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김민정] 안될 것을 알면서도 될 것 같다는 희망을 줘서 상대방을 끊임없이 고문 하는 것을 ‘희망고문’이라 한다.

애초에 희망을 주지 않으면 모든 것을 포기하고 깔끔하게 물러날 수 있지만, 약간의 희망을 미끼로 어떻게든 절망을 벗어나려 애쓰는 인간의 마음을 이용하는 고문 중의 고문이다.

26살의 계약직 여직원이 무려 2년 동안이나 “정규직으로 전환해주겠다”는 ‘희망고문’을 당하다가 끝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녀가 자살 아닌 자살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면 분노를 넘어 절망감마저 느껴진다.

▲ 사진출처/pixabay (이 사진은 해당 기사와 관련이 없음)

A씨는 대학을 조기졸업 하고 2012년 9월 한 경제단체에 인턴으로 입사해 중소기업 CEO들의 교육프로그램을 관리하며 능력을 인정받았다. 1년 후 계약이 종료됐으나 회사에서 그를 붙잡았다.

A씨는 퇴직을 결심한 상태였으나 “6개월 만 더 일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해 주겠다”는 희망고문에 넘어가 재계약을 했다.

A씨는 조금만 견디면 정규직이 될 수 있다는 희망에 온갖 어려움을 견디고 또 견뎌냈다. 136만원의 급여를 받으며 초과근무와 주말근무는 물론, 교육이 끝난 후 이어진 기업인들의 성추행과 스토킹까지 견뎌내야 했다.

견디다 못한 그는 상사에게 메일을 보내 “워크숍 회식 자리에서 한 기업 대표가 제게 블루스를 추자고 했다”, “팔, 어깨에 손 올리는 것은 물론이고 계속 저만 찾아 돌아다닌다.”라며 성추행 사실을 호소했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 돌아온 것은 ‘해고 통보’였다. 그리고 26일 만에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A씨는 유서에 “내가 꽤 긴 시간, 2년 동안 최선을 다하고 정을 쏟고 기대하고 미래를 그려나갔던 그 경험들이 날 배신하는 순간, 나는 그 동안 겨우 참아왔던 내 에너지들이 모조리 산산조각 나는 것 같더라…내가 순진한 걸까?”라는 절규를 남겼다.

A씨의 어머니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매일 울고 비통해 했다”며 “딸의 빈자리에 이사장 딸이 들어왔다”고 밝혀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20대 계약직 여성’이라는 가장 취약한 위치에서 숱한 희망고문을 당하며 홀로 고통스러워한 그를 어느 누구도 보호해 주지 않았다. 비정규직으로 인해 벌어지는 이러한 비극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할까?

현재 우리나라는 비정규직 채용 3년 뒤 정규직 전환 비율, OECD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고용률 70% 달성’을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지금의 현실은 과거 이명박 정부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 도리어 각종 규제 완화로 인한 ‘시간제 일자리’ 정책 등으로 비정규직 확대 정책을 내세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나, 내 가족, 그리고 내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고통 받고 있는 비정규직 문제. 정부의 적극적인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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