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유진] 전 국민 유행어 ‘앙대여!’,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 그쵸?’ 하면 생각나는 개그우먼 김영희는 신인 때부터 주목받기 시작해 곧 10년차를 바라보고 있다. 여러 무대를 누비며 앞으로도 많은 캐릭터를 보여주고 싶다는 그녀. 개그우먼 김영희를 만나보자.

PART 1. 개그맨 공채부터 연극 배우까지, 김영희의 개그 인생 이야기

[출처_김영희 제공]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개그우먼 김영희입니다.

-개그우먼이 되어야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무엇인가요?

저는 대구가 고향이어서 서울의 문화적인 것은 크게 경험을 하지 못해서 개그맨이라는 직업이 있는 줄도 몰랐어요. 그리고 그 당시에는 개그맨도 가수처럼 길거리 캐스팅인가보다 했는데, 제 고등학교 후배가 예원예술대학교 코미디학과라는 곳을 입학해서 다니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어? 내가 더 웃겼는데?’ 싶어서 그때서야 ‘아 저런 직업이 있구나, 저 직업을 위해서 대학로를 거치고 하는구나.’ 하고 알았어요. 저는 그전까지는 그냥 동네 개그맨으로 있다가 대학 졸업도 다 하고, 나중에 ‘한 번 해보자’ 해서 대학로 시험을 치고 얼떨결에 하게 됐어요. 저는 오히려 개그우먼이라는 직업을 선택한 후에 즐거움을 느끼고 더 깊이 빠졌던 것 같아요.

[출처_김영희 제공]

-OBS, KBS, MBC 개그맨 공채를 3번 합격한 신화를 썼다고 들었어요. 그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요?

저는 비교적 무명생활이 길지는 않았는데 사실 여기저기를 철새처럼 많이 다녀왔죠. 개그맨 시험을 치면서는 어느 선에서 어떻게 해야 뽑힌다는 게 감이 좀 잡히더라고요. 그래서 시험을 치면서의 어려움은 크게 없었고 또 자신도 있었는데, 사실 시험 치는 것보다 오히려 되고 난 후가 더 중요하거든요. 그거는 되고 나서야 알았어요.

-공채 합격 비결에 대해서도 궁금한데, 미래의 후배들을 위해 시험 팁 같은 걸 알려준다면요?

팁이라고 할 것 까지는 없지만 저는 무식해서 용감하다고... 모르니까 가능한 일 같았어요. 또 ‘꼭 되어야지!’ 하고 보면 분명히 실수가 있고, 100에서 50밖에 못 보여주는데 ‘여기 아니면 딴 데 가야지’, ‘이거 아니면 딴 거 하면 돼’ 같은 마음으로 되도 그만, 안 되도 그만으로 보니까 되더라고요. 물론 대충 임했다는 건 아니고요(하하). 어차피 앞에 심사위원들은 다시 안 볼 사이잖아요. 내가 되면 계속 보겠지만요. 그런 마음으로 하니까 다 되더라고요.

[출처_KBS2 개그콘서트 방송 화면]

-지금까지 활동하면서 여러 코너를 맡았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코너는 어떤 건가요?

‘두분토론’이랑 ‘끝사랑’이요. ‘두분토론’은 저를 알리는데 큰 역할을 했어요. 신인으로서 처음 하는 코너이기도 했고요. 정말 감회가 새로웠죠. ‘끝사랑’은 제 스스로 생각하기에 거의 마침표 같은, 물론 앞으로도 더 많은 캐릭터들을 보여드리고 싶은 욕망은 있지만 저에게 한 번의 전성기를 더 갖다 준 느낌이에요. 그래서 그 2가지 코너를 정말로 잊지 못하죠.

- 개그 프로그램에 전성기와 침체기의 많은 변화가 있었죠. 앞으로 개그맨들이 어떻게 하면 활약할 수 있을까요?

사실 저도 잘 모르겠어요. 시대의 변화가 너무 빨라서, 사실 개그맨이 되고 나서는 영원히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어디까지나 대중의 선택을 받는 직업이잖아요. 저희가 준비한 걸 100이면 100 다 보여줄 수가 없고, 그러다 보니까 개인이 다른 일을 찾는 경우가 되게 많아요. 제 후배들만 해도 유튜브 쪽으로 가거나, 아예 다른 직업을 찾은 후배도 있고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제일 중요한 게 그래도 ‘새 얼굴’ 같거든요. 기존의 얼굴은 기대치가 있기 때문에 그 이상을 보여주지 않는 한 제 자리 걸음인 것 같고, 반대로 새 얼굴들은 조금만 튀어도 확 보인단 말이에요. 그런 후배들을 도와줄 수 있는 선배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출처_김영희 인스타그램]

- 개그계는 선후배 관계가 돈독한 것 같아요. 영희 씨가 가장 존경하는 선배는 누구인가요?

