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심재민 기자 | 북미에서 흥행 관련 기록을 갈아치우며 승승장구 중인 영화 '바비(국내 개봉 7월 19일)'. 이 영화는 개봉 첫날인 21일에만 7천50만달러(약 909억원)를 벌어들여 '흥행 대박'의 신호탄을 쐈다. 그리고 지난 달 31일 영화 수입 집계 사이트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바비'는 개봉 8일째인 지난 28일(현지시간)까지 북미에서 무려 총 2억8천700만달러(3천670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수익뿐만 아니라 미국 내에서 영화 ‘바비’는 다양한 사회적 변화의 물결까지 만들고 있어 다양한 측면에서 의미 있는 영화로 불리고 있다. 

마고 로비·라이언 고슬링 주연의 할리우드 영화 '바비'는 인형들만의 세계인 '바비랜드'를 떠난 바비(마고 로비 분)와 그의 남자친구 켄(라이언 고슬링)이 인간 세상으로 나오며 겪는 일을 그린 작품이다. 그레타 거윅 감독이 연출한 영화 '바비'는 바비 인형들이 사는 가상 세계를 그린 판타지물로, 영화는 바비들의 천국 바비랜드, 바비랜드와 대조적인 현실 세계, 현실 세계처럼 변해버린 바비랜드를 차례로 보여주는 구성으로 전개된다.

무엇보다 영화 ‘바비’는 남성 중심 사회와 성차별에 대한 풍자를 전면에 내세웠다. 바비의 남자친구 켄(라이언 고슬링)이 가부장제에 심취해 돌변하는 모습, 바비들이 켄들의 맨스플레인(남자들이 여자들을 가르치려고 하는 행위) 욕구를 자극하는 모습 등 남성을 희화화한 장면이 많다.

특히 바비가 살았던 ‘바비랜드’와 현실 세계에서 오는 괴리감이 바비의 관전 포인트다. 바비랜드는 대통령은 물론이고 우주비행사, 비행기 조종사, 대법관, 노벨상 수상자까지 온통 바비들 차지인 곳이다. 쉽게 말하면 그야말로 여성들로 인해 세상이 돌아가고 그 속에서 여성들이 다 해 먹는 세상이다. 반면 남성인 ‘켄’들은 "그냥 켄"일뿐이다. 이들은 바비랜드에서 바비들의 남자친구를 하는 것 말고는 별다른 역할이 없다. 바비들이 보기 좋게 멋진 몸매와 얼굴만 유지하면 된다. 특히 바비랜드에는 다양한 외모의 바비들이 어우러져 산다. 인종이나 몸매도 제각각이고 장애인, 트랜스젠더도 있다. 이들은 매일 춤과 노래, 파티를 즐기며 아무 걱정 없이 살아간다.

한데 인간 세상은 정반대다. 바비가 콘크리트 바닥에 발을 내딛자마자 당하는 일은 느물거리는 남자들의 성희롱과 성추행이다. 요직에 앉아 큰일을 하는 여자 리더도 찾아보기 힘들다. 심지어 바비 인형 제조사인 마텔사 경영진도 전부 남자뿐이다. 이러한 괴리감 속에 바비 인형이 출시된 덕분에 여성권과 평등권 문제가 "해결됐다"고 믿었던 바비는 그제야 자기 생각이 틀렸다는 걸 깨닫는다. 이처럼 영화 바비는 성차별이 횡행하는 사회를 풍자한 블랙코미디이자, 바비들이 환상에서 깨어나 각성하는 모습을 그린 페미니즘 영화다. 

'바비'는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주제와는 상반되게 분위기는 내내 가볍게 가져가며 해학과 유머를 한껏 활용해 웃음을 안긴다. 또한 메시지가 강한 작품이기는 하지만 보는 즐거움 또한 잊지 않았다. 우선 바비를 최초로 실사화한 영화인만큼 바비와 켄, 바비랜드를 완벽하게 구현하는 데 공을 들였다. 장난감 같은 집과 비현실적으로 아기자기한 마을의 모습은 잠시 핑크빛 바비랜드에 들어온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군데군데 사용된 만화적 효과, 뮤지컬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노래와 춤도 보는 맛을 더한다. 또 바비 그 자체인 로비와 찌질하지만, 사랑스러운 켄 역의 고슬링 모두 뛰어난 연기를 보여준다. 특히 고슬링은 켄 역할을 하기에는 나이·외모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일각의 지적에도 또 하나의 대표 캐릭터를 남길 듯하다.

한국 내에서는 저조하지만 영화 '바비'는 미국 내에서 크게 흥행하며 여러 사회적 파장을 낳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도 들뜨고 있다. 북미 박스오피스를 장악한 것은 물론 경제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흥행 여파는 인형, 캐릭터 상품 등 연관 산업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CNN은 이런 분위기에 대해 "소비자들이 다른 곳의 소비를 줄이더라도 특정 분야에서는 공격적으로 지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심지어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지난 달 26일 '바비'와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의 콘서트에 대한 수요가 전반적인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질문을 받기도 했다. 이에 파월은 이에 인플레이션 진정·소비자 신뢰 회복과 함께 하는 경제의 전반적인 탄력은 '좋은 일'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경제가 지나치게 과열되면 중앙은행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차별’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핑크빛으로 화사하고 밝게 풀어낸 영화 ‘바비’. 여전히 미국 내에서 뜨거운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이 작품이 어떤 진귀한 기록과 변화를 이뤄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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