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심재민 기자 / 디자인=김선희 pro | 정부가 치안강화 대책으로 의무경찰(의경) 재도입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달 23일 지역과 대상을 가리지 않는 '이상동기 범죄' 대응 방안과 관련, "범죄예방 역량을 대폭 강화하기 위해 의무경찰제(의경) 재도입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경찰청은 의경 선발이 '재개'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조만간 준비작업에 들어갈 방침이지만, 정부 내에서 혼선 양상을 빚고 있어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의경은 병역 의무 기간 군에 입대하는 대신 경찰 치안 업무를 보조하는 제도를 말한다. 지난 1982년 12월 신설됐다가 2017년부터 폐지 수순을 밟았고, 마지막 의경 선발은 2021년 6월에 있었다. 당시 선발된 기수가 지난 4월 합동 전역하면서 의경 제도는 사실상 폐지됐다. 

노무현 정부 시절 국방개혁의 일환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의경 폐지는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 전투경찰(전경)이 먼저 없어지면서 가시화했다. 문재인 정부는 의경 폐지를 국정과제로 선정하고 2018년부터 해마다 20%씩 모집인원을 감축한 끝에 올해 4월 완전히 사라졌다. 그 여파로 최근 5년간 인력난이 가중되면서 일선 경찰관들은 의경 부활 방침을 반기는 기색이 역력하다.

의무경찰제 재도입 검토는 현장 치안활동 인력이 부족하다는 경찰 판단이 배경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범죄·테러·재난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24시간 상주 자원이 필요하다는 것. 

일단 제도적으로는 별 어려움 없이 의경을 도입할 수는 있어 보인다. 제도의 법적 근거인 의무경찰대법이 그대로 남아있는 상태여서 절차상 난관은 크지 않은 상황. 병역법의 전환복무 규정과 의무경찰대법에 따라 의무경찰대 설치와 의경 모집은 별도의 법률 개정 없이 가능하다.

이에 윤희근 경찰청장은 지난 달 23일 한덕수 국무총리의 담화문 발표에 배석해 "신속대응팀 경력 3천500명, 주요 대도시 거점에 배치될 4천명 등 7천500∼8천명 정도를 순차로 채용해 운용하는 방안을 국방부 등과 협의할 것"이라며 "7∼8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때 2만명을 웃돈 인원의 3분의 1 정도로 내년 상반기쯤 일단 부활시키겠다는 취지의 이야기다. 

다만 의경 생활관 등 기반시설을 다시 갖추는 데 상당한 예산과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병역자원 감소가 의경 폐지에 결정적이었던 만큼 국방부와 협의가 변수로 등장할 수도 있다. 경찰청은 부처간 협의로 모집인원을 확정하고 선발방법과 지원요건 등 모집절차를 다시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물론 의경 재도입에 지적의 목소리도 있다. 우선 만연했던 가혹행위도 의경 폐지의 원인으로 작용한 만큼 조직문화 대책을 먼저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07년과 2008년 연달아 의경제도 개선을 권고했다가 "악습이 근절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2011년 폐지를 권고한 바 있다.

또 시민단체 군인권센터는 지난 달 23일 성명을 내고 "헐값에 청년을 데려다가 치안 공백을 메꾼다"며 의경 재도입을 반대했다. 군인권센터는 "의경이 폐지된 가장 큰 이유는 인구 감소로 군에 입대할 병력 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일선 부대는 병력이 부족해 편제도 제대로 채우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병력이 부족하면 장병이 과로하게 되고 각종 사건·사고가 빈발한다"며 "집회·시위에 대응하는 기동대를 민생치안 위주로 투입하면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의경 재도입을 두고 정부 내에서 혼선의 양상이 빚어지기도 한다. 의경 재도입 방안을 놓고 정부 내에선 엇갈린 입장이 나온 것.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지난 달 25일 국회에서 의경 재도입 검토와 관련해 "쉽게 동의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구체적으로 협의한 바가 없다"고 말했다. 또 같은 날 대통령실은 "유관 기관 간 협의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의경 재도입 추진에 대한 정부 내 입장에서 상당한 온도차가 느껴지는 대목으로, 각종 지적과 반대의 목소리도 있는 만큼 조금 더 신중한 검토와 세세한 소통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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