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 디자인 김미양] 모든 인간은 평등하기 때문에 피부색이 다르다고 해서 차별 당하고 권리를 박탈당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많은 부분에 있어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각종 차별이 가해져오기도 했다. 최근에는 평등 정신이 강조되면서 과거에 비해서는 상당히 해소된 상태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일부 지역에서는 인종 차별이 극심하게 빚어지고 있다.

그런데 인간뿐 아니라 동물들도 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을 받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인간의 선택을 받는 ‘개’ 반려견에서 이런 문제는 두드러지는데, 인간이 차별 요소로 두고 있는 것은 바로 ‘털 색’으로 반려견을 선택할 때 검은색 털 개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어왔다. 이를 ‘블랙독 증후군’이라고 한다.

블랙독(black dog) 증후군은 검은 색을 가진 개의 입양을 기피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개인의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하나의 경향으로 자리 잡으면서 서서히 수면위로 떠올랐는데, 실제로 반려견 입양의 경우 통상 검은 털의 개는 흰 털을 가진 개에 비해 입양이 어려운 현상이 이를 증명한다.

누군가는 블랙독 증후군에 대해 ‘일반화의 오류’라고 일축한다. 하지만 이는 인간의 이미지화가 부른 하나의 차별임이 여러 방면에 숨어 있다. 우선 사전적인 의미로 블랙독(black dog)은 ‘검은 개’를 뜻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울증’과 ‘낙담’이라는 부정적인 의미를 지니기도 한다. 일례로 영국의 총리였던 윈스턴 처칠은 과거 “나는 평생 블랙독과 살았다”라고 말하며 자신의 우울증을 죄 없는 검은 개로 둔갑시켜 표현한 사례는 잘 알려진 일화이다.

이처럼 검정개에 부정적 이미지를 입히던 것은 오래전부터 시작되었다. 정확한 유래는 알 수 없지만 영국 설화에서도 검은 개 모습의 유령은 '죽음의 전조'나 '악마'로 묘사되고, 검은 개와 그 새끼들을 불길한 징조로 보는 일부 로마의 신화도 이를 반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우리도 잘 알고 있는 대부분의 동화책에서 강아지는 흰색이나 갈색으로 그려지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유기견 보호소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털이 검다는 이유로 입양이 잘 되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이러한 선입견과 차별을 없애고 동물권을 보호하기 위해 많은 단체가 발 벗고 나서고 있다.

무엇보다 동물권단체 케어(CARE)와 한 광고회사가 함께 제작한 '블랙독 캠페인' 영상이 대표적이다. 이 영상은 털이 검다는 이유로 입양되지 않는 검은 개 한 마리가 보호소를 탈출해 세상 밖으로 나왔지만 더 가혹한 현실을 마주하게 되는 안타까운 모습을 담으며 검정개들에 대한 평등의식을 제고시키고 있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 역시 2017년 7월 잡종견이면서 블랙독 증후군으로 2년 가까이 입양이 이뤄지지 않았던 검은개 토리를 퍼스트 도그로 입양하면서 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피부색에 따라 인권을 침해당해온 유색 인종. 이와 같은 현상이 반려동물의 대표격인 개에게도 잔재해 왔다는 사실에서 인간의 그릇된 이미지화가 얼마나 무서운지 느끼게 된다. 물론 인간의 취향과 선택의 문제를 탓할 수는 없지만, 별다른 이유와 아무런 경험 없이 단순한 이미지만으로 동물의 권리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동물과 함께 공존하고 있는 우리 모두 기억해야 할 것이다.

누구에게나 남들과 다른 색은 분명히 있다. 만약 절대적인 힘과 권력을 가진 다른 누군가가 그것을 가지고 차별하고 억압한다면 얼마나 고통스러울 지, 이 작은 상상에서 실마리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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