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오는 22일, 2020년 화제작 중 한 편이 개봉을 앞두고 있어 관객들의 기대가 뜨겁다. 1979년 제2의 권력이라고 불리던 중앙정보부장(이병헌)이 대통령 암살사건을 벌이기 전 40일간 이야기를 그린 영화 ‘남산의 부장들’이다.

남산의 부장들은 영화의 소재와 함께 명연기가 일품인 배우들 캐스팅으로도 제작발표 당시부터 개봉일을 손꼽아 기다리게 만들었다. 소위 관객들 사이에서 ‘믿고 본다’는 찬사를 받는 배우 이병헌, 이성민, 곽도원, 이희준이 주연을 맡아 은밀하고 자극적인 소재의 영화에 현실감을 불어넣었다는 후문. 그 중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25kg가까이 살을 찌워 몰라보게 변신한 이희준의 연기를 눈여겨 봐도 좋을 듯하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 곽상천(이희준 역) [사진/쇼박스 제공] 

체중을 늘려가면서 캐릭터에 분한 만큼 ‘남산의 부장들’에 대한 배우 이희준의 열정은 뜨거웠다. 배우 이희준이 맡은 배역은 당시 청와대 경호 실장 곽상천으로 극 중 '박통'에 충성하는 인물인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이병헌)과는 충성경쟁을 벌이며 사사건건 부딪친다. 실존 인물인 ‘차지철’을 모델로 한 인물인 만큼 그는 역할을 위해 3개월 만에 25㎏을 늘려 몸무게 100kg 거구로 변신했는데, 이에 대해 그는 “평소 엄격한 체중 관리를 하는 그에게 뱃살을 찌우는 것은 큰 도전이었다.”고 전한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 스틸컷 [사진/쇼박스 제공]

이희준은 외적인 변화 이외에 인물 내면을 이해하는 데도 온 힘을 쏟았다. 이희준은 "곽상천은 자기가 하는 일이 나라와 각하를 위한 일이라고 100% 확신하는, 어떻게 보면 순수한 인물인 것 같다. 그런 신념에 집중했다"면서 "처음 대본을 봤을 때는 이런 사람이 과연 있을까 생각했지만 촬영을 마쳤을 때는 그럴 수도 있구나 이해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기를 위해 "양극단에 있는 자료들을 모두 찾아봤다"며 영화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철저한 분석을 통해 섬세한 연기력을 보여주는 이희준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으로 뮤지컬, 드라마 등을 통해 경험을 쌓았다. 오랫동안 연기를 준비한 배우일 것 같지만 사실 그는 어릴 때부터 배우의 꿈을 갖고 살았던 것이 아니다. 영남대 공대로 진학한 이과생이었던 그는 대학 동아리 활동을 활발히 하며 학교생활 열심히 하는 지극히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배우 이희준 [사진/쇼박스 제공]

하지만 군대 입대를 며칠 앞두고 교통사고가 나 갑상선에 큰 문제가 생기게 되면서 군대에 가지 못할 상황에 처하게 됐고, 극단 단원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 지원해 연기의 길에 접어들게 되었다. 처음에는 아동극 <신데렐라>의 왕자 역할을 맡으며 연기를 했지만, 이 때부터 연기에 재미를 느껴 전문 배우가 되겠다고 결심했다고 했다. 이후 연기를 좀 더 제대로 배워보겠다는 생각으로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진학했다. 연기에 대한 그의 열정과 흥미가 얼마나 대단했는지는 그가 학교를 다녔던 8학기 내내 장학생이었다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본격 연기 활동을 시작하며 '넝쿨째 굴러온 당신'(2012)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이희준. 조각 같은 외모의 배우들 틈에서 특유의 연기력을 바탕으로 자상하고 훈훈한 캐릭터를 잘 살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팬층을 확보하게 되었으며, 영화 '마약왕' '미쓰백' 등에서는 어두운 연기까지 스펙트럼을 넓혔다.

배우 이희준 [사진/이희준 공식 페이스북]

그는 스스로를 ‘후천적인 배우’라고 부른다. 연기력을 타고난 것이 아니기에 연습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뿐만 아니라 대본에 쓰여 있는 대로 연기를 하는 것을 넘어 본인의 입에 맞도록 대사를 조금씩 고치면서 애드리브를 하는 것이 편하다고 한다. 그의 현실감 있고 세심한 연기의 비결은 바로 이 때문이다.

아울러 연기뿐만 아니라 삶에 있어 참 ‘열심히’인 배우 이희준. 그는 무려 25kg을 찌웠던 체중을 영화 개봉이 되기 전 모두 감량해 놀라움을 사기도 한다. 화보 촬영을 목표로 체중 감량에 매진, 촬영이 끝난 뒤 3개월 만에 다시 뺀 것. 이를 위해 이희준은 막판 보름 정도는 헬스장 앞 고시원에 들어가 하루 4번씩 운동을 할 만큼 열과 성을 다하기도 했다.

배우 이희준 [사진/이희준 공식 페이스북]

‘남산의 부장들’ 차기작으로 1990년대 콜롬비아 이민자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보고타'에 캐스팅된 이희준의 2020년이 더 기대되는 이유는 바로, 그의 이런 남다른 열정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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