저는 신인 때부터 계속 한결같아요. 박영진 선배. 저한테는 개그적인 면에서도 엄청난 분이시고 말씀도 너무 잘 하시고...음... 그리고 뭔가 굉장히 진국이세요(하하). 제가 신인 때 ‘두분 토론’이라는 코너를 남자 선배들하고 같이 한 거잖아요. 저는 거기서 막내였고 여자였는데, 그때 굉장히 여린 부분이 많고 해서 선배들도 힘들었을 거예요. 남자끼리만 하는 거랑은 또 느낌이 다르니까. 그런데 저한테 신경 안 써주시는 것 같으면서도 하나하나 힘을 많이 주셨어요.

-선배와 같이 코너를 하던 당시에 어떤 부분이 힘이 많이 됐나요?

옛날에 썼던 일기를 한 번 뒤져보니까 제가 ‘두분토론’ 때 계속 NG를 내고 슬럼프가 있었더라고요. 그때 ‘기살리기 프로젝트’라는 걸 해주셨어요. 선배가 원래 그런 성격이 아니신 분인데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시간을 내서 영화관에 가서 같이 영화도 보고, 밥도 사먹고 했었어요. 저도 까먹고 있다가 일기를 보고서 다시 상기를 시켰거든요. 그래서 저는 죽을 때 까지도 그 선배님이 제일 감사한 선배님으로 남을 것 같아요. 그리고 후배들이 영진선배를 안 좋아하는 후배가 없어요. 저는 선배들한테 인정받는 사람도 좋지만 후배가 인정하는 사람이 진짜인 것 같거든요.

[출처_김영희 인스타그램]

- 얼마 전에‘드립걸즈’ 공연을 했는데, 매번 관객과 함께 스토리를 만드는 공연이더라고요. 공연을 하면서 어땠는지 궁금해요.

드립걸즈는 제가 4시즌을 함께 해오고 있는 공연이에요. 일단 공연을 하면서 애드립이나 관객들하고 노는 것 자체가 많이 늘었어요. 이전에 하던 코너들은 합을 맞춰야 하는 거니까 애드립을 크게 발휘할 수 없었다면, ‘드립걸즈’를 통해서 즉흥적인 능력이 생겼고, 짜인 틀에 크게 얽매이지 않는 공연이라 순간순간이 너무 재미있었어요.

-공연 중 기억에 남는 돌발 상황이나 재미있었던 에피소드도 있나요?

저는 거의 중년 관객 분들과 장난을 치고 했는데요. 중년 관객 분들이 되게 편하고 재미있었어요. 한 번은 어떤 중년아저씨가 제 볼에 뽀뽀를 해주셔가지고... 처음 보는 남자 관객한테 받은 뽀뽀가 아닌가(하하)

- 정말 돌발상황이네요. 혹시 당황하지는 않으셨나요?

네, 저는 전혀요. 저한테는 일단 너무나 소중한 팬이시기 때문에 그런 같이 만들어가면서 생기는 돌발 상황들이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출처_김영희 제공]

- 새로운 공연 ‘홈쇼핑주식회사’에서 맡은 '신데라' 는 어떤 역할인가요?

말실수를 해서 나락으로 떨어진 개그우먼 역을 맡았습니다. 어떻게 보면 저랑 흡사한데요(하하). 저는 신인일 때 선배들보다도 빨리 예능을 시작했던 편이라 저를 내비게이션 해줄 사람이 없었어요. 그런데 그때 ‘두분토론’을 하다 보니 저도 모르게 예능에서도 남자 게스트랑 다른 의견을 내야 된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어떻게든 웃기려고 용쓰고 애쓰고 하다 보니 결국에는 화살이 다 돌아오더라고요. 나중에 정찬우 선배님이 해주신 말이 “이제 앙대여 김영희, 두분토론 김영희가 아니라 방송에서는 그냥 김영희가 나와야된다”라고 하시더라고요. 저는 그걸 너무 늦게 안거죠.

-벌써 1부의 마지막 질문이네요. 김영희 씨에게 ‘개그’란 무엇인가요?

개그란 ‘거울’이요. 그냥 보이는 그대로인 것 같아요. 개그 프로를 할 때 뭔가 작위적이지도 않고 크게 다르지 않은... 제가 해온 역할들이 4차원, 5차원 캐릭터는 아니었거든요. 주변에 있을만한 캐릭터를 그대로 투영했던 것들이 많아서... 저는 사실 그대로의 개그, 리얼한 개그가 제 개그라 거울이라고 하고 싶어요.

인터뷰를 통해 개그우먼 김영희의 개그 인생과 직업적인 고충까지도 들어볼 수 있었다. 다음 시간에는 김영희의 좀 더 깊고 진솔한 인간적인 이야기, 앞으로의 활동 계획에 대해 들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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