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김태웅 / 디자인 김미양] 남과 북을 오가며 활동한 스파이를 다룬 실화 기반 첩보영화 ‘공작’의 인기가 매우 높다. 너무나 사실적인 구성과 의외의 장면들로 영화를 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어디까지 사실이지?’라는 물음을 던지고 있다. 그래서 준비했다! 영화 ‘공작’ 속 진실 혹은 거짓. (영화의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 흑금성 사건: 1997년 12월 대선을 앞두고 당시 김대중 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해 안기부(현 국가정보원)가 주도한 이른바 북풍 공작 중 하나이다. 당시 안기부는 (주)아자커뮤니케이션에 위장취업시킨 박채서 씨를 통해 대북사업과 관련한 공작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 리명운은 실제 인물인가?
진실: 영화 속 리처장, 리명운의 실제 이름은 ‘리철’이다. 그러나 그는 리철운, 리호남, 강호진 등의 가명을 사용했으며, 우리에게는 리호남으로 가장 많이 알려져 있다. 김일성 종합대학 경제학부 정치경제학과를 수석 졸업한 엘리트이며 이후 북한체제의 중요한 인물이 된다. 특이한 점은 그의 학위논문 제목이 ‘박정희 대통령의 경제발전 계획과 그 성과에 대하여’였다는 점이다. 폐쇄된 북한에서 남한의 자본주의를 논문 타이틀로 사용한 것만 봐도 그의 대담함을 엿볼 수 있다.

- 박채서의 정체가 공개됐을 때, 리명운은 그를 살려줬나?
거짓: 박채서는 영화와 달리 정체가 폭로된 시점에 평양에 있지 않았다. 영화 속에서 흑금성의 정체가 폭로됐을 때 박석영(박채서)은 평양 내에 있는 설정으로 나온다. 그리고 리명운은 찾아가 총을 겨누지만, 결국 박석영이 탈출하는 데 도움을 준다. 하지만 실제 박채서는 당시 흑금성 폭로 보도일의 10일 후에나 북한을 방문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영화 속 극적인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다.

- 김정일은 흰색 말티즈를 키웠나?
진실: 실제로 김정일 위원장은 강아지를 좋아하여 여러 마리의 강아지를 키운 것으로 알려졌다. 윤종빈 감독은 김정일 위원장의 모습을 고증하기 위하여 국내 북한 관련 서적 중 '친애하는 지도자'라는 책의 장면을 차용했다. 이 책은 저자의 실제 경험을 회상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있는데, 저자가 김정일 위원장을 별장에서 대기하던 중 흰색 말티즈가 와서 자신을 발을 핥았다고 한다. 물론 당시 북한에는 반려동물 문화를 찾아보기 어려웠으나, 부유층에서도 일부에서는 중국에서 순종견을 수입하여 길렀다고 한다.

- 판문점 도발 실제로 일어났나?
거짓: 영화 속에는 대선을 앞두고 김대중 당시 새정치민주회의 대선 후보의 지지율을 떨어뜨리기 위해 북한에 판문점 인근 무력도발을 주문하고 실제로 도발이 일어나는 장면이 나온다. 하지만 이 장면이 사실은 아니다. 판문점 무력도발은 일어나지 않았다. 대신 두 번째로 북한에 더 강력한 도발을 요청하는 장면, 이는 여전히 법적 다툼의 여지가 있는 사안이다. 실제로 1990년대 후반 안기부와 구여권 인사들은 북한의 남한 대선 관련한 동향을 알아보기로 한 것은 인정했으나 무력시위를 요청했다는 사실에는 부인했다. 게다가 2003년 대법원 또한 무력시위 요청을 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결론지었다.

- 가수 이효리가 북한 여성과 광고에 출연했나?
진실: 30대 이상이라면 비교적 많은 이들이 알고 있을 수 있는 부분이다. 당시 남북 합작 광고로 휴대폰 광고가 촬영되었는데, 남측은 가수 이효리, 북측은 무용수 조명애가 출연했다. 이는 남과 북의 유일한 광고였으며 흑금성 실화에서 매우 중요한 사건이었다. 이 모습이 영화 ‘공작’ 속에서 최대한 똑같이 재현되기 위해서는 특히나 실제 인물이었던 이효리의 출연 결단이 중요했는데, 그녀는 윤종빈 감독의 수차례 부탁과 손편지로 인해 결국 출연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 故 김대중 대통령의 목소리는 당시 목소리인가?
거짓: 영화 속 김대중 대통령은 결국 당선되었고, TV를 통해 당선사가 들려오는 장면이 있다. 여기서 故 김대중 대통령의 목소리에 익숙한 관객들은 그의 목소리가 낯설다는 느낌이 들게 된다. 그렇다. 실제 육성이 아닌 다른 사람의 성대모사를 넣은 것이다. 윤종빈 감독은 육성을 쓸까 고민했지만, 해당 과거자료의 발음이 워낙 부정확해 부득이하게 목소리를 따로 녹음했다고 밝혔다. 당선사를 모사한 사람은 개그맨 노정렬 씨인 것으로 알려졌다.

- 이효리-조명애 광고 촬영 시, 박채서-리호남은 그 자리에 있었는지?
모호: 두 여성의 광고는 故 노무현 대통령이 집권하던 2005년에 이루어졌다. 이는 이른바 ‘이대성 파일’로 인해 흑금성의 정체가 공개된 7년 뒤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법원 판결에 따르면 박채서는 98년 안기부에서 해고된 후에도 계속해서 광고 사업에 뛰어들었다. 2004년 남북합작 광고 사업, 2005년 이효리-조명애 광고까지 참여했다. 리호남 역시 흑금성의 실체가 밝혀지고 책임이 막중했지만, 김정일은 그를 살려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 사람 모두 광고 촬영 당시 살아있었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광고촬영장에 있었는지는 여전히 확인된 바 없다.

- 박채서-롤렉스, 리호남-넥타이핀 선물, 진짜인지?
반은 진실: 박석영과 리명운이 서로에게 선물을 건네는 장면이 있다. 사실일까? 실제로 박채서는 북한 보위부사람들에게 짝퉁 롤렉스시계를 선물하며 환심을 샀다고 한다. 당시 북한 사람들이 롤렉스를 엄청 좋아했기 때문이다. 반면 리명운이 박석영에게 준 선물, 넥타이핀은 알려진 바 없다. 감독은 이 넥타이핀이 “리명운이 속한 체제와 그 틀을 잡아주는 상징적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밝혔다.

1998년 있었던 북풍 사건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 ‘공작’. 영화의 극적 표현을 위해 사실과 허구가 섞여있으므로 어느 사건이 사실이었는지를 알면서 보면 좀 더 심도 있는 영화감상이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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