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문선아 선임에디터/ 디자인 이연선 pro] 우리의 주목을 끄는 독특한 건축물 중에는 곤충이나 동물들의 집을 본 따 만든 건물들이 많다. ‘베이징 올림픽 메인 스타디움’은 새집의 형상을 본뜬 건축물이며 호주 맬버른의 시의회 청사는 흰개미들이 집을 짓는 원리를 이용해 만들어 ‘에어컨 없는 건물로’ 유명하다. 이처럼 독특한 건축술로 인간에게 영감의 씨앗을 던져준 동물들을 알아보자.

* 성당 흰개미의 집(Cathedral Termites)
호주 북부 리치필드에 있는 성당 흰개미 집은 높이가 6m에 달한다. 집의 모양이 성당 첨탑처럼 생겼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성당 흰개미의 몸길이는 고작 6mm, 자기 몸집에 1천 배나 되는 고층 건물을 지어 산다. 이 집은 정착지가 어디냐에 따라 모습이 다양하다. 대성당 윗부분이 뭉툭하거나, 뾰족하거나, 둥글거나, 매끄럽기도 하다.

흰개미들은 밤마다 벽돌 하나하나 쌓아올리듯 아주 작은 흙덩어리 물고 온 후 이를 붙여 만든다. 200만~500만 마리의 흰개미가 여왕과 왕을 모시고 왕국을 이뤄 그 거대한 건물에서 산다.

탑 내부에는 공기가 들어오고 나가는 구멍이 따로 있고 지하에는 식량 저장고와 여왕개미가 산란하는 방 등이 있다. 성당 흰개미들이 사는 리치필드 지역은 극심한 우기부터 사막 같이 덥고 건조한 건기까지 날씨가 다양한데 흰개미집 안은 항상 30~31℃의 온도를 유지한다.

그 비결은 땅속에서 올라오는 신선한 공기 때문이다. 흰 개미집으로 들어오는 공기는 온도가 일정한 땅 속 터널을 먼저 지나면서 온도와 습도가 적당해진다. 미로 같은 길을 지나면서 뜨거워진 공기는 집의 중간 높이에 있는 창으로 빠져나간다. 그리고 새로운 공기가 밑에서부터 계속 채워진다. 때문에 일정한 온도와 습도가 항상 유지 되는 것이다.

한 번 지은 개미집은 50년에서 100년 정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비버의 집
동물 세계에서 으뜸가는 건축가를 꼽는다면 ‘비버’를 빼놓을 수 없다. 비버는 헤엄을 잘 치고 여러 가지 건축물을 잘 만드는 동물이다. 나무, 진흙, 돌, 나뭇가지 등을 입에 물고 헤엄을 치며 운반하여 댐을 만들거나 집을 짓는다. 비버가 만든 댐은 생태적 환경을 다양화하여 수질이나 곡물의 수확에 영향을 주고 홍수를 예방하기도 하는 등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비버는 강의 가운데에 흙, 돌, 나무를 쌓아 바닥을 깔고 위에 나뭇가지를 쌓아올려 섬처럼 집을 만든다. 아주 큰 강에서는 강둑에 굴을 파서 집을 만들기도 한다. 나뭇가지를 4m 이상 쌓아올리고 나무 사이의 틈은 진흙, 돌, 수초로 잘 막고, 바닥에는 나무 껍데기 등을 깐다.

천장에 환기 구멍을 만들고, 천장과 벽에 물이 새지 않게 한다. 보통 2개 이상의 출입구를 만드는데 물 아래로 출입구를 만들어 다른 동물이 들어오지 못하게 한다. 외부의 적으로부터 안전하게 새끼를 보호할 수 있다. 그리고 출입구를 물 속에 숨겨두기 위해 강의 물 높이를 조절하는 댐을 만든다. 강가의 나무를 갉아서 강물 속으로 쓰러뜨려 돌, 진흙으로 고정하고 그 위에 나뭇가지 등을 쌓는다. 댐의 길이는 20~30m 정도로 1년 내내 댐을 만들고 고친다.

* 말벌의 집
집단생활을 하는 대표적인 야생벌 ‘말벌’. 말벌은 한 집에 여왕벌, 수벌, 일벌 등 수백 마리가 모여 산다. 높은 곳에 집을 짓는 말벌은 독특한 건축술을 갖고 있다. 썩은 나무나 풀잎의 섬유소를 씹어서 펄프를 만들고, 거기에 침을 섞어 훌륭한 종이로 제조한다. 천적에게 경계심을 갖게 하기 위해 집에 무늬를 넣기도 한다.

공 모양의 외벽은 밖의 공기를 완벽하게 차단하여 내부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 한다. 또한 이중 삼중으로 겹겹이 싸여 있어 웬만한 충격에도 견디도록 만들어져 있다.

* 온두라스 흰박쥐의 텐트형 둥지
코스타리카 니카라과 온두라스 해발 700m 지역에 서식하는 매우 특이한 종으로 백색의 부드러운 모피와 노란색 코와 귀가 인상적인 매우 귀여운 동물들이다. 작은 곤충이나 과일을 먹고 산다, 다른 박쥐와 마찬가지로 야행성이지만 사는 곳은 동굴이 아닌 나뭇잎에서 산다. 큰 나뭇잎을 천막으로 삼아 잎사귀 밑에 매달려 휴식을 취한다.

자신의 몸무게로 나뭇잎 양 가장자리를 아래쪽으로 늘어뜨려 천막을 만든다. 천막은 햇빛과 빗물을 막아주고, 나뭇잎을 통과한 햇빛이 흰 박쥐를 초록색으로 물들여 잠재적인 포식자의 눈을 피할 수 있게 한다. 온두라스 흰박쥐가 잎사귀에 둥지를 틀고 사는 이유는 열대우림 환경에서 동굴보다는 넓은 잎사귀가 주변에 흔하기 때문에 이동하면서 잎사귀 텐트를 치고 사는 것이다.

보통 4~8마리가 하나의 천막에 함께 머물며, 단독으로 매달려 있는 일은 드물다. 수컷과 암컷은 새끼가 태어날 때까지 천막을 공유하며 새끼가 태어난 후 수컷이 떠난다.

신비롭지만 엄청나게 과학적인 동물들의 건축술. 인간은 자연의 위대함에 겸손함을 갖고 자연을 파괴하는 개발이 아닌, 자연과 함께하는 발전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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