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의원의 '새 정치' 파산
안철수 의원의 '새 정치' 파산
  • 보도본부 | 정광윤
  • 승인 2014.03.03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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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뉴스 정광윤]   안철수 의원, 그는 대한민국 대통령이 무척 되고 싶었다. 그것이 권력욕이든, 명예욕이든, 아니면 대한민국의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에서든. 그래서 그는 2011년 오세훈 시장의 사퇴로 만들어진 서울시장 보궐선거 국면에서 당선 가능성이 농후한데도 박원순 현 시장에게 양보했다. 그리고 제18대 대통령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명분은 지금과 마찬가지로 ‘새 정치’였다. 정치 신인인 자신의 이미지에도 부합할 뿐만 아니라, 새누리당과 민주당이라는 기존 거대 정당들을 뛰어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그런데 그는 새누리당과 민주당을 ‘낡은 정치 세력’이라고 규정하면서도 민주당과 ‘야권 후보 단일화’에 참여했다. 독자 출마로는 당선 가능성이 없다는 여건 때문이었다. 민주당의 문재인 후보보다는 자신의 지지율이 높은 데다 구도상 민주당이 자신을 밀어줄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민주당의 주류인 ‘친노 세력’이 그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희박했다. 그래서 그는 후보 단일화 경쟁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도중하차하고 말았다. 그 책임 소재가 어디에 있든, 아마추어 정치인―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인 안철수의 정치 실험은 우선 미완으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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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보 단일화에 대한 앙금 때문인지 안철수 의원은 문재인 후보를 적극적으로 돕지 않았다. 그리고 파트너였던 문재인 후보의 패배가 가시화되던 시점에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야권 지지자들의 입장에서는 이해하기가 어려운 대목이었다. 그리고 몇 달간의 미국 체류를 끝내고 한국에 돌아온 그는 작년 4월의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에 출마했다. 원외 정치인의 설움 때문인지 좌고우면하지 않고 출마를 결심했고, 결국 국회에 입성했다. 혹자는 자신의 고향인 부산 영도구에서 출마하지 않고 상대적으로 유리한 노원병을 선택한 데 대한 비판을 서슴지 않았지만, 그는 그 지역 국회의원이던 노회찬 전 의원의 원망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마치 점령군처럼 출사표를 던졌던 것이다.
 

 

 
  이렇듯 안철수 의원은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끊임없는 줄다리기를 해 왔다. ‘새 정치’라는 이상론과 ‘정치적 착근(着根)’이라는 현실론 간의 딜레마였다. 이런 안 의원의 입장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민주당과의 야권 연대를 넘어 신당 창당이라는 최근의 메가톤급 발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불과 엊그제까지 이번 지방선거 이전에 신당을 창당하고 민주당과의 야권 연대를 고려하지 않은 채 독자적인 후보를 내세우겠다고 장담했던 안 의원이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공언을 뒤집은 것은 아무리 식언(食言)이 난무하는 정치권이라고 하지만 정도(正道)라고 볼 수 없다.
 

   어쩌면 우리가 안철수 의원을 잘못 알고 있었는지 모른다. 선비처럼 생긴 인상과 온화한 말투 때문에 ‘착한 안철수’를 연상하다 보니 안 의원이 취하는 방향과 태도를 마냥 좋게만 보아온 것은 아닌지? 기존 정치권에 대한 강한 실망감 때문에 이런 현상이 더욱 강화되었을 터이다. 아무튼 2011년 정치권 진입 이후 최근까지의 모습을 종합해 볼 때 안 의원은 ‘새 정치’를 추구하는 이상주의자가 아니라 ‘대권욕’이 강한 현실주의자라는 사실을 절실히 느낄 수 있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그가 대권을 꿈꾼다고 해서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문제는 안철수 의원이 ‘새 정치’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으면서도 입으로는 ‘새 정치’를 부르짖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유권자들에 대한 배신이나 다름없고, 안 의원 역시 ‘낡은 정치인’의 범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지고 보면 ‘새 정치’는 안 의원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런 점에서 ‘안철수 현상’으로 표출된 정치 혁신에 대한 대한민국 국민들의 강한 열망을 그가 껴안지는 못할지언정 오히려 이에 찬물을 끼얹는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안 의원의 이번 선택으로 ‘새 정치’의 싹마저 짓밟히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더 이상 안 의원은 ‘새 정치’를 노래할 자격이 없다.
 

