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면 잠만 자게 된다거나 이와 반대로 우울하면 잠을 못 잔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렇듯 우울증과 수면은 상관관계가 있으며, 우울증 환자는 불면증 또는 과다수면을 경험할 수 있다.

우울증과 불면증의 관계는 뇌와 신경전달물질, 호르몬의 생리로 설명할 수 있다. 뇌간에 위치한 봉선핵은 ‘행복 호르몬’이라고도 불리는 세로토닌을 분비하는데,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이곳에 작용하면 세로토닌과 노르에피네프린의 분비를 억제해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다.

세로토닌은 송과체에서 수면을 유도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으로 전환되기 때문에, 세로토닌이 부족한 우울증 환자는 멜라토닌의 생성이 저하되어 불면증을 겪게 된다. 이렇듯 우울증, 불안장애, 강박증 등 여러 정신과 질환이 중첩되어 함께 동반되기 쉽다.

우울장애로 인한 과다수면은 회피 행동으로 해석할 수 있다. 감당하기 힘든 슬픔이나 부정적 감정을 피하기 위해 잠을 오래 자게 되는 것이다. 수면의 여러 기능 중 하나는 부정적인 감정을 처리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경우에는 수면은 슬픔을 해소하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그러나 겉으로 우울해 보이지 않으면서 일상적으로 과다수면에 취하는 비정형 우울증에서는 수면 습관을 치료하는 것이 권장된다.

불면증과 과다수면 이외의 수면장애로는 기면병, 주간졸림증이 있다. 기면증의 대표적인 증상은 낮에 참기 어려운 단시간의 졸음이 찾아오는 수면발작, 수 초 지속되는 골격근의 탈력증상, 입면을 시도할 때 골격근이 마비되는 수면마비, 입면 시 시각성이나 신체감각성·청각성 환각을 경험하는 입면 시 환각 등이 있다.

수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아침에 일어나는 기상 시각을 일정하게 정하는 것이 도움 된다. 낮잠은 15분 이내로 제한하도록 한다. 또, 카페인과 알코올은 수면을 방해하는 인자이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알코올을 섭취하면 잠이 잘 오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깊은 수면을 방해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삼가는 것이 좋다. 카페인은 잠들기 최소 8시간 전부터는 피하도록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수면장애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마음가짐이다. 수면장애에 필요한 치료를 받는 것은 중요하지만, 침대에 누워있는 동안 몇 시간이 흘렀는지 의식하면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면 입면이 더욱 어려워지는 악순환을 겪게 된다. 꼭 잠에 들지 않아도 괜찮으니 눈을 감고 쉰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편히 하는 것이 좋다.

도움말 : 청주 휴한의원 이혜빈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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