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김태웅 / 디자인 최지민] 지난 평창올림픽 미국의 외교사절은 트럼프 대통령의 맏딸 이방카 트럼프였다. 이 밖에도 트럼프 정부의 주요 요직에는 그의 가족 및 친척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일각에서는 이를 ‘네포티즘’의 부활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네포티즘(Nepotism)이란 영어 단어 조카(nephew)와 편애(favoritism)의 합성어로 자신의 친인척이나 학연, 지연 등으로 맺어진 사람들에게 관직 등을 주는 현상을 말한다. 우리말로는 연고주의 및 족벌주의로 번역할 수 있다.

네포티즘은 사실 과거 중세시대서부터 있었다. 순결서약으로 합법적 자식을 가질 수 없었던 가톨릭 교황들이 자신의 사생아를 조카라는 뜻의 라틴어 네포스(nopos)라 칭하며 자신의 조카에게 고위직을 나눠 주는 관행에서 비롯했으며 14~15세기 르네상스 시기에 절정에 달했다. 

대표적인 네포티즘 인물로는 교황 칼릭투스 3세다. 그는 조카 둘을 추기경으로 임명해 교권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삼았다. 결국 두 조카 중 하나인 알렉산더 6세는 네포티즘을 이용해 훗날 교황 자리에 올랐고 ‘가장 부패한 교황’이라는 혹평을 받았다.

미국의 경우, 역대 대통령 중 네포티즘과 가장 연관된 인물로는 2대 대통령 존 애덤스와 6대 대통령 그의 장남 존 퀸시 애덤스를 뽑을 수 있다. 이 밖에 클린턴 가문, 부시 가문 등 미국은 네포티즘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국가로 평가되고 있다.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역시 정권 초반 인수위원회에 자신의 딸과 아들, 사위 등을 중용하면서 ‘신 네포티즘’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자녀들은 “공직을 맞지 않겠다.”고 말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인수위 목표는 워싱턴을 개혁하는 것”이라며 지난 정권을 개혁하겠다고 외쳤지만, 결국 그의 자녀들과 친인척들은 현재 요직을 맡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흔히 ‘부모 잘 만나면 출세한다.’, ‘줄을 잘 타야 한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네포티즘이 뿌리 깊게 박힌 나라다. 지난 최순실 게이트 역시 네포티즘이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이어지고 있음을 방증하고 있는 사건이기도 하다.  

네포티즘은 단순히 정치에 한정된 단어가 아니다. 이는 우리나라 기업 경영에도 적용될 수 있는데, 최근 논란이 되었던 한진그룹, 삼성그룹 등 회사가 2대, 3대째 내려오는 부와 권력의 대물림 현상은 대기업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네포티즘의 문제는 정치의 경우에는 공권의 사유화, 기업의 경우 부정적인 여론의 확산으로 인한 회사의 성장 저하로 연결된다. 이는 곧바로 부패라는 단어와 직결되는데, 우리는 부패한 나라의 정권이나 기업이 어떤 최후를 맞이했는지 오랜 세월 동안 봐왔다. 

중세시대부터 지금까지 사라지지 않은 네포티즘. 마치 마약처럼 이겨내기 어려운 유혹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신과 가족들만을 위해 정치와 경영을 한다면 그 끝은 희극보다는 비극에 가까워진 역사가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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