   혹자는 안철수 의원이 설립한 ‘안철수연구소’라는 정보·통신 회사의 이름으로부터 안 의원의 리더십의 일단을 읽을 수 있다고 말한다. 자존심과 자의식이 대단히 강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이런 비판론에 대해 적지 않은 사람들이 좋은 쪽으로 해석하곤 했다. 대기업이 아닌 벤처 기업을 성장시키려다 보니 명망가인 자신의 이름을 쭉 사용하는 게 유리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식으로 넉넉하게 받아들이는 편이었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다시 생각해보건대 안 의원은 자신을 앞세우는 데 익숙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정치적으로도 그렇다. 기업 경영에 성공한 것처럼 정치적으로 자신이 성공 신화를 써야 하고 쓸 수 있다고 자부하고 있는 게 아닐까?

   말하자면 안 의원에게는 대한민국의 정치 혁신을 위해 하나의 밀알이 되겠다는 역사의식은 별로 없어 보인다. 물론 현실적으로 대권을 쥐어야 꿈을 실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안철수 의원의 훼절을 일정 정도 이해하고 싶은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게 보고 싶어도 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지적을 안 의원이 피할 길은 없다. 이런 모습으로 그가 과연 ‘새 정치’의 주역이 될 수가 있을까? 운이 좋아 자신의 꿈인 대한민국 대통령에 당선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그가 대통령이 된다고 해서 ‘새 정치’의 길이 열릴까? 천만의 말씀이다. 이대로 가면 민주당의 주류인 친노 세력 때문에 신당에서 건재하기가 쉽지 않겠지만, 설령 우여곡절 끝에 대통령 자리에 오른다 하더라도 ‘새 정치’와는 무관한 일이다.
 

   안철수 의원은 비록 독자 생존이 어려운 환경이라 하더라도 민주당과의 통합에는 신중을 기했어야 했다. 통합 신당 창당의 모양새도 좋지 못했다. 안 의원과 김한길 대표 두 사람이 마치 정변을 일으키듯이 심야 회동을 통해 전격적으로 결정한 것은 최소한의 정치 도의조차도 갖추고 있지 못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 국민은 안중에 없더라도 ‘안철수의 길’을 믿고 신당 창당의 대열에 참여한 사람들의 입장을 조금이라도 생각했더라면 그렇게 ‘번개 불에 콩 구워 먹듯이’ 해치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것은 단순히 정치공학의 문제가 아니다. ‘인간에 대한 예의’의 문제이다. 동지들에 대한 배신인 것이다.
 

   안철수 의원이 민주당과의 통합을 결정했다는 배경 역시 이해가 가지 않는다. 새누리당이 ‘기초 단위의 정당공천제 폐지’라는 선거 공약을 지키지 않은 데 대하여 민주당과 공감을 나눈 것이 뭐 그리 대단한 일인가! 물론 새누리당이 그 공약을 쉽게 팽개친 것은 잘못된 일이지만, 사실 정당공천제 폐지가 능사는 아니다. 장·단점이 있는 것이다. 게다가 각 정당들이 말로는 정당공천제를 폐지해놓고 실제로는 ‘내천(內薦)’의 형식으로 자당 소속 후보를 지지할 공산이 크다는 점에서 유권자를 우롱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그리고 민주당이 이런 꼼수를 부리는 것은 결국 지방선거 승리를 획책하기 위한 것인데, 이것이 어찌 ‘새 정치’에 부합하며, 더욱이 통합 신당 창당의 명분이 될 수 있단 말인가!

   우리 국민들은 정치인들의 언행 불일치에 대해 신물이 나 있다. 여-야 공히 이런 식이다 보니 눈길을 줄 만한 대안 정당이 없는 세월이 너무 오래 지속되어 왔다. 그래서 ‘안철수 현상’으로 국민 대중의 분노가 표출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장본인인 안철수 의원은 ‘낡은 정치 세력’의 품안에 안기고 말았다. ‘장고(長考) 끝에 악수’ 둔다고 돌고 돌아 끝내 귀착한 곳이 ‘낡은 정치’라니! 이제 우리 국민들은 ‘안철수 현상’을 잊어야 한다. 새로운 지도자에 대한 갈구를 이해하지 못하는 바가 아니지만, 그것 자체가 시대착오적인 현상이다. 메시아는 더 이상 나타나지 않는다. 건전한 상식에 바탕을 둔 유권자 운동이 절실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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