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 인도네시아에서는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 때 사법기관을 거쳐 처벌하는 것 대신 직접 주민들이 응징하는 ‘거리 재판’ 행위가 종종 발생한다. 

지난해 11월 혼전성관계를 했다는 이유로 20대 남녀가 나체로 거리행진을 강요받으며 폭행을 당한 사건도 있었고 2002년에는 인니 중부의 한 마을에서 초등학교 여학생 강간사건 용의자가 수 백명의 마을주민들에 의해 산 채로 화형 당한 사건도 있었다.

이런 거리 재판 행위를 hukum jalan 또는 hakim jalan 이라 하는데 이는 동물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웃을 죽인 악어에 ‘피의 복수’가 자행되었기 때문이다. 

지나 14일, 서 파푸아 주 소롱 지역의 한 악어농장에는 인근 주민 수백 명이 무기를 들고 모여들었다. 그리고 이들은 농장 내에 있는 292마리의 악어를 성체건 새끼건 상관없이 모조리 도살했다. 도대체 왜 이런 행위를 했을까? 

위 사진은 사건과 관련 없음(픽사베이)

인니 당국의 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가축에게 먹일 풀을 뜯기 위해 해당 농장에 들어갔다가 악어에게 물려 사망한 이웃의 보복으로 악어들을 도살한 것으로 드러났다. 주민들은 사망한 이웃의 장례식이 끝나자 보복을 위해 악어 농장으로 향했는데 당시 경찰이 40여 명이나 있었지만 이들을 막을 수는 없었다.

해당 농장에서 사육하고 있던 악어들은 바다악어와 뉴기니 악어로 인니 현지에서 보호종으로 지정된 개체들이다. 이에 경찰은 농장을 공격한 주민 5명을 증인으로 불러 조사했지만 용의자를 특정해 입건하지는 않았다.

이런 거리 재판이 일종의 관습법으로 통용되기 때문이다. 국가의 법체계 안에서는 인정되지 않지만 인니의 사회에서는 실제로 통용되고 있는 법으로 존재하고 있어 처벌이 어렵다. 

특히 중앙 통제가 미치기 어려운 지방으로 갈수록 거리 재판은 더욱 자주 발생하는데 이는 인니가 개별 지역에 대한 문화나 관습을 인정해 주고 있고 공권력이 제대로 미치지 못하는 만큼 주민들이 국가의 법 집행과 사법절차를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은 일종의 자위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그 방법이 어떤 절차가 있고 체계적인 것이 아닌 매우 잔인한 보복에 기원한다는 것이 문제다. 거리 재판이 행해지면 대부분 되돌릴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오는데 만약 주민들이 잘못된 판단을 내리는 경우에는 그 피해가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막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니 내부에서도 법질서 확립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일고 있지만 실제 국민들 사이에서는 크게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가의 법 대신 다수의 주민의 의지로 처벌하는 거리 재판. 참혹한 결과를 가져오는 이런 행위를 언제까지 관습법으로 인정해 줄 것인가. 국제적으로 비판을 받고 있는 인니의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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