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정혜인 수습기자ㅣ국민연금 중에서도 노령연금은 국민연금 가입자가 나이가 들어 소득 활동에 종사하지 못할 경우 생활 안정과 복지증진을 위해 지급되는 급여이다. 가입 기간, 즉 연금보험료 납부 기간이 10년 이상이면 출생 연도별 지급개시 연령 이후부터 평생 매월 지급받을 수 있다. 그리고 가입 기간, 연령, 소득 활동 유무에 따라 노령연금, 조기노령연금이 있다. 

조기노령연금은 연금을 미리 받는 대신 금액이 깎이기 때문에 ‘손해연금’이라고 불린다. 연금을 1년 일찍 받을 때마다 6%씩 연금액이 깎여 5년 일찍 받으면 30%나 감액된다. 예를 들어 당초 월 100만 원이었던 가입자가 70만 원으로 줄어드는 것이다. 그런데도 조기노령연금 총수급자는 매년 늘어나고 있다. 

조기노령연금 총수급자는 올해 들어서도 1월 76만 4천281명, 2월 77만 7천954명, 3월 79만 371명, 4월 80만 413명 등으로 계속 불어났다. 향후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여 2년 후에는 조기노령연금 수급자가 100만 명을 훌쩍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렇게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국민연금을 앞당겨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연금연구원의 '조기노령연금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를 보면, 2022년 7월에 조기노령연금 수급자 33명을 대상으로 포커스그룹 인터뷰를 해보니, 생계비 마련을 우선으로 꼽았다. 갑작스러운 실직이나 사업 부진, 건강 악화 등과 같은 비자발적 사유로 소득 활동에 참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일찍 받는 것이 자신에게 더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려 손해연금을 선택한 이들도 있다. 자신의 건강에 대한 걱정, 연금 고갈에 대한 불안감, 노령연금과 유족연금의 중복조정에 대한 불만 등으로 조금이라도 빨리 받는 것이다. 이런 유형의 수급자들은 생계비를 목적으로 하지 않기에 노후 준비 혹은 사회관계 유지에 국민연금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9월,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 2단계 개편도 조기노령연금 신청을 부르는 결과를 낳았다. 작년 개편으로 피부양자 자격 요건이 까다로워져 소득세법상 연간 합산소득 3,400만 원 이하에서 2,000만 원 이하로 대폭 낮아졌다. 공적연금의 세전 수령액이 연 2천만원이 넘거나 각종 이자소득과 배당 소득이 연 2,000만 원을 초과하면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이 박탈된다. 

자격이 박탈되면 지역 건강보험료를 납부해야 하는데, 대개 월평균 15만 원 정도의 보험료를 내야 한다. 국민연금 때문에 정부가 주는 기초연금의 대상도 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건강보험료 납부는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그래서 손해를 보더라도 국민연금을 빨리 타려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다. 

손해연금은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퇴직해 노령연금을 받을 나이가 될 때까지 소득이 없거나 소득이 적어 노후 생활 형편이 어려운 이들의 노후 소득을 보장해 주려는 취지로 1999년 도입된 것인데, 바뀐 건강보험료 정책이 국민연금 정책과 호응하지 못하면서 역설적으로 일찍 당겨 받을수록 유리해진 상황이 만들어졌다.

소득이 있는 곳에 사회보험료를 부과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건보료 부과 체계가 개편된 것이지만, 노인들의 소득은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연금 재정을 탄탄하게 하기 위해서 연금 수령 시기를 만 75세까지 늘린 것처럼 초고령화되고 있는 한국 사회에도 새로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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