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정혜인 수습기자ㅣ잇따른 무차별 흉기 난동 사건으로 시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지난 6일에는 지하철에서 누가 소리를 지르자, 시민들이 한꺼번에 뛰쳐나가는 일도 있었다. 지난 21일 서울 신림역 칼부림 사건 이후부터 살인 예고 글이 폭증했고, 밀집 지역에서 흉기 소지범이 잡히기도 했다. 이에 법무부는 살인 등 흉악범죄에 엄정히 대응하기 위해 ‘가석방 없는 무기형’을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가석방 없는 무기형’은 수형자의 교정성적이 양호하더라도 형기 만료 전에 수형자를 조건부로 석방하지 않는 절대적 종신형이다. 법원은 지난 11일 브리핑을 통해 지난 14일부터 25일까지 가석방 없는 무기형을 입법 예고한다고 밝혔다. 

개정안 내용에는 무기형이 가석방이 허용되는 무기형과 허용되지 않는 무기형으로 나뉜다. 법원이 무기형을 선고하는 경우 가석방이 허용되는지 여부를 함께 선고하도록 하고, 가석방이 허용되는 무기형을 선고한 경우에만 가석방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현행 형법은 무기형일지라도 특정 요건을 충족한다면 가석방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상대적 종신형’을 채택 중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최근 대법원도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수형자가 다른 수형자를 살해한 사안에서 사형을 선고한 원심에 대해 "법에 없는 절대적 종신형의 효과를 달성하기 위해 사형을 선고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흉악범죄자에 대해 영구적인 격리를 위해선 가석방 없는 무기형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현행법상 무기징역보다 무거운 형벌은 사형이 유일하다. 하지만 한국은 1997년 12월 이후 사형을 집행하지 않았고, 흉악범죄자에 대한 형 집행의 공백이 생겼다. 그래서 법무부는 '가석방이 허용되지 않는 무기형'을 만들어 죄질에 따른 단계적 처벌이 가능하게 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법무부가 시민들의 불안을 낮추기 위한 대책으로 ‘가석방 없는 무기형’을 제시했지만 범죄 예방 효과가 불분명하고 엄벌주의 경향을 키울 수 있다고 우려한 것이다. 한편, 사형제 폐지와 맞물려 거론되어 온 맥락을 보면 사회적으로 중요한 논의를 후퇴시켰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또한 헌법재판소는 “사형에 비하면 인도적이라 할 수 있으나 절대적 종신형 역시 자연사할 때까지 수용자를 구금한다는 점에서 사형에 못지않은 형벌이다. 수형자와 공동체 연대성을 영원히 단절시킨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라며 가석방 없는 종신형의 위헌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등은 사형제를 폐지한 이후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도입했다가 다시 폐지했다. 인권침해 논란이 있었기 때문이다. 유럽인권재판소는 2013년에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유럽인권보호협약에 어긋난다고 말하며 다른 여러 나라들에도 개선을 권했다.

현 상황에 대해 전문가들은 “엄벌주의가 처음엔 살인 같은 흉악범죄에만 적용되겠지만, 나중엔 일반 범죄까지 확대될 수 있어 위험한 발상”이라고 전했다. 가석방을 허용하지 않는 무기형 신설 입법예고가 남용되지 않고 범죄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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