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심재민 기자 | 신종 범죄인 강남 학원가 '마약 음료' 사건이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마약이 급기야 다른 범죄와 결합할 수 있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면서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강남 학원가에서 발생한 ‘마약 음료’ 사건은 여러 범죄가 합쳐진 신종 범죄다. 경찰에 따르면 이 사건으로 체포된 일당 4명은 지난 3일 오후 서울 강남 일대에서 학생들에게 필로폰 등 마약 성분이 든 음료를 '기억력 강화 음료'라고 속여 마시게 했다. 그리고 경찰이 주목하는 점은 일당이 마약 음료를 마신 학생들을 속여 받아낸 부모 전화번호로 "자녀가 마약을 복용했다고 경찰에 신고하거나 학교에 알리겠다"고 협박한 점이다. 이에 경찰은 보이스피싱과 '퐁당 마약'이 결합한 신종범죄로 보고 있다.

17일 오전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에서 안동현 마약범죄수사대장이 강남 학원가 마약음료 사건 중간수사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퐁당 마약은 타인에게 몰래 마약을 투약하는 행위를 일컫는 은어이다. 보통 퐁당 마약은 피해자를 서서히 중독시킨 뒤 마약을 계속 사도록 하는 수법이 사용되는데, 이번 학원가 마약 음료 사건은 마약을 협박 수단으로 사용했다는 점이 특이하다. 붙잡힌 일당이 경찰에 "마약 성분이 들어있는 음료인 줄 몰랐다. 인터넷에서 아르바이트 모집 광고를 보고 지원했다"고 진술한 점, 피해 부모들이 "협박 전화를 건 사람이 조선족 말투였다"고 신고한 점 등이 경찰의 이러한 추측을 뒷받침한다.

퐁당 마약은 그간 다양한 형태로 발생해 왔다. 최근에는 ‘술 깨는 약’이라며 여성에게 마약을 건넨 2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히는가 하면, 이보다 앞서 지난 2월에는 한 20대 남성이 마약을 탄 전자담배를 여성에게 건네기도 했다. 이러한 퐁당 마약은 대부분 성범죄나 금품 갈취 등 2차 범행이 목적으로, 2018년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버닝썬 사건'에서도 마약을 몰래 탄 술, 이른바 '물뽕'이 퐁당 마약 범행 수단으로 악용되었고, 성범죄로 이어졌다.

이처럼 끊이지 않고 사회문제를 야기해 온 퐁당 마약. 이를 둘러싼 법의 구조적인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퐁당 마약은 법적으로 속아서 마약을 먹게 된 것이 정황이나 진술상으로 인정이 되면 처벌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남에게 마약을 몰래 먹이는 행위 자체에 대한 처벌이 어려워 문제가 있다. 현행법상 마약을 소지하거나 주고받는 경우, 1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지지만, 타인에게 몰래 투약하는 경우는 죄가 되지 않다. 실제로 약 3년 전 마약을 구매해 여성들의 술잔에 몰래 집어넣은 뒤 성폭행 한 사건의 경우, 마약 구매한 혐의와 여성을 강간한 혐의만 각각 적용됐을 뿐, 퐁당 마약 범행은 처벌되지 않았다.

이제 마약 범죄가 우리 사회 깊숙이 침투한 만큼 선진국처럼 퐁당 마약 범죄에 대한 처벌규정이 조속히 마련되어야 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영국은 남에게 몰래 마약을 먹이기만 해도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 그리고 미국은 동의 없이 약물을 투여해 성폭행 등 2차 범죄를 저지를 경우 징역 20년까지 가중 처벌된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올 3월 '퐁당 마약' 투약범에 대한 가중 처벌을 담은 법안만 발의된 상태로 사실상 처벌 규정이 없는 실정이다.

타인에게 몰래 마약을 투약하는 '퐁당 마약'. 이 범죄는 특히 성범죄, 협박 등 2차 범죄로 가는 관문이기도 해 죄질이 좋지 않다. 그에 반해 처벌 규정은 전무한 상황. 선진국 사례를 참고해 강력한 처벌 규정이 도입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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