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문선아 선임 에디터/ 디자인 이연선 pro] 쾌청한 날씨에 곡식이 무르 익어가는 가을을 우리는 예부터 ‘천고마비’의 계절이라 불렀다. “하늘은 높고 말이 살찌는 계절‘이라는 말처럼 가을은 풍성한 계절이다. 하지만 천고마비의 본래의 어원은 좋은 의미가 아니었다는 사실!

천고마비의 유래는 중국 은나라 때 흉노족과 연관이 있다. <한서(漢書)> ‘흉노전’에 따르면 중국의 왕조와 백성들은 은나라 때부터 흉노족 때문에 거의 2000년 동안 골머리를 썩었다고 한다. 흉노족은 척박한 초원을 근거지로 해 유목생활을 하여 기병에 강했고 그 기동력을 발휘해 국경을 넘나들며 북방 일대에서 약탈을 자행하고 바람처럼 달아났다.

척박한 초원에서 방목과 수렵생활이 전부였던 흉노족에게는 그마저도 못하게 되는 겨울은 쥐약이었던 것이다. 그러기에 겨울을 무사히 보내기 위해선 농경생활을 하는 중국인들을 약탈할 수밖에 없고 매번 추수를 하는 가을이 올 때마다 북방 변경의 중국인들은 약탈을 당하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매번 가을이 오면 “하늘은 높아 푸르고 말이 살찔(천고마비) 때가 가장 두려워! 언제 흉노가 쳐들어올지 모르니까”라고 푸념했다고 한다. 이 푸념이 천고마비의 유래이다.

가을의 풍성함을 의미하는 지금의 의미와는 많이 다르다. 우리가 쓰는 의미와 가장 유사한 천고마비의 유래는 그 후의 일로, 중국 당나라의 시인인 두보의 할아버지 두심언의 시 구절에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있다.

두심언이 전쟁에 참여한 친구 소미도의 무사 귀환을 바라며 지은 시로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雲淨妖星落 (운정요성락) 구름은 깨끗한데 요사스러운 별이 떨어지고
秋高塞馬肥 (추고새마비) 가을 하늘이 높으니 변방의 말이 살찌는구나.
馬鞍雄劍動 (마안웅검동) 말 안장에 의지해 영웅이 칼을 움직이고
搖筆羽書飛 (요필우서비) 붓을 휘두르니 격문이 날아온다

두심언의 시에서 표현된 ‘추고새마비’를 현재는 ‘천고마비’란 표현으로 더 많이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천고마비의 숨겨진 두 가지 유래, 풍성한 가을을 의미하는 것은 공통적인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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