 됐다"며 "현장에서 어떤 판단을 했는지 조사를 진행 중이고 규정과 지침을 보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재난지역 수색 시 안전 매뉴얼이나 지침의 존재 여부와 그 내용에 대한 질의에는 "재난현장조치 매뉴얼이 있다"며 "내용 공개 여부는 검토해보겠다"고 답했습니다.

(심 팀장) : 아직도 재난구조와 수색작업이 여러 곳에서 이어지고 있는데, 정확한 안전 매뉴얼 잘 좀 지켜지길 당부합니다. 채 일병에 대한 예우가 잘 지켜져야 할텐데, 어떻습니까?

(정 기자) : 우선 집중호우 피해지역에서 실종자 수색 중 급류에 휩쓸려 순직한 고 채수근 해병이 일병에서 상병으로 추서됐습니다. 해병대에 따르면 병사의 추서 진급 권한은 대령 이상 지휘관에게 있으며, 고인의 추서 진급은 해병대 1사단장 권한으로 승인됐습니다.

(심 팀장) : 상급 이외에 군과 국가가 책임지고 고인에 대한 예우 끝까지 잘 이어나가길 바랍니다. 정치권에서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죠?

(정 기자) : 네. 여야는 20일 해병대 병사가 경북 예천 수해 실종자 수색 도중 급류에 휩쓸려 사망한 사건과 관련, 일제히 애도의 뜻을 표했습니다. 또 여야는 철저한 진상 규명과 함께 실종자 수색·수해 복구 과정에서 2차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방지책 마련도 주문했습니다.

먼저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족들에게는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며 "고인의 숭고한 헌신과 희생을 숙연하고 정중한 마음으로 기리고 최대한의 예우를 해야 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국민의힘 지도부는 회의 전 순직한 해병대원의 명복을 비는 묵념을 하고, 현역 의원들이 애도의 뜻을 담아 추모 성금을 모으기로 했다.

야당은 순직한 해병대 병사에 애도를 표하면서도 이번 사고를 '인재'(人災)로 규정해 철저한 진상 규명을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페이스북에 "또다시 반복된 인재"라며 "왜 기본이 지켜지지 않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적었다. 이 대표는 "살인 아니냐는 유가족분들의 애끊는 절규와 허망함에 주저앉아버린 동료 전우들의 모습에 가슴이 찢어진다"며 "부디 더 이상의 인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자"고 촉구했습니다.

안타까운 재난 재해 피해, 특히 곳곳에서 인재 요소가 드러나면서 비판과 개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수색과 재난구조 작업마저 기본이 지켜지지 않으면서 안타까운 희생을 만들어 걱정을 키우는데요. 앞으로도 군은 폭우 피해 현장에 장병들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비통한 참사와 사고들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안전대책 마련, 그리고 기본을 지키는 것에 제발 소홀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슈체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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