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 교통사고를 낸 후 현장을 수습하지 않은 도주 차량이 피해자가 뒤쪽지 않았다고 해도 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미조치' 혐의를 적용해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25일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A(61) 씨의 상고심에서 사고 후 미조치 혐의에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대전지법 형사항소부에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A 씨는 지난 2016년 12월 아파트 단지의 상가 입구에서 면허도 없이 화물차를 운전해 후진하다 부근에서 주행 중인 승용차를 들이받은 뒤 그대로 도주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피해 차량 운전자가 약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다친 것과 관련해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상 도주차량 혐의를 적용했다. 또한 피해 차량의 수리비가 462만원가량 나온 데 대해서는 도로교통법 상 사고 후 미조치 혐의를 적용했다.

이 재판에서는 가해자인 A 씨가 도주할 당시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뒤쫓지 않은 점을 고려할 때 사고 후 미조치죄가 성립할 수 있겠느냐가 쟁점이 됐다.

위 사진은 사건과 관련 없음 (픽사베이)
위 사진은 사건과 관련 없음 (픽사베이)

 

도로교통법은 교통사고를 내 차량 등 물건을 파손한 경우 교통사고로 인한 장애물을 제거하는 등의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고 사고 현장을 이탈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데 1심과 2심은 "사고 후 미조치죄는 교통상 위험과 장해를 방지·제거해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하는 것이 목적이지 피해자의 물적 피해를 회복시켜 주기 위한 규정이 아니다.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추격하지 않는 경우에는 원활한 교통 확보를 위한 조처를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사고 후 미조치 혐의에 대한 무죄를 선고했다. 

대신 특가법상 도주차량 혐의는 인정했다. 1심은 징역 8월의 실형을 선고했고, 2심은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한 바 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A 씨의 사고 후 미조치 혐의가 인정된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실제로 피고인을 추격하지는 않았지만 사고 내용이나 피해 정도, 가해자인 피고인의 행태 등에 비춰 피고인을 추격하려 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추격 여부와 상관없이) 교통사고를 일으킨 피고인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도주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일반적으로 교통사고를 당한 피해자가 가해자를 쫓지 않을 이유를 찾는 것이 오히려 어렵지 않을까. 쫓는 행동을 미처 하지 못했을 뿐 A 씨가 가는 것을 마냥 방관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게 대법원의 판단인 것이다. 

사고를 냈으면 추가적인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작게 수습이 될 사고가 매우 큰 재난으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무죄에서 유죄가 선고된 A 씨는 사고 낸 것도 처벌을 받고 도주한 것도 처벌을 받게 생겼다. 차라리 그 때 도주하지 말고 수습이라도 잘 했더라면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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