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문선아 선임에디터] 오늘은 음력 5월 5일 단옷날입니다. 우리나라 4대 명절 중 하나이면서 여름을 준비하는 세시입니다. 대표적인 큰 명절인 만큼 예부터 단옷날에는 다양한 풍속이 있었는데요. 여자들은 창포를 넣어 삶은 머리를 감고 새옷을 입으며 단장을 했습니다. 

또한 곳곳에서 다양한 놀이들도 즐겼는데요. 그 중에 하나가 바로 그네타기입니다. 마을에서는 단오 전에 청년들이 집집마다 다니며 짚을 추렴해 그네를 만들었고 단옷날에는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고운 옷을 입고 그네를 뛰었지요. 또 장정들은 넓은 마당에서 씨름을 하거나 석전을 하며 즐거운 한때를 보냈습니다.

(출처/문화재청 홈페이지)

지금은 옛날처럼 단옷날을 챙기진 않지만 그림을 통해서 단옷날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바로 신윤복 선생의 ‘단오 풍정’이라는 작품입니다.

18세기 후기에 제작된 것으로 보이는 ‘단오풍정’은 단옷날 그네타기 놀이를 나온 한 무리의 여인네들이 시냇가에 그네를 타고 냇물에 몸을 씻으며 즐기는 장면을 묘사했습니다. 노랑 저고리와 빨강 치마를 입은 새침한 기생이 작품의 가운데서 시선을 끌고 있습니다. 그네를 타는 여인 옆으로 가체를 풀어내린 여인의 파란치마가 빨강, 노랑과 삼원색을 이루면서 전혀 촌스럽지 않고 뛰어난 색의 조합을 보여줍니다. 옅은 속치마 색깔이나 옥색·흑색의 한복까지도 마치 계산된 조화를 이룹니다.

시선을 냇가로 돌려볼까요? 가슴을 훤히 드러낸 여인들이 몸을 씻고 있죠. 이 여인을 보는 시선은 관람자뿐만이 아닙니다. 바로 돌 뒤에서 여인들의 몸을 훔쳐보는 동자승들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들의 모습에서 작품의 해학이 느껴집니다.

이 그림은 굉장히 선정적인 분위기를 자아내지만 야설스럽지는 않습니다. 그네를 타는 여인, 몸을 씻는 여인, 계집종인 듯한 여인이 유방을 드러내 놓은 채로 옷보따리를 이고 오는 것으로써 화면은 상하의 연결이 이루어져서 생동감을 불러일으키죠. 

신윤복의 단오 풍정은 그가 남긴 30폭짜리 풍속화첩, 일명 ‘혜원전신첩’에 수록돼 있습니다. 그는 대부분 한량과 기생을 주인공으로 한 남녀의 애정과 낭만, 양반의 풍류를 주로 다루었죠. 그의 그림은 예술성뿐만 아니라 18세기 말 당시 사회상을 보여줘 생활사와 복식사 연구에도 중요한 자료로써 가치가 있습니다. 때문에 1970년에 국보 제135호로 지정됐죠.

신윤복은 김홍도, 김득신과 더불어 조선시대 3대 풍속화가 중 한 명인데요. 그의 그림은 화려한 색감과 가늘하고 유연한 선, 현대적인 구도와 독특한 상황설정이 특징입니다. 

시대를 고발하거나 비판하는 성격이 강한 풍속화를 신윤복은 현실을 긍정하고 낭만적인 풍류와 해학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당시 봉건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남녀 간의 성 풍속을 과감하게 화폭에 보여줌으로써 오늘날 우리에게 조선시대 사회풍속의 숨겨진 이면을 이해할 수 있게 해주었죠. 

그리고 그러한 풍속을 도회적인 세련된 감각과 섬세한 필치로 형상화하여 조선시대 풍속화의 영역을 보다 다채롭게 넓혀줬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잊혀져가는 옛 풍속들이 아쉽기만 한 오늘, 신윤복의 그림을 보며 단오의 풍경을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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