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심재민 기자 | 매년 되풀이되는 재난 재해.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식의 한발 늦은 조치조차도 되지 않고 있어, 국민들의 소중한 생명과 재산에 위해가 가해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기록적인 폭우가 이어진 이번 장마에도 어김없이 전국적으로 큰 피해가 발생했고, 특히 몇몇 피해는 과거의 참사들과 너무도 닮아 있어 정부와 지차체 등의 안일함이 피해를 키운 인재(人災)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15일 발생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참사 역시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참사였기에 인재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바로 옆의 미호강 제방이 터지면서 터널 전체가 침수된 청주 오송 궁평2지하차도, 그 날의 끔찍한 악몽으로 다수의 선량한 국민은 목숨을 잃어야 했다. 

지난 15일 오전 8시 40분께 미호강 제방이 터지면서 청주 오송 궁평2지하차도로 무려 6만t의 물이 쏟아져 들어왔다. 당시 미처 피하지 못한 차량 17대가 꼼짝없이 갇혀 물에 잠겼고, 몇 명만이 가까스로 빠져나와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신고가 접수되고, 구조대가 출동했으나 터진 제방으로 물이 계속 흘러들어와 지하차도 진입조차 어려웠으며, 분당 3만ℓ의 물을 빼내는 대용량 방사시스템이 투입된 지 14시간여만야 수색이 본격화 될 수 있었다. 

그렇게 지난 17일 밤, 당국은 사고 이후 실종 신고된 명단이 모두 확인됨에 따라 사실상 수색 작업을 마무리했다. 수색 종료 후 발표된 사망자는 무려 14명에 달했고, 막을 수 있었던 참사였던 정황이 계속해서 드러나면서 국민들의 분노와 안타까움이 이어졌다. 특히 곳곳에서 부실 대응 정황이 드러나고 있지만 '네 탓' 공방만 반복하고 있어 분노를 키우고 있다. 

우선, 참사가 발생한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가 포함된 508번 지방도의 관리주체는 충북도이다. 홍수 등 재해가 발생했을 때 교통 통제 결정은 도로법에 따라 해당 도로 관리를 맡는 관청이 1차 판단을 해야 한다. 적절한 시점에 지하차도의 차량 통행을 통제했다면 이번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충북도는 사고의 원인이 된 미호강 제방 붕괴 전까지는 지하차도를 통제할 정도의 징후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대응 매뉴얼 상 지하차도 중심 부분에 물이 50㎝ 이상 차올라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는 것. 사고 당일 오전 4시 10분 지하차도 인근 미호천교 지점에는 홍수경보가 내려졌고, 불과 2시간여 뒤 수위가 계획홍수위(9.2m) 턱밑까지 차올랐지만 매뉴얼만 따지고 있던 것과 다름없다. 

청주시도 안일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금강홍수통제소는 미호강이 범람 위기에 다다른 지난 15일 오전 6시 34분 해당 지역 관할청인 흥덕구 건설과에 전화를 걸어 주변 주민통제와 대피에 나설 것을 경고했다. 이것이 사고 발생 2시간 전의 일이다. 이뿐만 아니다. 사고가 발생하기 약 30분 전인 오전 8시 11분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소방당국도 "제방 둑이 무너져 미호강이 범람하고 있다"고 청주시에 알렸다. 당시 오송 일대 침수 피해가 극심했고, 청주시는 각종 피해 현장을 살피고 있었지만, 지하차도가 속한 508번 지방도는 충북도 관할이라는 이유로 큰 관심 두지 않았고, 위험 정보도 공유하지 않았다. 청주시는 사고 발생 20분 뒤인 오전 9시가 돼서야 오송읍으로부터 연락받고 지하차도가 침수된 사실을 인지하고 그때야 충북도에 연락했다.

심지어 청주시는 사고 발생 9분이 지난 시각 강내면에서 미호강을 건너 오송역으로 향하는 도로가 침수되자 시내버스 업체들에 이미 침수된 궁평2지하차도로 우회 운행하라고 안내하는 어이없는 일까지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발생 당시 경찰의 대응도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 경찰 상황실에는 15일 오전 7시 58분께 "궁평 지하차도 차량 통행을 막아달라"는 익명의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자는 앞서 오전 7시 2분에도 미호강 제방이 넘치려고 해 주민 대피가 필요하다고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출동 지시를 받은 관할 파출소 직원들은 궁평1지하차도와 쌍청리교차로 등 엉뚱한 지역에 배치됐다. 궁평1지하차도는 미호천교에서 직선거리로 1㎞, 궁평2지하차도는 300m 떨어져 있다. 이에 신고자가 '궁평 지하차도'라고 지칭해 궁평1지하차도로 오인 출동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이 최종적으로 궁평2지하차도에 도착한 시각은 사고 발생 20여분 뒤인 오전 9시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외에 이번 참사가 지하차도와 400∼500m가량 떨어진 제방이 무너지면서 몰려든 하천수가 차도를 덮쳐 발생한 만큼 문제의 제방이 부실하게 관리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너진 제방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이 미호천교 확장 공사를 진행하면서 설치한 임시제방이다.

이처럼 복합적인 안일함에서 비롯된 이번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참사로 14명이 목숨을 잃어야 했고, 10명이 다치는 등 큰 피해가 발생했다. 이에 경찰과 국무조정실은 다수 인명 피해가 발생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참사 원인을 규명하는 수사와 감찰에 착수했다. 

오송 지하차도에서 발생한 이번 참사는 불과 3년 전 '부산 지하차도 참사'나 지난해 '포항 아파트 지하주차장 참사'를 떠오르게 한다. 지금 같은 정부와 지자체, 당국의 ‘안일함’과 ‘네 탓’이 이어진다면 얼마든지 또 같은 참사가 되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부디 제2, 제3의 오송 참사를 막기 위한 철저한 원인 규명과 함께 총제적이고 세심한 점검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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