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김지영] 지난 시간, 김승진 선장이 떠났던 단독 무기항 요트 세계일주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번 시간에는 지난 시간에 마저 끝내지 못했던 요트 세계일주의 특별한 경험과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김승진 선장의 목표에 대해 들어보자.

PART 2. 바다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곳, 모두가 즐겼으면 해

출처/김승진 선장

- 요트 세계 일주를 통해서만 느낄 수 있었던 경험이 있다면?

우리별이 물로 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지금 땅에 있으니까 땅이 거대하다고 생각되시죠? 제가 생각한 땅은요, 정말 작은 섬이에요. 이론적으로는 약 30%정도만 육지라는 것을 다 알고 있죠. 하지만 마음으로는 몰라요. ‘미국 대륙을 보고 광활하다, 중국 대륙을 보고 광활하다’ 이렇게 생각해요. 제가 보기에는 정말 작은 섬이에요. 바다 크기는 어마어마합니다.

그리고 물방울은 모이면 하나가 되잖아요. 그리고 동그래지죠. 그게 지구예요. 지구는 물방울이에요. 그래서 저는 물방울 표면을 여행하는 여행가인거예요. 되게 재밌지 않나요? ‘정말 큰 물방울에서 놀고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 또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확인했죠. 논스톱 세계 일주를 안 해보면 피부에 안 와 닿았을 거예요. 정말 행복했어요. 시기마다 다 다른 바다를 가고, 전 세계 모든 기후대를 통과하잖아요.

출처/김승진 선장

-특히 더 좋았던 바다가 있었나요?

남극해가 특별했어요. 거칠고 남성스러운 극지방 바다가 인상적이었죠. 늘 칙칙해요. 늘 잿빛이고. 그 잿빛바다를 마음속에서 거부하다가 어느 한 순간 아름답게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잿빛바다에도 해가 떠요. 살짝 구멍이 생기면서 파란 하늘이 나타나죠. 지금까지 마음속에 그려왔던 하늘이 갑자기 나타나는 거예요. 그럼 뛰어나가서 일광욕하고 녹슬었던 공구도 닦으려는데 하늘이 딱 닫혀요. 그때 알았어요. ‘아, 이게 남극해구나. 왜 내가 남극해에 와서 다른바다를 원하지’ 내 스스로가 바보처럼 느껴지더라고요. 남극에 왔으면 남극을 바라봐야 하는데 다른걸 보고 있더라고요.

그때부터 ‘여길 벗어나면 이런 풍경들도 못 보겠구나’ 생각이 들고 소중하게 보이기 시작했어요.본모습을 인정하니까 사랑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사람도 똑같은 것 같아요. 다 다른 환경에서 살잖아요. 그런데 만나다보면 다 자기한테 맞춰달라고 그래요. 그 사람이 자라온 환경 그리고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봐주면 아름다울 수 있거든요. 나에게 맞는 사람이 되어주길 끊임없이 원하면서 그 속에서 갈등이 생기는 것 같아요. 그게 내가 남극해에서 짜증만 부렸던 것과 똑같구나 하고 느꼈죠.

출처/김승진 선장

- 남극해에서 많은 것을 느끼신 것 같아요~ 선장님은 어렸을 때부터 모험심이 강한 사람이었나요?

호기심이 많은 아이였어요. 사람 만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장소에 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어요. 어려서 교과서를 받으면 제일 먼저 읽는 것이 국어책하고 사회과부도였어요.사회과부도를 펴놓고 지도를 탐닉하는 거예요. 이곳에 가면 어떤 사람들이 살고 어떤 일이 벌어질까, 어떤 풍경일까. 굉장히 궁금한 거예요. 지도를 거의 외우다시피 했죠.

- 호기심이 결국 지금의 선장님을 있게 한 것 같네요. 향해하기 전부터 평소 바다에 관심이 많으셨나요?

네. 하지만 바다를 너무 늦게 알았어요. 고등학교 수학여행 때 동해바다를 처음 봤어요. 강릉 쪽으로 수학여행을 가다가 봤는데 와, 세상에 바다가 파란색인거예요. 짙은 수평선이 산 사이에 보이는데 그게 제 마음을 덮더라고요. 나중에 그 감동을 기억하고 싶어서 대학시절에 다시 가봤는데... 세상에! 그 계곡 속에 조그만 바다인 거예요. 근데 그게 당시 제 눈에는 확 들어왔던 거죠. 경포대 앞바다에서 수영 할 줄도 몰랐는데 그냥 바다에 뛰어들었어요. 그러고 대학에서 스킨스쿠버 동아리에 가입을 하게 되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바다생활을 시작한 것 같아요.

출처/김승진 선장

- 처음 본 바다가 굉장히 인상 깊게 자리 잡았던 거군요. 최근에는 어떻게 지내고 계세요?

