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한지윤 에디터] 빵 한 봉지나 영화표를 받고 헌혈을 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헌혈의 집’이나 ‘적십자’라는 이름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이렇게 국내에서는 혈액사업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국제적십자(ICRC: International Committee of the Red Cross)는 국제 인도주의 기구로 국제적·비국제적 무력충돌, 내란(內亂) 혹은 긴장 상황에 놓인 피해자들을 보호하고 지원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에는 1905년에 고종황제의 칙령(勅命)으로 적십자가 처음 설립되었다. 대한적십자사는 1919년 상해 임시정부 하에서 독립군과 재외 거주 동포를 위한 인도적 활동을 전개하였고, 1950년 한국 전쟁 내내 피난민, 부상병, 극빈자 등을 위한 의료구호활동과 전쟁 포로 교환활동을 벌였다. 그리고 현재 대한적십자사는 넓게는 국제 재난 및 국내 재난 구호 활동을 하고 있으며 좁게는 지역마다 자원봉사단체를 결성하여 어려운 이웃들을 돕고 있다.

▲ 사진출처/국제적십자위원회 공식사이트

국제무대로 활동하고 있는 기구인 적십자, 어떤 계기로 설립되었을까? 적십자는 1859년 스위스의 청년 실업가 앙리 뒤낭에 의해 창설되었다. 뒤낭은 이탈리아 북부 솔페리노 지방을 여행하다가 솔페리노 전투의 참혹한 상황과 마주쳤고 전쟁의 참상을 고스란히 목격한 그는, 버려져있는 전상자들을 보고 아군과 적군을 구별하지 않고 전상자를 돌보아주었다. 그 후 제네바로 돌아온 뒤낭은 1862년 11월에 전쟁의 참상을 담은 <솔페리노의 회상>이라는 책을 통해 전상자를 간호하기 위해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된 구호단체를 각국에 설치하고, 군대 부상병을 돌보는 군 의료 요원들의 활동을 보장할 수 있는 국제적인 조약을 체결할 것을 제안했다.

이러한 뒤낭의 노력 덕분에 1863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부상병을 위한 구호 단체인 적십자위원회가 출범했고, 국제적십자의 마크는 창시자인 뒤낭을 존경하는 의미에서 뒤낭의 출신지인 스위스 국기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더불어 다른 기관이나 단체에서는 적십자를 연상하는 마크를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이듬해인 1864년에는 ‘제네바 협약’이 채택됨으로써 국제인도법의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여기서 국제인도법이란 무력충돌 시 적대행위에 가담하지 않기로 결정한 사람들 혹은 더는 가담할 수 없는 사람들을 보호하고 전투의 수단과 방법을 규제하는 관습법을 말한다. 이에 따라 전쟁 지역이나 분쟁 지역에 적십자 깃발이 보이면 전시에도 그 시설은 공격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이처럼 세계 평화에 공헌하고 있는 적십자는 현재 전 세계 80여 개국에 지부가 설립되었으며 14,000여 명의 직원이 활동하고 있을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총 네 번의 노벨 평화상을 수상할 만큼 국제 사회에서의 위상도 높다.

그러나 사실 최근에는 적십자 깃발을 보고도 공격을 멈추지 않는 테러 단체가 생기고, 지난 2015년 9월 예멘에서는 IS가 적십자 마크가 부착된 차량을 공격해 부득이하게 활동을 보류할 만큼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인도주의라는 사상에서 만들어진 단체인 적십자인 만큼, 세계 평화와 안전을 위한 구호활동은 보호되어야 할 것이다. 아무쪼록 세계 각국의 이유 없는 테러로 민간인과 적십자가 피해 받지 않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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