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김태웅 / 디자인 정현국] 12월이 되면 잉글리시 프리미어 리그(EPL) 팬들에겐 가슴 설레는 축구잔칫날 ‘박싱데이’가 열린다.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그저 축구경기가 풍성한 주간으로 여겨지지만, 사실 이날은 축구 그 이상의 의미가 있는 날이다.

박싱데이(Boxing Day)는 성탄절 다음날인 12월 26일을 말한다. 철자가 비슷해 흔히 권투, 복싱으로 착각하지만 관련이 없다. ‘boxing’은 선물상자 box를 의미하며 ing가 붙어 ‘선물상자를 꾸리는’이라는 뜻이 된다. 즉 박싱데이는 ‘선물상자를 꾸리는 날’을 가리키는 것이다.

선물상자를 꾸리는 날이라는 의미의 박싱데이가 왜 크리스마스 다음날 인지 알기 위해서는 계급사회였던 중세시대로 거슬러 가야 한다.

당시에는 부유한 귀족계층과 그 밑에서 모든 가사를 도맡았던 하인이 존재했다. (우리나라의 노예제도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지금의 성탄절은 모든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모두의 휴일이지만, 중세에는 대부분의 하인들이 귀족들의 성탄절 행사를 위해 이날 일 해야만 했다. 즉 성탄절은 그들(귀족)만의 잔치였던 것이다.

그러나 귀족들은 자신들의 성탄절 행사를 마치고 그 다음날인 26일, 그 하루를 하인들에게 휴가를 줬다. 동시에 선물이나 남은 음식들을 담은 상자를 만들어 하인들에게 줬다. 하인들에게 크리스마스 다음날이 진정한 휴일이 된 것이다.

이런 풍습은 교회에서도 비슷하게 존재했었다. 교회에서 작은 상자를 만들어 성탄절 예배 도중 헌금과 물품을 걷었다. 예배가 끝난 다음 날 성직자는 이 상자에 모인 헌금과 물품들을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에게 전달했는데, 바로 이때부터 박싱데이의 풍습이 생긴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날의 박싱데이는 어떨까? 현재 박싱데이는 성탄절을 맞아 소매상들이 특별 할인 판매를 단행하는 쇼핑 시즌이 되었다. 캐나다 등 일부 국가에서는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 대신 박싱데이에 상점들이 특별 할인 판매를 한다. 이 주간에는 특가품을 사기 위해 새벽부터 상점 앞에 길게 늘어선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영연방 국가와 유럽에서는 옛 전통을 그대로 살려 박싱데이를 휴일로 지정하고 있다.특히 축구종주국인 영연방 국가에서는 마치 우리나라 추석 명절 때 씨름을 하는 것처럼 박싱데이에 꼭 축구 경기를 치르는 전통이 있다.

축구경기는 보통 주말에 팀당 한 경기씩 열린다. 하지만 박싱데이 주간엔 주말경기와26일 박싱데이 경기 모두 경기하게 된다. 선수들에겐 굉장히 빡빡한 일정이지만, 축구팬들에겐 그저 즐거운 한 주가 된다. 이런 문화 때문에 박싱데이는 EPL 팬들에게 축구잔칫날로도 불리는 것이다.    

그 의미가 조금씩 변화된 박싱데이지만, 올해 12월 26일은 사람들에게 음식과 물품 그리고 따뜻한 마음을 나눴던 본래의 ‘박싱데이’ 의미를 되새기는 날이 되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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