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 /디자인 김민서] 가을이 오는가 싶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겨울이 왔다. 한반도의 겨울은 한 해 중 가장 해가 짧으며 낮은 기온과 강하게 바람으로 예부터 혹한기라 불리며 극한 환경을 자랑했다. 

이에 옛 선조들은 겨울을 나기 위해 많은 지혜를 발휘해야만 했는데 과연 어떤 지혜들이 생활에 녹아 있었는지 확인해 보도록 하자. 

건축에서는 먼저 ‘이엉 잇기’가 있었다. 가을걷이를 하고 나서 남은 볏짚을 꼬아 새끼줄을 만들어 헌 초가지붕을 걷어내고 빈 곳을 새 지붕을 올렸다. 볏짚은 줄기의 단면이 둥글고 곧바르며, 표면이 매끄러워 흡수력이 약하고 속이 비어 가벼운 장점이 있다. 이로 인해 보온과 단열의 효과가 높아 선조의 지혜가 녹아든 건축자재로 가장 많이 사용되었다. 이엉 잇기는 선조들이 겨울을 나기 전에 연례행사처럼 하던 작업이었다. 

또한 한반도는 시베리아반도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공기, 즉 북서풍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한 담장을 3면으로 놓게 쌓았으며 햇볕을 충분히 받기 위해 한 면은 담장과 대문을 없앴다. 그리고 눈이 많이 오는 것을 대비하여 지붕의 경사를 급하게 하였고 기단을 높게 쌓아 쌓인 눈으로부터 보호하였다. 

음식으로는 현재도 겨울이 되면 하는 김장이 있었다. 겨울에는 채소가 나지 않기 때문에 선조들은 보존식을 만들어 겨울을 나야 할 필요가 있었고 이로 인해 탄생한 것이 바로 김장김치였다. 김치는 오래 보관이 가능하고 겨우내 부족해질 수 있는 비타민을 보충해 주는 훌륭한 음식이었다. 

겨우내 먹어야 하는 김장은 그 양이 많았기 때문에 동네 사람들이 함께 작업을 하는 등 일종의 작은 축제처럼 진행이 되었다. 만든 김장김치는 비교적 온도의 변화가 적은 땅 속에 김장독을 묻어 보관하여 오랜 시간동안 싱싱한 김치를 먹을 수 있었다.  

그리고 한 해의 해가 가장 짧은 날인 동지에는 팥죽을 쑤어 먹었는데, 팥의 붉은 색이 귀신을 쫓는다는 미신이 있기도 했지만 이뇨작용이 뛰어나 부기를 빼고 종기나 발진 등 염증을 다스리는데 효과가 있는 등 팥 그 자체에도 좋은 효과가 있었다. 그리고 팥은 심장의 활동을 원활하게 만들어 추위를 쫓게 하는 데에도 좋았다.  

조상들은 겨울의 한기를 막기 위해 목화를 이용하였다. 두 겹의 천 사이에 목화솜을 넣어 보온성을 높인 핫저고리와 핫바지를 입으며 옷 사이로 바람이 통하는 것을 막기 위해 바지에 대님을 매고 소매 끝에는 토시를 꼈다. 또한 저고리 위에는 조끼나 마고자 등을 겹쳐 입어 추위에 대비하였고 조바위, 남바위와 풍차 등 방한용 모자를 써 머리에서 열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았다. 

한반도의 겨울은 매우 혹독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그야말로 혼신의 힘을 다해 지혜를 짜냈어야 할 것이다. 우리 선조는 그 어려운 것을 해냈고 그 중 일부는 현재도 여전히 이어져 오고 있다. 

추운 겨울, 춥다고 움츠러들지만 말고 선조들의 지혜를 짜냈듯이 우리도 나름대로 추위를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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