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이은 사건과 사고로 우리 곁을 떠난 소중한 생명들에 대해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소중한 이들을 떠나보내는 과정에서 다양한 심리적 고통을 경험하는 우리 사회 구성원들에게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제안을 드리고자 합니다.

먼저 가족이나 친구 같은 소중한 사람을 잃어버린 여러분의 충격과 슬픔에 공감합니다. 이런 일이 생겼다는 사실에 대한 충격과 분노, 충분히 이들 곁에 있어 주지 못했다는 죄책감, 더 이상 이들이 곁에 있지 않다는 슬픔 등 다양한 감정과 몸의 반응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평소와 달리 조절할 수 없을 정도의 강한 강도로 경험될 수도 있습니다.

혹은 정반대로 두꺼운 얼음에 갇힌 것처럼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은 예상하지 못한 갑작스러운 충격적 사건에 대한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이럴 때 사건에 대한 생각, 판단과 대처행동보다 몸의 반응과 감정을 안정화시키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합니다.

조절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한 감정적 격동을 경험하는 경우, 천천히 깊은 호흡을 하며 생각을 멈추고 두 팔을 쇄골 아래쪽에 X자로 교차하여 올려놓고 손바닥을 번갈아 두드리는 나비 자세나 땅에 발을 딛고 있는 것을 느끼면서 ‘지금 여기’에서의 현실감을 느끼는 착지와 같은 안정화 기법을 활용하여 감정이 천천히 잦아들도록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때 믿을 만한 사람이 있다면 가볍게 손을 잡아주거나 안아주는 것도 여러분이 감정을 경험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감정이 좀 잦아들면 감정에 이름을 붙이고 감정이 당신에게 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세요. 주변 사람들과 당신의 마음을 이야기하거나 전문적인 심리상담이 당신의 기분을 전환하고 감정을 처리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어린아이와 같이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서는 그들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방법으로 소통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때 여러분은 최대한 진솔하고 차분하게 설명하고 설명이 끝난 이후에는 궁금한 것을 질문하도록 하여 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실 수 있습니다. 또한,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호기심, 혼란스러움이나 불안을 보이는 경우, 그들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방법으로 소통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둘째, 부족한 정보에 근거하여 성급한 결론을 내리고 가해자라고 생각되는 사람을 찾아 비난하는 것은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 수 있습니다. 희생양을 찾아서 비난함으로써 우리의 죄책감을 해결하려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이는 2차 피해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우리 주변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기억하고 그 사람에게 말을 걸어주세요. 당신의 한마디가 이들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할 것입니다.

셋째, 언론 역시 선정적인 보도와 자극적인 제목을 자제하고 유가족 등 관계자를 배려하는 신중한 자세로 보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사명감을 가지고 냉정하고 철저하게 국민이 실체적 진실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스스로가 자신의 마음 건강을 챙기고 돌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몸과 마음은 연결되어 있기에 규칙적인 식사와 수면, 적절한 휴식은 마음 건강의 기본입니다. 적절한 일상 활동과 자기 돌봄이 이를 도울 수 있습니다. 또한 주변을 격려하고 서로의 안녕을 걱정하고 기원하는 마음을 가진다면 공동체의 연결감을 유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글: 한국상담심리학회 회장 양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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