요즘은 해양문화운동, 물 문화운동이라고 제가 표현하는데 바다나 물에서 놀아본 사람들은 물에 관련된 비전을 발견하기가 쉬워요. 그래서 그것을 자기의 직업으로 삼기도 하고 가치 비전으로 삼기도 하죠. 그래서 ‘그런 일을 많이 만들자, 그러면 우리나라가 해양대국으로 가는 지름길이 아닌가’ 이렇게 생각을 하게 돼요. 하지만 막연하게 해양대국이 되자고 아무리 말을 해 봐야 국민들이 관심이 없으면 안돼요.

그래서 그런 관심들을 어려서부터 생활 속에서 끌어낸다면 그 속에서 비전을 발견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요트를 체험한다든지 바다를 체험하는 이런 일들을 계속 만들어내고 있어요. 강연 활동을 통해서 바다 이야기를 계속 하고 있고요. 그리고 제가 항해할 때 여분의 자리가 있으면 SNS를 통해서 사람들을 모집해 완전 초보자들을 경험시켜 줘요.

출처/김승진 선장

- 그럼 아직도 요트를 타며 도전해내고 싶으신 것들이 있나요?

네. 세계 대회에 나가서 좋은 성적을 내는 거예요. 'IMOCA 오션 마스터스 월드챔피언십'이라는 요트 대회 시리즈가 있습니다. 이 대회는 10개 이상의 대회가 있어요. 그 대회에 출전해서 얻는 점수를 가지고 세계랭킹이 정해져요. 혼자 혹은 두 명이서 요트를 타고 지구를 한 바퀴 돌아오는 시합인데, 여기에 출전해서 좋은 성적을 내고 싶은 게 저의 목표예요. 우승할 때까지 달려봐야죠.

- 목표는 우승! 우리나라 바다 중에서는 어떤 바다를 좋아하시나요?

남해안이요. 제일 예쁜 것 같아요. 어딜 가도 거기만큼 아름다운 곳이 없어요. 유럽지중해에도 그런 곳이 없어요. 지중해는 사용하는 사람들이 아름답게 사용해서 그렇지, 가보면 풍경은 별거 아닌데 예쁜 집들과 요트가 있잖아요. 그러니까 사람들이 자연을 잘 즐겨요. 예쁜 카페들이 옆에 있고 레스토랑이 있고...하지만 우리나라의 예쁜바다는 양식장으로 덮여있고 바위섬에는 쓰레기들이 잔뜩 있어요. 이 차이지 근본적인 풍경으로만 봤을 때는 우리나라 남해는 정말 아름다운 바다입니다.  

출처/김승진 선장

- 잠깐 언급하셨던 것처럼 우리나라뿐 아니라 바다오염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시나요?

특별한 생각보다도 사람들은 바다가 되게 넓은 줄 알아요. 어떤 것을 버려도 바다가 다 정화해 줄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런 생각이 바다를 많이 오염시키지 않았나싶어요. 태평양 한복판에만 해도 한반도 면적의 10배 이상이 되는 크기의 쓰레기 섬이 떠 있어요. 이런 것들을 해결하기 위해 저는 젊은 사람들이 많이 바다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 늘 우리가 인지를 하고 있어야겠네요. 끝으로 세계 일주 전후의 삶의 변화가 생겼나요?

무대가 만들어진 거죠. 좀 더 큰 무대. 전에는 요트계에 있는 분들은 저를 알았어요. 이제는 국민들이 저를 알기 시작했어요. 이는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좀 더 쉽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해요.저를 불러줘요. 그럼 가서 바다 이야기를 해드리고 ‘바다는 이런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런 즐거움이 있습니다’라고 말하죠. 그렇게 해서 바다를 즐길 줄 아는 민족을 만들고 싶은 게 저의 하고 싶은 일이에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은 사람들이 바다에 관심을 갖게 하고 그 속에서 비전을 찾아나갈 수 있게 기초를 제공해주고 싶어요.

출처/김승진 선장

- 마지막으로 시선뉴스 구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바다에는 큰 가능성이 있습니다. 우리는 생활 속에서 너무 바다를 모르고 멀리하는 문화 속에서 살아왔어요. 바다에는 또 다른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 가능성을 잡으려면 바다에서 즐기면 돼요. 바다를 즐기다보면 여기에도 큰 비전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우리가 사는 지구는 바다가 훨씬 넓어요. 이거 안 즐기고 가면 후회하실 거예요~정말 바다는 즐거운 곳입니다.

인터뷰 내내 바다를 향한 한없는 사랑이 느껴졌던 김승진 선장. 그의 커다란 도전은 그뿐만 아니라 바다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이끌 수 있던 위대한 도전이었다. 또 어떤 도전으로 이제는 전 세계에 바다에 대한 그의 사랑을 나타낼 수 있을지 기대와 응원을 함께 보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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