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유진 / 디자인 최지민] 식사를 할 때 당근이나 오이를 골라내고 먹는 사람에게 옛 어른들은 편식을 한다고 타박을 주곤 했다. 하지만 요즘 젊은 세대는 누군가 특정 음식을 먹지 않는다고 해도 그들의 취향을 존중한다. 이는 과거와 달리 우리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싫존주의’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싫존주의는 ‘싫어하는 것마저 존중한다’는 의미와 ‘~주의’라는 경향성을 나타내는 단어가 합쳐진 신조어이다. 이와 비슷한 말로 특이한 것을 좋아하더라도 그 취향을 존중한다는 의미의 ‘취존’이라는 단어가 있는데, 즉 ‘싫존주의’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싫어하는 것까지 하나의 취향으로 포함시켜 그 기호를 존중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대학내일 20대연구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19세부터 34세까지의 응답자 중 66.8%가 ‘좋아하는 것을 해주는 것보다 싫어하는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을 더 선호 한다’고 응답했다. 이처럼 이제는 선호만큼이나 불호를 인지하고 이해하는 것이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데 있어서 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전통적으로 한국 사회는 동방예의지국이라는 기조에 따라 예의와 겸손을 중시했다. 따라서 자기주장을 펴는 것, 호불호를 드러내는 것을 지양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더욱이 싫다는 말은 예의 없는 발언으로 인식되었으며, 마찬가지로 ‘거절’ 또한 직설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하는 것이 예의라고 여겨져 왔다.

그러나 현대사회에 접어들면서 다양성과 개성이 존중되고 더 나아가 인터넷이 활성화되면서 온라인상에서 각자의 자유로운 의견을 표출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따라서 젊은 세대의 중심에 ‘개인주의’ 성향이 확산됨과 동시에 남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각자의 의견을 존중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됐다.

현재 싫존주의는 뚜렷한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개인의 삶이 존중받는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부분이 있는데, 이는 불호 표현에 적극성을 가진 소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다. 또한 직설적이고 솔직한 모습은 인간관계에서 불확실한 감정 소모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기도 한다.

반면, 단점으로는 싫존주의가 지나치게 개인주의적이고 다른 사람의 감정을 살피지 않는 측면도 있다는 점이다. 싫존주의를 주장할 때 자신의 불호가 존중받기 원하는 만큼 다른 사람에게도 싫어하는 행동을 하지 않는 섬세한 배려가 반드시 수반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사례도 많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런 성향의 증가를 사회 문제로 우려하기도 한다.

오늘날 우리는 남들의 눈치를 보며 다수에 따라가기보다는 자신의 좋고 싫음을 분명히 밝히는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로 전환하는 흐름 속에 살아가고 있다. 자유가 커지는 동시에 책임 또한 커지는 것이 당연하다.

자신의 불호를 표현할 때, 그것이 다른 사람에게 또 다른 불편을 생산해내지는 않는지를 염두에 두는 태도는 싫존주의도 하나의 취향으로 건전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가 되는 것을 도와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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