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김지영 / 디자인 김미양] 프랑스 화가 ‘샤를 메리옹’은 ‘폭풍 속의 범선’이라는 유명한 그림을 남겼다. 판화가로서 활발히 활동한 그는 놀랍게도 빨간색과과 녹색 구별이 힘든 적록 색각이상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과연 사람은 색깔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사람의 망막에는 시세포가 존재한다. 시세포에는 어두운 곳에서 희미한 빛을 감지하는 ‘막대세포’와 밝은 곳에서 색을 감지하는 ‘원추세포’가 있다. 이 중 원추세포는 적추체, 녹추체, 청추체의 세 종류로 이루어져 있어 각각 빨간색, 녹색, 파란색의 파장을 감지하여 색을 구분 한다.

이때 원추세포에 존재하는 추체색소가 결핍됐다든지 이상이 생겼거나 망막, 시신경, 시세포의 손상 등이 생기면 색각이상이 나타날 수 있다.

색각이상은 색을 전혀 알아보지 못하거나 잘 구별할 수 없는 경우를 통틀어 말하는데, 그 정도에 따라 색맹과 색약으로 구분된다. 색맹은 색을 식별할 수 있는 능력이 결여된 상태를 말하며, 색약은 정상인에 비하여 강한 자극이 아니면 색을 느끼지 못하는 색맹의 정도가 약한 것을 말한다.

선천적으로 나타나는 색각이상은 유전적으로 적, 녹, 청 세 개의 원뿔세포 중 하나 또는 그 이상의 기능이 저하되어 발생한다. 이들 중 어떤 원뿔세포의 기능이 저하 혹은 결여되느냐에 따라 색을 전혀 구분할 수 없고 흑백으로만 볼 수 있는 완전 전색맹과 일부 색을 구별하지 못하는 불완전 전색맹 및 청원뿔세포 단색형색각 등으로 구분 된다. 선척 색각이상 중에는 적록 색각이상이 가장 흔하다.

반면 후천적으로 발생하는 색각이상은 당뇨와 같은 망막혈관질환, 망막과 맥락막의 변성과 염증, 연령 관련 황반변성, 유두부종, 녹내장, 상염색체 우성 시신경 위축, 시신경염 등의 다양한 망막 및 시신경 질환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이들 경우에서는 양쪽 두 눈에 나타나는 색각이상의 정도가 다르며 한 쪽 눈에서도 시야의 범위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고, 경과에 따라 더 나빠지거나 좋아질 수 있다. 후천적 색각이상 중에는 청황 색각이상이 가장 흔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색각이상이 있으면 어떤 상황에서 색구별이 어려울까? 우리가 흔히 말하는 색맹, 색약은 대부분 적록 색각이상이며, 이는 적색과 녹색을 구별하지 못 하는 경우이다. 그래서 이런 사람들이 가장 어려움을 겪는 대표적인 상황은 신호등을 잘 못 본다는 것이다. 또한 화가, 디자이너, 의사 등 색을 정확히 판별해야 하는 직업 선택에 있어서 제한이 따를 수 있다. 하지만 적록 색각이상은 성염색체 열성 유전 양식으로 유전되는 선천적인 색각이상이다. 따라서 색맹 환자들은 결함을 특별히 인식하지 않고, 주어진 기준에서 색을 인지하여 생활하므로 일상생활에 큰 불편은 없다고 한다.

선천적 색각이상의 경우에는 생애에 걸쳐 색각이상의 종류와 정도가 변하지 않으며, 안타깝게도 아직 특별한 치료 방법은 없다. 반면, 후천적 색각이상의 경우 원인 질환의 치료에 따라 호전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므로 색각이상을 예방하거나 빠른 조치를 취하기 위해서는 정기적인 안과검진을 받을 수 있길 바란다.

*자문: 가톨릭대학교 부천성모병원 안센터 백지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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